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당일 갈고리 의수를 가진 남자에게 자신의 유일한 사랑이며 아내가 될 엘리느를 잃은 ‘반’ 이라는 남자의 복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흔하다 흔해..) 매 회를 거듭할수록 이 사내를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이것도 역시 흔하다 흔해..) 마찬가지로 갈고리 의수를 가진 남자에게 오빠를 납치당한 웬디(우잉? 웬디..?)라는 소녀를 만나 동일 목적을 가지고 동행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그의 복장은 결혼식 날 입었던 턱시도 복장으로 일관되어진다.

왼쪽이 주인공 반, 오른쪽이 여주인공 웬디양..아니 웬디. 큰 키에 술렁술렁 헛점투성이, 온갖 조미료를 죄다 뿌려 먹어버리는 특이한 식성. 복수의 과정에선 눈빛이 돌변. 이런 허점투성이 남자에게 지상 최강의 갑주 '단'이 주어지고 최강의 파워를 자랑한다는 이이러니함이 매력적이다.
메카닉이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러 공통적인 요소는 두루두루 겸비하고 있어 식상함이 바로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계관 자체가 지구는 멸망하여 흔적조차 사라졌고 범죄인 행성으로 조성된 인위적인 행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근본뿌리가 범죄자들이기 때문인지 폭력과 살육이 난무하는 분위기 속에 초반 악인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은 갈고리 의수의 남자의 계획은 단순히 살인마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달의 이면에 숨겨진 지구문명의 마지막 결정체인 마인드 컨트롤 시스템을 끌어들여 범죄와 악의가 없는 평화로운 인류로 다시 리셋시킨다.는 원대한 포부. 그가 늘여놓는 궤변은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죄악에 근사한 면죄부를 형성해준다. 그와 동조하는 행성자체 보안 시스템 오리지널 세븐이라는 최강의 갑주(애니에서 흔히 보는 거대 로봇. 사용자의 염력으로 작동)의 소유자들로 인해 지도자의 의미를 넘어서 구세주와 교주로 묘사되어 진다. 그리고 그와 반동적인 단체의 상징적 인물인 오리지널 세븐의 결원 멤버이며 주인공인 ‘반’과의 충돌을 26화라는 긴 시간동안 지루함 없이 보여준다.
묘하게 설득력 넘치는 궤변에 반의 순수한 의미의 사랑하는 사람의 복수가 완성이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그 과정 중에 제법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돌출하곤 한다. 갈고리 의수의 남자에게 동화된 오빠를 보고 자신의 오빠를 저지하며 웬디는 이런 말을 한다.
‘행복하기만 하고 고통과 불행이 없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세상인가.’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반의 일행들은 걸림돌이고 방해물일 뿐이라는 착각이 들긴 했지만, 아직 인류에게 순수한 행복만이 추구되는 유토피아는 애니에서나 현실에서나 버거울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돼 버렸다.
뱀꼬리1. 심각한 분위기만을 보여 주기 전 이 애니는 제법 개그적인 요소가 많이 심어져 있어 유쾌하게 볼 수 있다.
뱀꼬리2 : 유명가수들이 부른 오프닝 곡 하나 없이 26화 동안 일관적인 오프닝은 제법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