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달인가 밝혔던 소장마마 직원정리 사항이 조용하기에 그냥 없던 일로 해주세요. 가 되는 줄 알았더니 어제 칼같이 직원 한 명이 잘려나갔다. 이런저런 어떤 수순이 정해졌는지는 베일에 가려지고 안개에 쌓여있는지라 왜 이리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졌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참 거시기하다.
일단 잘려나간 직원은 인천에서 멀고 먼 출근길을 마다않고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게 사무실을 다닌 직원이었다. 문제는 그것 하나만 평가치 에서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말하기 미안할 정도의 학습능력을 보여줬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좀 미숙해도 다른 무언가로 모자란 부분을 충당하면 어느 정도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일처리뿐만이 아닌 그걸 대체해 줄 다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모자랐던 것이 정리해고의 이유라고 둘러대고 싶다.
실장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눠보니. 이미 한 달 전 통보를 했기에 다른 직장을 찾아 볼 시간은 충분히 인식시켰다고 하신다. 그런데 사무실이 한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동안 지켜본 그는 어떤 대비책이나 방도를 모색하는 모습을 감지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항이 나 뿐이 아니라 인사권한을 가진 윗사람들 눈에도 분명 감지가 되었을 터이고, 직원 한 명이 곧 지출인 이 바닥에서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며 유용하지 못한 인력관리는 독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기에 결단을 내린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란 이유가 둘러졌지만,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에 직원들은 모두 그 이유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 단지 해고 통보를 받고 짐을 싸고 황급히 사무실을 떠나는 그 직원의 얼굴색이 흙빛이었다는 것만이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라건대 개인의 능력을 좀 더 향상시켜 보란 듯 다른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길 바랄 뿐이다.
역시 사회는 기본 이상을 장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하며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