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마님은 엄청난 잔소리쟁이였다. 연애시절엔 그러하지 않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그동안 옵션품목으로 탈착이 가능한 잔소리기능을 장착하시고 엄청난 잔소리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니까 나는 마님이 이런 잔소리쟁이 인줄 모르고 결혼을 했다는 소리다.
(그래 솔직히 대부분의 남자가 그러하겠지만 마님과 연애할 때 정말 젠틀하고 깔끔하고 시크 했다. 마님과 데이트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때 빼고 광내고 향수 처바르고 아주 꽃단장을 했더랬다. 하지만 결혼을 하니 이런 데코레이션 과정이 자연스럽게 빠져 나갔다. 아마 마님의 잔소리의 시작은 이때부터였지..)
벌써 10년째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이제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투닥투닥 이리저리 부딪치고 살다보니 서로 맞춰가며 사는 사이가 돼버렸다. 축구장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이 서로의 소통을 위해 소리 지르고 대화하는 과정이 이미 생략된 채 그냥 눈빛만 교환하면 무슨 행동을 할지 말을 하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 마님이 이제 만성이 된 거지. 얼마 전 처갓집에서 하루 자고 왔더니만 하는 소리가. 늬 코고는 소리가 안 들리니까 신기하게 잠이 안 오고 불안하더라. 라고 하신다.)
유행가 가사야 어리고 젊은 깜찍한 커플들의 닭살스런 멘트 작렬하는 가사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지만. 이미 결혼 10년차인 우리 마님과 나는 저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무지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이 부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 한 잔소리.
아주 징하게 공감한다.
참고로 우리 마님은 눈에 힘주고 겁주면 제법 무섭다. 깨갱..
더불어
사랑하다 말거라면 안 할 이야기
누구보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
화가 나도 소리 쳐도
마님의 잔소리까진 달콤하지 않다. 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