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스카이 - October Sk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성공신화는 주변에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특정 인물의 성공을 책으로 혹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아니면 다분히 속내가 보이는 강연회를 통해 질리도록 접하고 있는 게 요즘 실정이다. 30살이 채 되기도 전에 소녀들의 추앙을 받는 아이돌 그룹이 자서전을 쓰고 불타나게 팔리는 세상인데 이런 조금은 지나친 자기 PR은 이제 거부감을 넘어서 그다지 예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옥토버 스카이는 앞에서 밝혔던 내용들과 큰 차이점을 가지진 않는다. 탄광촌이라는 지역성 특성상 별다른 선택이 없는 고등학생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나가는 과정을 그려주는 다른 성장영화와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가족과의 갈등도 평범하고 배경적인 핸디캡 또한 특별하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접해 봐서 익히 알고 있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위기를 넘긴 후 꿈에 접근하는 모습 또한 전혀 새롭지 않다.

이런 상투적인 소년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뻔한 영화일지라도 영화를 세세하게 다양한 시각으로 보면 다른 성장영화들과는 다른 관점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아마 이런 요소들 덕분에 이 옥토버 스카이라는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질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주관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 영화의 매력은 시대적인 배경을 꼽고 싶다. 냉정이 한창인 1957년의 배경과 소련과 미국의 경쟁적인 우주개발이 주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과 탄광촌이라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노조의 태동과 혼란기를 소년들의 아버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호머 히컴의 아버지 역시 노조를 거부하는 완고하며 보수적인 전형적인 광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자식의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광부 일을 완고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들의 시선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아버지 세대와 대립적인 호머와 그의 친구들인 로켓보이들의 패턴은 급진이라는 모습 보단 사회의 테두리와 환경 속에 조심스런 행보를 거듭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이들의 정신적 맨탈인 불치병에 걸린  과학 선생님 라일라선생과 대립각을 세우는 완고한 보수인물 교장의 모습과 행동 또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을 주변 산불이 소년들의 로켓실험이 원인이라는 상황적인 증거에 그들을 제재하면서도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공권력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모습과 결국 결백한 학생들의 주장을 들어 줄 수 있는 소통의 모습, 더불어 그들이 진출한 과학 박람회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어쩌면 나는 소통이 가능한 진정한 보수를 영화에서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특정인물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다. 호모 히컴이라는 주인공 소년을 축으로 그를 도와 로켓을 쏘아 올리는 3명의 소년들의 상황 역시 조연의 모습으로 치부하기엔 짧지만 집중적으로 조명해 준다. 공부벌레 쿠엔틴의 숨기고 싶은 열악한 가정환경, 새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언젠가 나아지겠지를 읊조리는 로이의 환경을 짧게 보여주며 그 당시 사회적인 문제점 또한 간결하게 표현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이런 짤막한 재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집중된다. 그들의 성공과 더불어 이 영화의 실제 인물들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짧게 보여준다. 배경인 탄광촌은 지구상 다른 탄광촌과 마찬가지로 폐광의 길을 걸었고 호모의 아버지 역시 폐병으로 운명했다는 설명, 다른 로켓보이들의 성장한 모습,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호모 히컴은 여전히 NASA에서 자신의 소년시절 꿈을 진행시키는 모습(영화가 1999년 작이고 지금은 그 역시 은퇴해 작가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함)까지 보여주며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근거와 더불어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널리고 널린 성공적인 성장영화들의 어떤 장점이나 특징 없이 이 영화는 정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맑고 푸르른 10월의 하늘을 가르고 기상하는 로켓의 모습은 그들이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들의 10월의 하늘과 내 자식들의 10월의 하늘이 그들처럼 맑고 높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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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7-2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지요. 모르는 영화를 님 덕분에 많이 알게 됩니다

Mephistopheles 2009-07-30 10:52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져있지만 진짜 실제와는 약간은 차이점이 있다고 하네요. 영화 속 로켓보이가 5명인데 실제로는 7명이라는 사실. 주인공이 과학경진대회에서 폰 브라운 박사의 싸인이 들은 사진을 도난당했다는데 실제는 도난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과학교사 라이라 선생은 병원에서 로켓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것이 아닌 그 현장에 직접 있었다는 사실. 이런 부분 설정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직하게 전달되는 꽤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이매지 2009-07-2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정말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새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Mephistopheles 2009-07-30 10:52   좋아요 0 | URL
저번 일요일날 EBS에서 했답니다..^^

비로그인 2009-07-3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성노조원이면서 남자는 복싱을 해야한다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오는 아버지랑 비교 되네요.
역시 보수는 원칙이 있어야해요. 어느나라 보수 처럼 원칙도 신념도 없이 약자를 짓밟고 강자의 똥꼬뇽을 한 없이 사랑하는 것들은 그냥 수꼴이죠.

Mephistopheles 2009-07-30 10:56   좋아요 0 | URL
빌리의 아버지처럼 적극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진 않지만,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훌륭한 사람으로 보여줍니다. 노조에 반대하는 보수색채가 짙긴 하지만 모든 광부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죠. 사고땐 자기 몸을 희생해 여러 동료들을 살려내는 모습과 아들의 친구를 폭행하는 새아버지를 응징하는 장면등은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리플리님이 말씀하신 보수는 보수가 아닙니다. 단지 이익만을 위해 이리저러 들러붙은 기회주의자에 잉여인간일 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간들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 어느나라가 문제는 참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