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만 뒀지만 같은 회사에 다녔던 B라는 직원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고 심성은 착한데 약간의 허영과 ‘척’이 조금은 문제였던 직원이었다. 이런 B가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을 때 연애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지라 단순 연애가 아닌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나는 것 같았다. B는 나에게 가끔 이런 부탁을 하곤 했다.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 없나요? 혹은 어디 음식 맛있게 잘하는 집 없나요? '
그래도 결혼을 하기 위해 연애를 한다고 하는데 소소하게 도움이나 주겠다고 내 나름대로 알고 있는 정보력을 통해 이곳저곳을 알려주게 되었다. B는 애인과 함께 내가 알려 준 곳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결혼날짜를 잡고 B는 애인을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주게 되었다. 가볍게 밥 한 끼 먹고 커피 한잔 하는 시간에 B의 애인한테서 이런 말이 나왔다.
‘B씨는 아는 게 참 많아요. 서울 여기저기 곳곳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 맛있게 하는 집을 얼마나 잘 아는지 몰라요.’
곧이어 B의 대꾸가 튀어 나온다.
‘이왕이면 같은 값에 분위기 좋고 이왕 사먹는 음식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음식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지.’
조금 어이가 없다고나 할까. 사실 B가 떠들은 대꾸는 내가 이런 저런 곳을 찾아다니는 이유를 얼마 전 B가 묻는 대꾸에 답변한 내용과 토시하나 안 틀렸으니까. 더불어 B의 애인은 아마도 B의 그 대단한 능력이 온전히 B 자신의 것이라는 굳게 믿는 모양이었나 보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B는 나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저기.....상견례 날짜 잡았는데 어디 분위기 좋은 곳 없나요?’
나의 간결하고 짧게 대꾸해줬다.
‘늬가 알아봐 임마. 가격대 성능비 좋은 곳으로..’
연애하느라 결혼 준비하느라 콩깍지가 두껍게 눈두덩을 누르고 있더라도 그 얌체 짓이 좀 도가 지나친 것 같았다.
마님이 얼마 전 드디어 핸드폰을 교체했다. 워낙에 노후되고 여기저기 잔고장이 잔뜩 나버린지라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아이폰 4로 교체하게 되었다. 보름이나 한 달이 걸릴 거 란 예상을 깨고 동네 대리점에서 단 이틀 만에 나오는 기현상을 목격했다. 아이폰을 받아 온 후 이것저것 어플을 깔다 그 유명하다는 카카오 톡을 설치하니 마님이 등록한 전화번호에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떠듬거리며 채팅까지 성공하신 마님은 후배의 묘한 언급에 나에게 질문을 날리신다.
‘아이폰이 후졌어?..왜 아이폰 샀냐고 그러네..? G뭐시기가 최고라는데..?’
확인해준 문구를 보니 몇몇 후배들이 S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어느 후배는 G뭐시기2가 나오는데 왜 아이폰으로 샀느냐는 문구가 눈에 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한국 사람이 한국제품 써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 난 조금의 시간을 들여 마님께 조근조근 설명해줬다.
‘마산 아구집이라는 간판의 상호가 마주보고 있는데. A라는 집은 오랜 전통과 변하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데 오래된 가게다 보니 인테리어가 노후되었고 B라는 집은 A의 맛을 따라하는 집인데 인테리어는 참 근사하고 화사해. 그런데 메뉴를 매일 바꿔. 같은 가격이면 어느 집에서 아귀찜을 먹을까?'
마님의 답변은 당연히 A.
요즘 신문들을 보면 스마트 폰에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곤 한다. 특정기업의 특정 상품은 대단히 추켜세우며 상대적으로 경쟁회사 제품은 이런저런 흠집을 잡고 단점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모 기업 홍보실에서 기자 상대로 보도문건을 발송했던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던지라 무슨 내막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걸 노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앞서 말했던 직원 B와 S사의 스마트폰은 그 맥락이 비슷해 보인다. 누가 봐도 A사를 지나치게 카피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오히려 카피의 대상인 원조 제품보다 자사의 제품이 더 뛰어나다는 듯 한 광고와 신문기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곤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그 창조의 원조까지 무시해버리는 듯 한 얌체 짓은 월드베스트라고 칭하는 모 기업이 취하는 모션치곤 참으로 졸렬하고 민망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더불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쥐 같은 기기 출시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