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달인가 밝혔던 소장마마 직원정리 사항이 조용하기에 그냥 없던 일로 해주세요. 가 되는 줄 알았더니 어제 칼같이 직원 한 명이 잘려나갔다. 이런저런 어떤 수순이 정해졌는지는 베일에 가려지고 안개에 쌓여있는지라 왜 이리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졌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참 거시기하다.

일단 잘려나간 직원은 인천에서 멀고 먼 출근길을 마다않고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게 사무실을 다닌 직원이었다. 문제는 그것 하나만 평가치 에서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말하기 미안할 정도의 학습능력을 보여줬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좀 미숙해도 다른 무언가로 모자란 부분을 충당하면 어느 정도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일처리뿐만이 아닌 그걸 대체해 줄 다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모자랐던 것이 정리해고의 이유라고 둘러대고 싶다.

실장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눠보니. 이미 한 달 전 통보를 했기에 다른 직장을 찾아 볼 시간은 충분히 인식시켰다고 하신다. 그런데 사무실이 한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동안 지켜본 그는 어떤 대비책이나 방도를 모색하는 모습을 감지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항이 나 뿐이 아니라 인사권한을 가진 윗사람들 눈에도 분명 감지가 되었을 터이고, 직원 한 명이 곧 지출인 이 바닥에서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며 유용하지 못한 인력관리는 독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기에 결단을 내린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란 이유가 둘러졌지만,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에 직원들은 모두 그 이유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 단지 해고 통보를 받고 짐을 싸고 황급히 사무실을 떠나는 그 직원의 얼굴색이 흙빛이었다는 것만이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라건대 개인의 능력을 좀 더 향상시켜 보란 듯 다른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길 바랄 뿐이다.

역시 사회는 기본 이상을 장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하며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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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0-01-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취향은 메피님과 동족인데 그래도 저 분은 새해부터 참 안 됐네요.

Mephistopheles 2010-01-13 16:5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결국 본인 자신의 문제이긴 하기도 하겠죠. 입사한지 반년이 되었는데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어요.

머큐리 2010-01-1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Mephistopheles 2010-01-13 16:51   좋아요 0 | URL
냉정하죠. 자신의 값어치를 못하는 건 자신의 문제이지만....
그 모자람만큼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가다 보니 아마도 이런 결론이 나왔나 봅니다.

2010-01-1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1-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깜찍발랄샤방샤랄라이쁜아가씨도 구우사마(가 맞던가요.. --a) 인가요?

Mephistopheles 2010-01-13 16:54   좋아요 0 | URL
일종의 접대용 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ㅋㅋ

2010-01-13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0-01-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능한 인간이 제일 싫어요. 무능한 인간은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거든요. 그런데 무능한 주제에 휴머니스트? 이건 더 역겨워요. 사무실에서 짤린 분이 제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네요. 제가 살인청부업자여서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한다면 저는 무능한 주제에 지각 안 하고 성실하게 회사 다닌 그 직원을 고르겠어요.

Mephistopheles 2010-01-13 16:5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좋게 이야기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보고 싶기도 해요. 단지 적성에 안맞기 때문이라고요..^^ 아마 본인 스스로 모자란 것이 무언지 느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을 세우겠죠. 그게 아니면 줄님 말씀처럼 무능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카스피 2010-01-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란 결국 실적이라고 할수밖에 없지요.슬프지만 자신의 프로페셔날함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젠 도태되는 세상이니까요.일차적으로 주변분들한테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 그분한테 제일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취직하가 어려운때에 무능한 사람이 취업할리도 없지마는 만약 그런 사람을 뽑았다면 그 회사가 무능한거지요.
유능한 사람을 무능한 바보로 만드는것은 무척 간단합니다.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자만 4개국어를 유창히 하는 여직원을 뽑아놓고(이 여직원은 국제사업부분에 가길 희망했다고 하더군요),내수파트에 보내서 팩스심부름과 복사등을 시키면서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들들볶았다고 하더군요.그런 스트레스를 받아선지 이 여직원은 멍 때리게 되고 결국 1년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 사람 바보만드는것은 무척 간단하지요.근데 과연 무능한 부하직원이 무능한 상사보다 더 많을까요?개인적으로 무능한 직원은 교육이라도 가능하고 회사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지만 무능한 상사는 유능한 직원을 무능하게 만들고 회사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합니다.

Mephistopheles 2010-01-13 17:05   좋아요 0 | URL
글쎄요 카스피님 말씀이 틀리진 않지만 제가 다니는 사무실, 모든 사무실이 그렇겠죠. 입사하는 직원의 뒷조사를 하지 않은 이상 이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알수가 없지 않을까요. 우리쪽 업계는 바닥이 좁아서 그런 일도 종종 있기는 해요. 전에 다녔던 사무실에 아는 사람 있으면 전화 걸어 뒷조사를 하죠. 평판이 어떠했는지... 그런데 사실 이건 좀 치사한 방법이기도 하죠 회사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한 사람이 지나온 길을 타인의 의견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결국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거죠. 사실 사람 많이 접하다 보니 딱 보름에서 한 달정도면 일하면 윤곽이 잡힙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결정이 되겠죠. 다듬고 가르켜줘서 발전의 기미가 보이면 계속 같이 일하는 것이고 전혀 그런 기미가 안보인다면 안좋은 결말로 가겠죠.

저 역시 카스피님처럼 무능한 상사 원망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제가 나이가 들고 그 상사라는 위치에 있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결국 직원들에게 유능하고 완벽한 상사로 보이긴 생각보다 대단하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죠. 상사의 위치가 직원들도 보살펴야 하고 회사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부하직원들에게 욕을 잔뜩 먹는 상사가 오너에겐 실력으로 충분히 어필이 된다면 오너의 입장에선 뛰어난 직원이 되기도 하니까요. 무엇이라 확실히 정의하기 어려운 명제가 아닐까 싶은걸요..

마노아 2010-01-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늘 빈축을 사는 그 민폐형 직원 분은 이번에도 살아남으신 건가요?

Mephistopheles 2010-01-13 17:08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는 남아있긴 하지만, 어찌될진 아무도 모르겠죠..^^ 어제 사직한 직원도 날벼락처럼 나갔으니까요. 근데. 마노아님이 말씀하신 그 분은 통보 후 좀 비굴모드셨다더군요. 어찌될진 아무도 모르겠죠.

BRINY 2010-01-15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2010-01-1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1-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좀 살벌하고 무시무시하네요.찬바람이 쌩쌩!

Mephistopheles 2010-01-14 00:22   좋아요 0 | URL
대화요? 댓글이요? 무엇이던간에 살벌하고 무시무시하기까지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1-14 16:57   좋아요 0 | URL
살인청부업자...무서워요.

Mephistopheles 2010-01-14 23:29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렇다면 니키타를 그려보면 되겠군요...^^

L.SHIN 2010-01-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나 기업이나 체제나 .. 모든 것이 발전이 없으면 잘리기 마련이죠.
사람은 회사로부터,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체재는 새로운 체제로부터...
전자를 A라 하고, 후자를 B라 한다면, 그 반대로 B때문에 좋은 A가 사라지기도 하죠.
그 어느 쪽에도 명확히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이군요.(웃음)

Mephistopheles 2010-01-14 14:34   좋아요 0 | URL
우리쪽 업계에 가장 시급한 사항은 '맨파워'에요. 직원 하나하나가 숙련된 노하우가 바로 맨파워로 이어지는 경우인데, 그 하나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죠. 그걸 방치하는 오너는 존재하지 않을꺼라 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