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에 그렇게 화재를 끌었던 슈스케(슈퍼스타 K)라는 케이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소위 스타라는 사람들의 이름은 익히 들어 왔다.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이 대회의 우승자 허 각. 모든 면에서 우월했으나 마지막 뒤집혀진 존 박. 재기발랄해 보이는 강 승윤. 그리고 독특한 음색을 보유하고 있는 장 재인. 이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대회는 보지 않았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이내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왔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렇게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를 통해 접하게 된 인물들 중 주말 저녁 그리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로소 비디오로 만나게 되었다.
주인공은 장 재인.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장 재인이라는 인물과 세 번을 만나면서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번째 만남에서 그 녀는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보이는 젊은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커다란 기타가방을 등에 배낭처럼 메고 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은행출금기 앞에서 통장을 바라보는 뒷모습. 곧이어 제작진과의 조우.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장 재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피드백적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목표로 삼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한 방향에 쏟으면서 일어나는 부작용에 대해. 그것이 급우들과의 거리감과 왕따, 괴롭힘을 넘어서 자퇴에 까지 이르게 된 과거 이야기. 그리고 서울 홍대 앞 클럽을 전전하며 인디 뮤지션으로써 차츰차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들어 준 오디션 프로그램 이야기.
약간은 어눌한 듯, 엉뚱한 듯, 제작진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소박함에 언제부터인가 흠뻑 빠지게 돼 버린다. 곧이어 유명작곡가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며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 보이기까지 한다.
제작진의 부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추운 날씨 얼은 손을 녹여가며 홍대 길거리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그녀 주변엔 차가운 입김을 뿜어내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며 그녀의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 그리고 다시 돌아온 소극장 작은 무대에서 밀착된 관객 앞에서 많이 틀렸음을 시인하며 그렇게 빤히 자기를 쳐다봐 주지 말라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그녀.


우리들은 그녀를 신데렐라. 라는 동화 속 인물과 비유하곤 하지만 난 그 비유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느 누구보다 준비와 연습을 쌓아왔고 자기에게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그녀가 어찌 신데렐라와 동격으로 취급 받을 수 있을까.

이 다큐멘터리에서 장 재인이라는 자막 옆에는 가수라는 명찰보다 더더욱 근사한 이름을 선사해준다.
‘싱어 송 라이터’
난 그 녀가 자신의 노래를 쓰고 만들고 불러주며 오래오래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혹은 자신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 말이다.

뱀꼬리 : 나보다 훨씬 어린 그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배운 다큐멘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