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님과 즐겨보는 미드는 프린지와 슈퍼내추럴이다.
프린지는 X파일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겠고 슈퍼내추럴은 주인공인 윈체스터 형제의 미모 때문에 마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고로 마님과 내가 공통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프린지가 되겠다.
전체적인 진행방식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사고를 과거 잘나갔던 매드사이언티스트 월터라는 과학자와 그의 아들 피터, 그리고 FBI 수사요원 올리비아가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잔재미를 듬뿍 주지만 어제 같은 경우 꽤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봤기에 포스팅 해보고자 맘을 먹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열차 한 칸에 타고 있던 승객이 전원 돌연사를 하면서 일어난다. 한꺼번에 일어난 심장마비증상을 보인 집단살인사건.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사망시간 후 급하게 열차를 빠져나가는 한 인물이 CCTV에 잡힌다.
이미 에피소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열차를 빠져나간 인물은 MIT에서 천체물리학을 가르치던 팩 박사였고 그의 자택을 급습하는 FBI는 팩 박사를 연행하기 직전까지 몰고 간다. 하지만 그에겐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사실이 검거 그 순간에 발휘된다. 그가 수년간 연구한 타임 슬립. 다시 말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능력을 발휘해 초반에 보여줬던 열차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타임 슬립 능력 때문에 에피소드는 도돌이표를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관 올리비아는 단지 '데자뷰 현상 같다.'라는 오묘한 말만 남기고 팩 박사의 타임 슬립의 쳇바퀴에 놀아난다. 사건의 단서를 가지고 발단을 추리하던 윌터는 그가 타임 슬립을 이용한다는 사실과 그가 진정 가고자 했던 시간은 열 달 전인 약혼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던 그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월터의 한 가지 비밀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월터 역시 금기시된 다른 차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미 어렸을 때 잃은 친아들 피터를 다른 차원에서 데리고 온 과거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월터가 발견한 다른 차원은 이곳의 세계와 판박이인 세계. 지금 옆에 있는 피터는 다른 차원의 인간이란 소리.) 팩을 포위한 FBI가 진입을 시도하기에 앞서 월터는 자신이 그을 회유하겠다며 그의 연구실에 단독으로 진입한다. 여기서 월터와 팩이 나누는 대화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팩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며 무리하게 타임 슬립을 하려는지 이해하는 월터는 타임 슬립으로 인해 주변의 생체에너지를 죄다 소모하게 된다는 사실(초반 열차에서 집단 살해가 자연스럽게 해석)과 당신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원하는 결말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월터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 이미 죽은 아들을 빼내온 이야기를 고백하며 회유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과거 자신의 이런 연구가 지금은 후회가 되며 그때 믿지 않은 신의 존재를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었으며 이런 무모한 연구들의 결과에 대한 죄책감에 괴롭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더불어 신이 나를 용서한다면 이 엄동설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하얀 튤립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런 월터의 회유에도 팩은 '과학이 신이다.'란 말을 남기며 진입하는 특공대를 따돌리고 월터의 새로운 계산방식을 도입하여 그가 그토록 원하던 열 달 전 약혼녀가 차사고로 죽기 바로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결말이 꽤 감동 깊다. 과거로의 타임 슬립에 성공한 팩은 월터에게 하얀 튤립이 그려진 편지를 열 달 후 받아 볼 수 있게 보내고 어쩌면 팩이 원했던 약혼자와 영원히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한다. (사고가 나기 직전 차에 동승하여 함께 죽는다.) 현재로 시간이 돌아와 배달된 편지를 개봉하며 단순하게 그린 하얀 튤립을 받아 본 월터는 나지막이 흐느낀다.

채 한 시간이 될까말까한 미드의 한 에피소드에서 함축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긴 꽤나 어려울 텐데 내가 어제 본 프린지의 에피소드 ‘하얀 튤립’은 아마도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