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워즈 - Summer Wa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조금만 틈을 내서 주변사람들을 살펴보자. 내비게이션을 보고 길을 찾아 운전하는 사람이나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에 붙어 있는 사람, 핸드폰을 이용하여 현란한 엄지 손놀림을 보이는 여고생들, 게임 속의 아바타나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들. 결국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위대한 과학 발전의 현재 진행형의 모습을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라 보고 싶다. 팡파르를 울려도 모자람이 없는 현대 인류 역사상 눈부신 업적이라 해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이왕 짬을 낸 것 조금만 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인 ‘가족’의 범위에서 위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팡파르를 울리고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무언가 뻘쭘해진다.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준 어쩌면 새로운 산업혁명인 인터넷은 인간사회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과의 관계를 대비시켜 보면 글쎄? 라며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것들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자신의 형제와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의 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건 우리들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다반사가 되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까지 도달한 걸지도 모른다.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내 마음 속에 단발머리 여고생이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올 여름 ‘썸머 워즈’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 것이 아니다. 앞에 장황하게 늘어 논 저 뻔 한 이야기를 감독의 색깔과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다분히 천재적인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겐지는 짝사랑하는 얼짱 선배 나츠키의 황당한 아르바이트를 여름방학시기와 맞물려 부탁받게 된다. 바글바글 대가족의 일원인 나츠키의 가짜 애인 역할을 맡아 달라는 것. 상대적으로 단출한 핵가족의 일원인 겐지가 나츠키의 가족 속으로 흡수되며 러브러브 라인을 부각시켜준다면 맹맹한 스토리로 전락해버렸을지 모르겠지만 이 아날로그적인 인간과 가족의 테두리에 강력한 전 세계적인 넷망을 구축한 ‘오즈’라는 발전된 디지털적인 시스템의 폭주를 접목시키며 영화의 주제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전개를 거치는 영화를 보며 주연이라 보여주는 청춘남녀의 모습보다 부각되는 인물 하나를 찾게 된다. 어쩌면 극단적 위기의 순간 나츠키네 가족의 수장격인 할머니 사카에의 행동과 모습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에 대해 많은 부분을 표현해주고 있다.

옛날 사람, 구식의 표본이라 해도 무방한 90살의 할머니는 살아온 세월만큼 현명한 안목과 더불어 넓은 포용심과 강력한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에서 잊었거나 마주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다 호들갑을 떨며 흥분할 때 결단력 있게 가족들을 규합하는 모습과 낡은 전화기를 이용해 본인 스스로 사태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만화영화 속 작위적 표현의 극치를 보여줄지언정 사람끼리의 소통방법의 정답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는 이렇게 단순한 고교 남녀생의 로맨스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그들과 속한 인간관계를 조금씩 확대해가며 영화 속에서 많이도 써먹어 이제는 익숙해진 ‘가족애’라는 주제를 재미있고 부담 없이 담백한 맛을 보여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자. 광통신을 들먹이며 초당 몇 백 메가의 전송량을 자랑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선전이 넘실대고 있다. 어마어마한 기능과 더불어 고가의 핸드폰은 출시됨과 동시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저인망 그물처럼 촘촘하게 얽혀진 전선 몇 가닥과 대기에 넘실대는 전파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는 분명 인류 최고의 자원이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축소시켜 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보다 더 위대하며 강력한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면면의 특징을 잘도 살린 영화가 내가 오늘 보고 온 영화 ‘섬머위즈’라 말하고 싶다. 

뱀꼬리:
혹자는 자위대 운운 일본의 우익적 발상의 극치, 감독의 전작인 디지몬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스토리. 원작이 뛰어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능가하진 못한다. 라는 악평으로 분명 호불호로 양분될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을 봄에 있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지라도 지나친 분석과 심각한 잣대의 제시는 결국 재미를 위해 보는 영화 자체의 의미를 망각하는 경우로 전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영화는 영화 자체를 가지고 즐기는 것.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전부라고 보고 싶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근본적 이유가 무언가 생각해 보자. 공부하려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일의 연장은 더더욱 아니다.(물론 업종 관계자는 예외) 영화를 보는 근본적인 이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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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1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의 다음 영화도, 코이!

Mephistopheles 2009-08-18 22:35   좋아요 0 | URL
이왕이면 모두 합창하며 코이코이코이!(쓰리고)

레와 2009-08-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참에 고스톱을 한번 배워볼려구요. 큿~

Mephistopheles 2009-08-18 22:36   좋아요 0 | URL
극적인죠..우리가 흔히 심심풀이로 즐기는 인터넷 맞고가 인류를 구원할 줄이야..거기다가 레어템까지 넘겨주고 막판 스릴있는 코이코이코이!

paviana 2009-08-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이 영화보라고 하시는 거지요? ㅋㅋ
이건 또 누구랑 보나 ? 흑흑

Mephistopheles 2009-08-18 22:36   좋아요 0 | URL
^^ 아마 파비님으 보셔도 절대 극장표값이 가깝진 않을 껍니다..^^

비로그인 2009-08-1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이글루스에선 참 시끄럽더군요. 가족이란 주제로 작성된 리뷰는 여기서 처음 보네요 ㅅㅅ

이글루스는 좀 소모적이라 그 논쟁들을 보다보면 질려버려서 영화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만들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8-18 22:4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영화를 보고 포탈에 걸린 리뷰들을 봤는데......
영화 한 편에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목숨거는 듯한 내용을 남긴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8000원이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큰 돈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기준으론 아깝진 않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지요. 그걸 기다, 아니다 잣대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은데..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넷엔 꽤 많더라고요..

카스피 2009-08-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애니는 애니일뿐 오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