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 참..어머니 태몽이 밭가는 덩치가 거의 집채만 한 누렁 황소 등에 타고 노는 꿈이었다고 하더니만, 이놈의 팔자는 일복이 터져도 보통 터지는 게 아닌가 보다. ‘사무실이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네?’ 란 소리가 들린다. 일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인가? 하긴 한가한 식당에서 혹은 가게에서 밥을 먹거나 물건을 고를라 치면 갑자기 개(?)떼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하도 많이 경험했었던 인생이었다. 이게 사실 결코 좋은 게 아니라고 한다. 내 복이 남에게 넘어가는 현상이라나?
2. 요즘 느끼는 건데 난 절대 낭만적 슈퍼 히어로 계열의 인물은 못되는 것 같다. 오히려 내면 깊숙이 어둠이 깔리는 스타일인 안티히어로 계열의 배트맨이나 혹은 범인 잡으며 손가락이 날아가고, 볼따구 살이 찢겨지는 해리 홀레의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다.(손가락, 뽈다구 살의 손실이 아닌 직장 끝 조직 몇 미리와 어깨 관절의 손실) 바쁘고 사람은 없고 겨우겨우 어떻게 프로젝트 하나를 틀어막으며 성취감보단 자괴감이 더 생겨나곤 한다. 아 이러다 정말 하얗게 다 태워버렸어 따위의 결말은 나오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3. 공돌이 태생인 나에게 공돌이의 범위를 넘어서서 아티스트의 범위까지 일을 확대하라는 주문이 제법 많이 들어온다. 명확하게 산식이 성립되고 정확한 답이 나오는 명제가 아닌 애매모호하며 두루 뭉실, 불분명한 요구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근래 가장 많이 듣는 요구사항은 “예쁘게” 혹은 “멋지게”란 단어. 도대체 뭘 어떻게 란 힌트도 없이 이 맹목적 요구사항엔 사실 답이 없다. 그냥 수십 가지 시안을 보여줘야 하는 무한반복의 도돌이표만 찍힐 뿐. 보고 들은 것들은 많고 돈은 많이 투자하기 싫다면서 뭔 그래 요구사항들은 많은지.
이젠 대략적으로 대처방법이 생겨났다. 일단 멋지게 예쁘게는 자본과 결부되며 대략적인 예산을 책정해주면 알아서 풀이 죽어 버린다. 남들보다 독특하고 멋지게 이쁘게엔 분명 따라오는 자본의 소비라는 이 민감한 사항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순 없으니까.
4. 그러다 보니....이쪽 업계 관행이며 습관처럼 되어버린 야근, 주말출근의 연속의 나날이다. 사 먹는 밥도 하루 이틀, 하루 두 끼를 밖에서 해결하다보니 결국 동이 나버렸다. 주변에 먹을 만한 집들은 다 질렸고 배달음식도 이젠 인이 박히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도시락”... 단 하나 치아점이라면 마님이 직접 싸 줄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불가능하다 보니 직접 반찬을 만들어 싸가지고 다닌다. 저녁때 대충 반찬 싸놓고 아침에 밥 챙겨서 출근한다. 일단 뭘 먹을까 하는 고민에서 해방되었고, 사 먹는 밥으로 인한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더불어 점심값 절약(사실 이건 들어가는 재료비 따지면 많이 절약되진 않는다.)도 누린다. 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역시 집밥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