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사회생활 2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요즘 제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니라 대학 선배 때문입니다. 제게 고민을 안겨준 대학선배는 저에겐 참 고맙고 소중한 분입니다. 어쩌면 친형보다도 더 소중한 분일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시절, 그냥 점수만 맞춰 적성도 고려치 않은 전공은 따분하고 암울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방황하는 저를 2년 선배인 그 분은 다잡아주셨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했기에 자취를 하기 시작했고 남달리 외로움을 타는 저는 적성에 맞지 않은 전공과 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독감에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때마다 그 선배님이 언제나 절 보듬어 주시고 혼자 사는 자취방에 가끔 소주와 반찬거리를 들고 나타나 저를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셨습니다.(아 남자선배입니다. 그리고 이성애자입니다.)
이렇게 암울했던 저의 대학시절이 아마도 그 선배로 인해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 했나 봅니다. 덕분에 전 좀 더 씩씩해지고 밝아진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학과 공부도 잘했던 그 선배 덕분에 비록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 덕분인지 장학금도 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크게 한 턱 쏘려고 했지만 그 선배가 먼저 선수를 치더군요. 돈 함부로 쓰지마라. 늬 집 형편 내가 뻔히 아는데 어렵게 탄 장학금 허투루 쓰면 안 된다면서요. 이렇게 그 선배 덕분에 제 대학생활은 아마도 제 청춘시절에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비교적 좋은 성적에 졸업을 하고 아주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평판 좋고 장례가 확실한 직장으로 취업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건 그 선배 덕분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반대로 선배는 졸업 후 그리 좋지 않았나 봅니다. 선배 역시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나름의 능력을 평가받는 위치에 까지 오르긴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도박이었습니다. 중독성이 강한 도박에 말입니다. 어쩌다 주말에 전화하면 핸드폰 끊어져 있고 이틀 동안 연락두절인 상태가 계속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정선 카지노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제가 전화 통화나 직접 만나서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짜증을 내거나 싫은 내색은 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도박에 빠진 제 친형 같은 고맙고 감사한 선배를 도박이라는 것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A
참 난처하고 고민스러우시겠습니다. 그래도 님 같이 옛 은혜를 생각하며 그 고마움에 무언가 보탬이 되고자 이런 질문을 올리시는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 사회는 살만한 사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배가 도박에 빠진 건 그리 긴 시간이 아닌 듯합니다. 충분히 그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보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회유하는 방법이 최선이겠지요. 그리고 혼자서 힘에 부친다면 그 분과 가까운 가족에게 알리는 방법도 하나일겁니다. 동문들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취할 시 중요한 사항이 하나 존재합니다. 공개적으로 이 모든 과정이 노출되는 경우 그 선배를 도와주겠다는 취지는 경우에 따라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박에 빠진 선배의 잘못인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분이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닙니다. 님이 선배를 사랑하는 만큼 선배가 잘못된 행동도 어느 한편으로 이해와 더불어 보듬어 줘야 합니다. 자칫잘못하여 개도와 선도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면 두 분의 관계는 예전처럼 회복하기 힘든 순서로 돌입할지도 모릅니다. 고맙고 소중한 선배인 만큼 선배가 상처를 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