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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명장 관우 - The Lost Blades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삼국지연의 초반부에 원소와 조조의 대립했던 시기. 아직 세를 넓히지 못한 유비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정착을 못했을 때, 유비 휘하 걸출한 영웅이라 칭송을 받는 관운장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앙숙과도 같은 조조의 휘하에 기거했었나 보다. 그의 인품에 반한 조조는 계속해서 회유를 거듭했으나, 이(利보)다 의(義)를 따지는 관운장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의형이며 군주인 유비의 거취를 확인함과 더불어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관운장을 아쉽게 보내주는 조조와는 달리 그의 휘하 장수들은 생각이 달랐나 보다. 살려서 보내놓으면 뒤탈이 일어날 것이 뻔할 뻔자. 그리하여 관운장이 지나치는 다섯 군데의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을 시켜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의 관운장 에피소드 중 유명한 오관 돌파의 이야기이다. 무예가 출중한 그는 결국 막강한 조조의 장수(공수, 맹탄, 한복, 변희, 왕식, 진기)를 차례차례 격파하고 유비의 품에 성공적으로 돌아간다.
역사적 사실성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삼국지를 비롯한 모든 고대 이야기나 신화는 어느 정도 부풀려 있는 것이다 보니. 남자들 군대 다녀온 이야기보단 덜하겠지만 어느 정도 속칭 ‘뻥’이 결부된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삼국지연의 오관문 돌파에 등장하는 조조 휘하 장수들 중에는 가상의 인물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조금은 부풀린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제대로 각색해버리는 무모함을 보여준다. 한 손엔 청룡 언월도를 꼬나 쥐고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춧빛 근엄한 얼굴을 한 기골이 장대한 무인 관우의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웠으나 또 다른 인물에 눈이 간다.
기란 이라는 여인을 등장시켜 지금까지의 관운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를 선보인다. 여인의 신분 역시 범상치 않다. 식을 올리지 않은 관계지만 자신의 의형이며 군주인 유비의 명목상 첩실이라는 설정. 그리고 그녀와 관운장은 같은 마을 동향 사람으로 관운장이 흠모해 왔던 여인이라는 배경과 이를 이용해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조조의 모략까지 .의례 삼국지를 배경으로 삼은 중국 영화는 정형화된 액션 무림 활극일 것이다. 란 예상을 살짝 빗겨나가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렇게 특화된 소소한 설정과 관운장을 열연한 견자단의 액션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찾게 된다.
오히려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계속 곱씹게 만들어주는 관운장을 회유하기 위해 보여주는 조조의 행동과 말.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독대는 시대가 다른 현 시기에 적용 시켜도 전혀 무리가 없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형식과 틀을 벗어나 실리로써 민생과 나라를 다스리려는 조조와 의와 예를 중시하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관우는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일으키며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칭 소인배를 칭하며 대인배의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는 조조의 모습이나 의와 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적인 나약함까지 감내하는 관우의 모습에선 어쩌면 이상적일지도 모를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를 살짝 엿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관우의 장례를 치르는 조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여운이 오래간다.
‘그는 양의 탈을 쓴 늑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의 죽음에 유비, 공명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 또한 그 수많은 양 중에 하나일 뿐.’
억지스런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양의 탈을 쓰고 관우 같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늑대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