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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각지고 보기에도 둔탁해 보이는 링컨 콘티넨탈 한 대가 법원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흑인 기사에 링컨 차까지 대동한 변호사 믹은 오늘도 이 아바돈 같은 직장(?)에 출근하여 한 건 올리기 위해 입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그에게 수감자의 결백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하면 검사와 거례를 성사시켜 변호인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몰고 가 두둑한 수임료를 챙기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속칭 악덕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속물 변호사가 그의 지금 위치다.
어느 날 브로커는 근사한 왕건이를 물어다 준다. 수임료를 두둑하게 뽑아낼 수 있는 부동산 재벌의 아들이 길거리 여자와의 강간 폭행미수에 연루된 끈적끈적한 사건이었다. 의당 변호사가 그렇듯 그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변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기 시작한다. 검찰 측 증인에게 모욕을 주며, 무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검사를 박살내는 순서로 재판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인공 믹은 수상한 냄새를 감자하고 조금 더 깊게 자신이 변호하는 변호인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사건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조사원은 살해되고 지난 사건에서 일으킨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변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법적 강제 조항 때문에 그는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린다.
선택은 두 가지가 가능해 보인다. 사악한 피고의 뜻대로 조종되어 무죄방면 시킬 것인가.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부러트리는 강수를 둘 것인가. 그런데 이 느물느물하고 꽤 똘똘한 변호사 믹은 가장 위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이용해 상황을 일시에 반전시킨다.
이렇게 법정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흥미진진하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총탄을 날리며 칼을 휘두르며 거대한 화염과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도 사람의 세치 혀에서 나오는 언어들의 조합은 액션 영화들을 능가하곤 한다. 증거의 공방이 이루어지고 설전이 오고가는 중 결정적 요소 하나로 상황은 역전되며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쓴 사람은 광명을 찾았다. 정도로 요약되는 기타 법정영화들은 이렇게 정의를 강조하고 사법체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대로 삐딱하다. 주인공은 속물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데블스 에드버킷’에 나오는 뼛속까지 사악한 악마 같은 변호사는 아니다. 물질을 탐닉하고 부를 추구하나 마음 한구석엔 자신의 변호로 인해 혹시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판결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나약함까지 내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 비겁하고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그가 지능적인 범죄자의 위협 속에 한마디로 뚜껑이 열리면서 대반전의 역전을 선사하는 내용을 가득 담아주고 있다. 기존의 법정 영화들이 보여줬던 법원이라는 한정적 무대에서 확정적인 증거와 화려한 언변으로 상황을 뒤집는 모습이 아닌 속칭 물밑 작업으로 피고이자 살인범인 변호인을 확실히 보내버린다. 이런 특별한 차별성만을 본다면 이 영화는 꽤 즐겁다. 하지만 더불어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괴리감은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유전무죄라는 극악의 상황에 몰린 인질범이 외치던 외마디 비명이 아닌 독보적인 사실 그 자체로 인정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