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중 남자라면 필수코스 중에 하나인 면도를 하고 있었다. 주말에 부성부성, 삐죽삐죽 돌출한 수염을 밀고자 면도거품 얼굴에 쳐 바르고 조심스럽게 면도날을 들이대고 대패 밀듯 한 커플씩 면도거품을 벗겨내고 있다가 살짝 삑사리가 나버렸다.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댄장,댄장, 막장, 우라질을 연발하며 남은 면도거품을 마저 거둬내고 상처를 살펴보니 한 방울의 헤모글로빈이 맺혀 있는 것이 목격된다. 깨끗하게 물로 한번 씻어내고 휴지 쪼가리를 하나 만들어 척하니 붙이고 부랴부랴 집을 나왔다.
사무실로 오는 중 어느 정도 피가 멎었겠지 하고 나의 아름다운 미중년의 얼굴(어이 거기 몇몇분들...웃자고 하는 소립니다..)에 붙어있는 티끌 하나 역할을 했던 휴지 쪼가리를 뜯어내고 사무실에 들어와 거울로 확인했더니....
이게 생각보다 크게 베어버린 것 같이 붉은 딱정이가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멀고 먼 옛날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면도날이었다면 이리 크게 상처가 나지 않았을 것인데 내가 요즘 쓰는 면도날은 박지성이 열심히 선정하는 5+1 면도날이다 보니 같은 상처라도 5개의 칼날이 훑고 지나간 것. 그리하여 이정도의 상처가 났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예리하고 잘 깎아주는 면도날이 흉기로 돌변하면 이렇게 생각보다 커다란 상처를 내기도 한다. 날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보다. 이게 어디 면도날 뿐이겠는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