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출근하는 길에 새로운 가게가 하나 등장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커피전문점이 망해나간 자리에 깨끗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집이었다. 공사도 제법 오래 하는 것 같더니 이 가게의 공통된 인테리어인 원목느낌에 전면이 활짝 열리는 창을 만들어 놓고 몇 칠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이름값을 하는지 제법 손님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허나 우리 사무실과의 위치는 걸어서 10여분이기에 한번 시식이라도 하려면 퇴근길을 이용하거나 점심과 저녁시간 사이 출출한 간식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다 보니 길가다 군것질하는 것도 용의하지 않다. 더불어 요즘은 정시에 끝나는 일상인지라 아무래도 간식타임을 가지기도 여의치가 않았다.

토요일 그 기회가 왔더랬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직원들 입맛이 좀 떨어졌는지라 매콤한 떡볶이와 그에 준하는 기타 등등 분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자는 의견이 일치된 후 사무실 막내를 시켜 걸어서 10분 왕복 20분 거리의 새로 오픈한 그 집에 심부름을 보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온 막내는 양손에 가득 그 집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허나 뭔가 허전하다.

봉지 속에 있어야 할 떡볶이가 보이지는 않고 어묵과 순대, 튀김만 보인다. 홈페이지 속  그 지점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포장은 되었지만 미처 챙기지 못한 떡볶이가 카운터에 덩그러니 남아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허 이런.. 떡볶이가 주 메뉴인 집에서 떡볶이를 빼먹고 포장을 보내다니. 위치상 다시 방문하여 받아오긴 좀 뭐하다 말하니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다 퇴근 때 들리시면 꼭 전액 환불해 드리겠다며 거듭 사과를 한다.

일단 아쉬운 대로 나머지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퇴근시간에 그 가게를 방문했다.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신 죄송하다며 점심때 지불한 음식 값을 전액 환불해드린다며 금전 출납기를 연다. 이미 먹은 음식이 있기에 환불받기엔 내 입장이 좀 꺼림칙하여 그냥 돈 더 드릴 테니 떡볶이 2인분만 포장해 달라 부탁했다. 그러자 이 사장양반 그득그득 2인분에 어묵까지 포장해주며 한사코 돈을 안 받겠다고 손 사례를 친다. 그래도 오픈한지 얼마 안 돼 우왕좌왕 하다 그러신 것 같은데 이 돈 안 받으면 내가 미안하지 않냐고 했더니

“손님이 미안하시면 저흰 더 미안하잖아요. 이번엔 그냥 가시고 그냥 자주 들려주세요. 나중엔 더 맛있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하하”

어쩔 수 없이 난 떡볶이와 어묵을 양손에 가득 들고 퇴근하여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떡볶이로 저녁을 해결했다. 매콤한 떡볶이를 먹어서 그런지 심장까지 훈훈해졌다.

뱀꼬리 : 분명 대형 프랜차이즈 분식업으로 인해 지역 상인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집 바로 건너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나 불친절과 강매의 대명사인 또 다른 떡볶이 집은 마인드를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인정만으로 장사하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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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1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분식집까지 프렌차이즈니, 일반 분식집은 버티기 어려울거예요
그나저나 떡볶이 땡기기한 범인님 어쩌실래요. 흑
먹고파라

Mephistopheles 2011-06-14 12:28   좋아요 0 | URL
모든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그리고 모든 일반 분식집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우리가 일반 분식집에서 아쉬워했던 부분을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선 대부분 충족을 시켜주더군요.(메뉴, 위생, 친절함 기타등등). 아무래도 경쟁사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겠지요...^^

떡볶이는 직접 만들어 드셔보심이 어떠실지요..^^

개인주의 2011-06-1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프랜차이즈도 주인나름이더군요.
그런데 요즘 떡볶이 빼곤 만만한 음식이 없어지고 있어요.
어흑.

Mephistopheles 2011-06-14 12:29   좋아요 0 | URL
하긴 1000원짜리 김밥도 이젠 1300~1500인 물가에다가 좀 요기가 될만한 바깥 음식도 이젠 6000원이 평균이 되버리더군요. 다 올랐는데 월급만 안오르는 세상이다 보니..^^

토토랑 2011-06-1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프랜차이즈는 혹시 아딸? 일까요?
(내용과 상관없는게 궁금한.. 토토랑 이었습니다.. 왜 그게 궁금한거지..--;;;)

Mephistopheles 2011-06-14 12:29   좋아요 0 | URL
그 프랜차이즈가 아딸이라면 태그에 ㅇㄸ이라고 썼을 껍니다..^^

산사춘 2011-06-1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떡볶이 늠 먹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는 조폭 떡볶이랑 은평구 통나무집 떡볶이~
울 동네에도 ㄱㄷ떡볶이 생겼는데, 좀 걸어가야 해서 버텼어요.
하지만 메피님 덕분에 이제 투항해야 겠어요.

Mephistopheles 2011-06-14 12:31   좋아요 0 | URL
떡볶이는 만드는 사람마다 다 조금씩 틀린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고요. 언제 시간되시면 선릉역 1번 출구 나오면 있는 길거리 떡볶이 한 번 드셔보세요. 먹다가 욕나와요 너무 매워서...ㅋㅋ 그래도 전 어렸을 때 동네 시장에서 팔던 밀가루 떡볶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그런 맛을 내는 떡볶이 찾기가 힘들어요.

루쉰P 2011-06-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정만으로 장사를 하는 시대는 한참 지난긴 했어요. ^^ 예전 저희 동네에 정말 맛있게 하는 동네 떡볶이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이 없어진지 한 3년 됐거든요. 한 번 맛들인 곳이 없어져서 그런지 그 이후에는 별로 떡볶이를 먹은 기억이 없네요.
근데 태그가 더 웃겨요. '초심 잃지 마시구요.' ㅋㅋ

Mephistopheles 2011-06-15 10:06   좋아요 0 | URL
한번 맛을 들인 음식이 사라진다면 그 맛 찾기 좀 힘들긴 하죠.(아 갑자기 미스터 초밥왕같은 음식이 주제인 만화에서 주인공을 고뇌에 쌓이게 하는 추억의 맛 에피소드 생각이..ㅋㅋ)

초심은 중요해요. 언젠가 망해가는 음식점들 살려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이 지난 후 어떻게 장사들을 하시나 봤을 때 어떤 음식점은 굉장히 불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죠. 불과 몇 달전 먹고 살기 힘들다 눈물 짓던 그 가게 주인과는 저언혀 딴판의 모습을 보이더군요..^^

마늘빵 2011-06-1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언급한 떡볶이 이야기와 비슷하게, 집에서 가까운 동네 마트가 있는데 여기가 불친절해요. 그런데, 조금 더 가면 이보다 큰 대형 마트가 있어요. 여긴 프랜차이즈는 아닌데 대형이고, 많이 걸으면 큰 자본의 대형 마트가 또 하나 나와요. 가급적 동네 마트 이용해주고 싶은데, 너무 불친절해서 -가격은 둘째치고- 여기 대신 두번째 큰 마트를 가려고 합니다.

Mephistopheles 2011-06-15 10:08   좋아요 0 | URL
무턱대고 재래시장을 이용하자 영세상가를 이용하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봐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마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무턱대고 온정과 인정에만 매달리기엔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현실적이다보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