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중 남자라면 필수코스 중에 하나인 면도를 하고 있었다. 주말에 부성부성, 삐죽삐죽 돌출한 수염을 밀고자 면도거품 얼굴에 쳐 바르고 조심스럽게 면도날을 들이대고 대패 밀듯 한 커플씩 면도거품을 벗겨내고 있다가 살짝 삑사리가 나버렸다.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댄장,댄장, 막장, 우라질을 연발하며 남은 면도거품을 마저 거둬내고 상처를 살펴보니 한 방울의 헤모글로빈이 맺혀 있는 것이 목격된다. 깨끗하게 물로 한번 씻어내고 휴지 쪼가리를 하나 만들어 척하니 붙이고 부랴부랴 집을 나왔다.

사무실로 오는 중 어느 정도 피가 멎었겠지 하고 나의 아름다운 미중년의 얼굴(어이 거기 몇몇분들...웃자고 하는 소립니다..)에 붙어있는 티끌 하나 역할을 했던 휴지 쪼가리를 뜯어내고 사무실에 들어와 거울로 확인했더니....

이게 생각보다 크게 베어버린 것 같이 붉은 딱정이가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멀고 먼 옛날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면도날이었다면 이리 크게 상처가 나지 않았을 것인데 내가 요즘 쓰는 면도날은 박지성이 열심히 선정하는 5+1 면도날이다 보니 같은 상처라도 5개의 칼날이 훑고 지나간 것. 그리하여 이정도의 상처가 났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예리하고 잘 깎아주는 면도날이 흉기로 돌변하면 이렇게 생각보다 커다란 상처를 내기도 한다. 날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보다. 이게 어디 면도날 뿐이겠는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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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2-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흠다운 중년의 얼굴에 생긴 티끌 인증샷을 요청하고 싶어라....

Mephistopheles 2010-02-22 21:3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찍었습니다만..............
심히 손상된 피부트러블로 인해 검열에 걸렸습니다..므흐흐

L.SHIN 2010-02-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한다면,
역시 한 번의 충격에 +5가 되어서 올까요? ^^

Mephistopheles 2010-02-22 21:33   좋아요 0 | URL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강도와 개수가 아니더라도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제법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2010-02-22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10-02-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서야 제목이 이해가 되는....

Mephistopheles 2010-02-22 21:34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렇듯 제목따로 내용따로 노는 페이퍼인지라......

비연 2010-02-2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버는 버그네요...태그땜시(알흠다운..ㅋㅋ)

Mephistopheles 2010-02-22 21:35   좋아요 0 | URL
태그를 쓰면서 제 손발이 다 오그라들더군요.

루체오페르 2010-02-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기면도기가 좋은 저입니다.^^;

ps : 영국,아일랜드,IRA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영화는 보이는대로 보고있는데
추천해주신 작품중 '헝거' 와 '마이클 콜린스'를 구해보았습니다. 울림이 있더군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혹시 최근작중 제목기억안나고;(IRA에서 영국경찰 도와주는 청년 실화), '천국에서의 5분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재밌는건 마이클 콜린스에서의 리암 니슨은 구국영웅이고 천국에서는 URA(얼스터 구국 청년단?) 대원이더군요.ㅎㅎ 주제도 그렇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겹치는 면이 있어 마음이 짠합니다.

Mephistopheles 2010-02-25 10:42   좋아요 0 | URL
전 헝거의 울림이 꽤 컸어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 굶어 죽겠다는 결심은 굉장히 극단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 이면에 일반사람같은 알기 힘든 그 무언가는 분명히 느끼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 아일랜드와 영국의 충돌의 역사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많이 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