학교가 있다. 학생과 교사가 있다. 문제가 많다. 여학생 하나는 몸을 판다. 그 학생을 적발한 교사는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 남학생 하나는 동성애자이다. 동성애 대상이 학교 교사다. 왕따와 폭력은 기본. 이런 다방면의 문제점을 가진 학교의 구성원들의 겉모습은 평화로울 뿐이다.
하스미 세이지는 이 문제 많은 학교에서 영어교사다. 학생들에게 인기 많고 교사로서 평판도 좋다. 하지만 이 남자 “사이코 패스”다. 그것도 학교 안의 모든 악을 능가하는 지독한 사이코 패스다.
악의 교전이라는 소설은 이런 사회악들의 퍼레이드이다. 악들이 존재하고 그보다 더 상위의 악이 존재하는 구조다. 먹이사슬과 비슷해 보인다. 포식자 위에 존재하는 상위 포식자. 보다 높은 상위 급의 포식자가 존재하는 한 일반적인 포식자는 고만고만해 보인다. 먹이사슬의 밑바닥을 차지하는 군들에겐 똑같은 포식자로 인식될 진 모르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저지를 수 있는 악행들의 종합 선물 같은 이 소설이 보다 화려하며 자극적인 매체인 영화로 나왔다. 장르는 어쩔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분류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원작의 내용이 그러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덧붙여야 할 장르가 존재한다. 하드고어, 스플래터...그건 전적으로 감독 때문이다.
미이케 다카시.
영화를 보고 있을 때는 몰랐으나. 나중에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등장한다. 변태감독, 피와 살의 제왕. 이런 살 떨리는 모든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감이다. 그의 초기작들은 여러모로 기괴하다. 폭력과 섹스는 기본이며 그보다 수위가 높은 근친까지 보다 상위 개념의 고어에 접근한다. 야쿠자의 이권다툼이 결말은 지구폭파까지 가는 황당하며 기괴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곤 한다. 그의 영화는 보고 있자면 불안하며 보고 나면 허무와 황당을 경험하곤 한다. 사람으로 모자라 동물까지 적극 등장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태영감의 새로운 영화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도 변탠가?)
“원작도 끔찍한데, 영화를 만들다니.” 에서 끝나는 정도가 아닌 감독이 미이케 다카시라니. 모든 악을 아우르는 마왕 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그는 이런 부류의 영화에선 아무거나 넣고 끓인 찌개가 더럽게 맛없을 때 투여하는 라면스프 같은 존재니까.
뱀꼬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작에 비해 정말정말정말 얌전하다. (DVD검색해도 않나오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