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계획은 이번 연휴 때 어디 서울 인근 펜션을 예약하고 잘 놀다 오려 했으나....계획대로 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불가능하진 않으나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틀려진다. 요즘 가끔 등장하는 진상 ‘갑’사무실은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이 진상 짓을 펼치셨기에 연휴 3일 동안 이틀 출근했다. 그리하여 2박 3일 어디 놀러갈 일정은 물거품이 돼 버렸고 대신 서울 일주를 하기에 이르렀다.
2. 언제나 그렇지만 남대문 시장은 활기차다. 조그마한 매장 한 귀퉁이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불편하기 보단 활기차 보인다. 가지가지 진기한 물건을 구경하는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끌려 나온 어린 아이들은 울상의 현장이 돼 버린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이런저런 물건을 하나하나 구입하며 봉다리 봉다리 들고 다니다 보니 점심식사 시간이 다가온다. 집에서 늦게 아침을 먹고 출발 하였기에 밥 생각은 없었지만, 시장판은 반이 밥판이 되버린다. 특히 자주 가는 지하수입상가 계단 아래 있는 국수집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국수 한 그릇을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다.
3. 인사동을 가기 위해 거쳤던 서울광장은 꽤 시끄러웠다. 안에서 무얼 하는지는 인파들 때문에 보이지 않았으나,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거칠고 쉰 목소리를 통해 집회의 성격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xx고엽제 피해자, xx지역 해병 전우회가 새겨진 봉고차를 보고 오늘이 현충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 역시 어떤 내용의 집회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4. 서울광장을 거쳐 빙글빙글 돌다 겨우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고 나니 종각에 위치한 종로타워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여기 주차비가 겁나 비싼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섰으나 지하 2층에 위치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주말이나 공휴일엔 3시간 무료 주차 도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종로타워를 나와 인사동까지 정겹게 이어진 구불구불 골목길을 통해 인사동에 진입했다.
공휴일 차 없는 인사동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주니어에겐 떡처럼 늘어난다는 터키식 아이스크림을 하나 앵기고(이때쯤이며 걷는 게 지겹다고 짜증을 내기에 미끼를 하나 던져주면 조용해진다.) 한글과 영어를 섞어 아들 이름으로 도장하나를 맞춰줬다. 왔다 갔다 하며 마님껜 목걸이 하나. 버글버글 인파들로 넘치는 쌈지길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에 팽이하나를 노점상에서 구입했다.
이제 조만간 인사동에 자리 잡고 있는 길거리 노점상은 사라진다고 한다. 도로정비와 주변상인들의 피해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충안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보고 싶다. 오늘도 인사동 입구엔 용역으로 보이는 인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무언가를 들고 있다. ‘종로구는 절대 무리하고 강압적인 노점상 정리계획을 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곤 하지만 현실은 글쎄다.
5. 인사동 끝자락에서 길을 건너면 존재하는 북촌마을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너무 많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