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주중 사직에서 롯데 3연전은 두산은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보고 싶다. 다른 곳도 아닌 열성팬들이 포진한 사직에서 6월 승률로만 따진다면 가장 잘나가는 롯데를 맞아 1승 2패를 거두었으니까. 더군다나 9명이 하는 야구에서 6명의 주전이 부상으로 나가 떨어져 백업요원으로 매 경기 대량실점은 막아내고 나름 추격하는 경기를 보여줬기에 두산의 6월 위기설도 어쩌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3연전 재미있는 장면이 몇 차례 포착되었다.
안타기계 김현수는 SK와의 경기에서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펼쳤지만, 쇄골과 목에 부상을 입게 되었다. 주전 6명이 빠진 상황에서 분명 몸 상태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할 만도 하지만 계속 경기에 나와 주고 있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타석에서 스윙할 때 통증이 전해져 고통스런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2차전 첫 타석 2루수 땅볼을 치고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던 현수가 덕 아웃에 들어오자 달감독(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달감독 : (담담하게) 아프면 빠질래..?

김현수 : (역시 담담하게) 아뇨 괜찮습니다. 계속 뛰겠습니다.

달감독 : (심드렁하게) 그래..? 그럼 아픈 거 티내지 마라..

김현수 : (분명 약간 삐졌을 표정을 지으며)..............

잠시 후,  3번째 타석에서 화풀이라도 하듯 홈런을 때려 버린다.

혹자는 이런 냉정한 달감독의 모습에서 선수 혹사, 냉혈한 돌경문이란 악담을 퍼부을지 몰라도. 얼마 전 주전 중견수 이종욱의 큰 부상 후 눈물까지 흘렸던 감독이었다. 그냥 저냥 난 요즘 승패에 상관없이 두산이라는 프로야구 구단의 이런 모습과 팀 칼라가 넘흐넘흐 좋다.

1-2.
평생 두산유니폼을 입다 이번 시즌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포(홍성흔)도 어제 경기에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롯데에서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주찬이란 선수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쳤지만 두산 외야수의 보이지 않은 실책으로 아웃을 모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모습이 진행된다. 발 빠른 김주찬은 덕아웃 감독의 지시에 의해 대주자로 교체 돼 버린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그가 루상에서 충분히 도루를 노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롯데의 로감독은 속칭 괘씸죄의 항목으로 그를 교체해 버린 것.

이유인 즉은 평범한 플라이지만 외야수의 실책이 뒤따랐고 만약 전력질주를 했다면 김주찬의 주력이라면 2루까지 손쉽게 진출 할 수 있는 상황이 태만한 주루 플레이로 반타작밖에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롯데의 로감독도 선수들에게 기본자세를 엄하게 강조하는 감독 중에 하나이다.)

재미있는 건 다음 이닝에서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의 모습.
그는 평범한 1루수 플라이를 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1루로 걸어가다 갑작스럽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고 다다다다 1루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전 회에서 이런 슬렁슬렁한 플레이로 김주찬이 교체된 사실을 뒤늦게 각인한 듯했다. 비록 아웃이 되긴 했지만 홍포의 그 모습은 꽤나 유쾌했었다. 이어서 덕 아웃에 앉아 있는 로감독에게 카메라가 비춰졌고 껄껄 웃는 감독의 모습이 포착된다.

2.
어제 사무실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워낙 개성들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나름 평행선을 유지하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내 페이퍼에 좋지 않은 의미로 종종 출연하던 분이 폭주를 해버렸다. 문제는 별 이유 없이 열심히 일 잘하는 옆자리 여직원이 그 직격탄을 그대로 맞아 버린 것. 자기 성질을 못 이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날이 돋친 단어를 골라내 퍼부어 버렸다. 황당하고 열 받은 그 여직원은 설움에 복받쳐 울고 불며 사무실에서 뛰쳐나가 버렸다.

애당초 정상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고 낙하산으로 입사한 그 양반은 나이와 직책에 비해 사무실에서의 존재감은 미천하다시피 하던 와중 어쩌면 나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영역표시적인 행위로 어제와 같은 사태를 도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인간극장에 출연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지 동물의 왕국에 출연할 존재들이 아니기에 결국 어제의 그 미개한 영역표시 행위는 결코 본인에게 좋지 못한 인상만을 남기는 자충수의 모습만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일이 바빠 야근을 하는 상황임에도 조금 일찍 나와 가출한 여직원과 술을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잘 다독이고 충격파를 최대한 완화시켜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직원의 입에서는 솔직한 표현이 나온다.

' 그 분과의 관계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3.
아픈 몸에도 팀을 위해 뛰는 김현수나, 선수들 부상에 힘든 시즌을 보내는 달감독이나, 뒤늦게 아차 하는 심정으로 아웃임을 뻔히 알면서 전력질주를 하는 홍포나,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엄한 사람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풀이를 한 그 양반이나. 그 충격파로 인해 한 사람에 대한 신뢰와 태도가 돌변하게 될 여직원이나. 이 모든 모습을 지근거리 혹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지켜봤을 나 같은 사람이나. 각자가 가진 고충과 고민이 분명 존재하며 그걸 해소하거나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는 모습. 결과론적으로 플러스적이거나 마이너스으로 결론지어지는 모습을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같이 느껴진다. 



짤방사진은 엘지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등에 사사구를 맞은 박용택 선수가 괴로워하는 모습이지만......사진을 찍은 야릇한 각도로 인해 귓 속에 바람 불어주니 완젼 느끼는 표정으로 보여진다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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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께서 매달 뭔가 한건씩 크게 일을 내시는군요..
참 함께 생활하기 쉽지 않을듯..
매피님 현수님아를 산삼에 비유해 '두산에 양보하세요~'라는 포스터 보셨나요 ㅎㅎ
너무 귀여워요~
동주군 마나님이 하신다는 식당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요즘은 작은곰 태훈군 사진을 네이버 블로그에 몰래몰래 모으고 있어요..
남들이 늙어 주책이라고 할까봐 이웃공개로 ㅋㄷㅋㄷ
참 저도 매피님처럼 야구에 대한 포스팅을 할 수 있는 내공을 싾고자 '야구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너무 두꺼워서 읽어도 읽어도 줄지가 않아요.. 화수분 책.

Mephistopheles 2009-06-26 18:12   좋아요 0 | URL
올해 야구장 풍속도가 여성팬들이 급증했다고 하던데.....휘모리님도 그 중에 한 분이신가 보군요..ㅋㅋ 그냥 책으로 보지 말고 경기를 즐기도록 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6-26 18:24   좋아요 0 | URL
왜 이러싶니까~~ 20년된 팬인데 ㅎㅎㅎ
그 책들고 다니면 가족들도 회사사람들도 모두 놀립니다 --;;

Mephistopheles 2009-06-26 19:09   좋아요 0 | URL
"20년된 팬"

스스로 연식을 밝히시다니.....

하이드 2009-06-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김현수한테 홈런 맞았다고 조정훈 로감독한테 혼났어요. -_-a 얘가 요즘 제정신이 아닌지라, 특급투수로 커나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믿고 싶어요.

현수는 ... 만약 우리팀에서 누가 그랬으면, 인터넷 폭발했을거에요. 그렇게 아파하는 모습 보이는 현수가 계속 출장한건 좀 이해하기 힘들어요. 전략적으로도 그러다 더 큰 부상되면 더 손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현수 쇄골부상이 아프긴 하지만, 고통만 참으면, 크게 무리되지 않은 부상이라서 감독과 코치진이 내비둔건가 싶기도 하고(아마 이게 맞겠죠) 그래도 보기에는 괴로웠다죠.

두산은 .. 역시 강팀이라는걸 다시 한번 확인(마지막 경기 빼구요- 세상에, 한 시리즈에서 보크를 두 번이나 볼 줄이야! ^^;) 그리고, 늘 승부를 거는 야구를 하는 것이 롯데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근데, 롯데도 서서히 뒷심도 생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이는 것이, 아주 쪼끔씩이나마 강팀의 면모를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좋아요-

홍포장면은 웃겼어요 ㅋㅋ 그 전에 주처님이 7연속 법력으로 두산의 에러를 끌어내어 점수 난 것도 웃겼구요. 혼날만 했죠.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은 혼나요- 양신은 아직까지 뻔한 플라이에도 1루까지 알아서 전력질주하죠. 보기 좋아요.

두산의 홍상삼이나 ( 진짜 신인왕 타면 롯데덕분입니다 ㅜㅠ 3승이나 바쳤다는) 김성배던가요? 마지막날 나왔던 - 은 좋아보이더군요.

롯데야구를 본지는 십년이 넘었지만, 작년과 올해만큼 재미있게 본 적은 없는듯해요. 로감독님 덕분인데, 꼭 재계약해서 내년에도 좋은 야구 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가르시아도 어여 타격도 화르르- 살아나서 같이 갔음 좋겠구요- 아, 나의 유니폼, 가르샤- ㅡㅜ

오늘 삼성 꼭- 잡아주시길! 저희는 오늘 손민한 100승 하는 날입니다!! 마침내~~ 드디어~~~

Mephistopheles 2009-06-26 18:27   좋아요 0 | URL
김현수가 아파도 출장을 강행하는 이유...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 생각엔 코칭스탭의 강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워낙 잘하고 타율도 높고 홈런도 때리고 최다 안타 등등 타이틀 1,2,3위 김현수 이름 석자 빠진 곳이 없긴하죠. 그런데 김현수라는 선수 찬찬히 살펴보면 정말 대견합니다. 아시겠지만 그는 작년 시즌 전경기 출전했거든요. 그리고 올 시즌 역시 이어가고 있고요. 아마도 현수...어쩌면 그가 가장 욕심내는 타이틀은 연속경기 출장일지도 몰라요. 그가 이렇게 부각이 되기 시작했던 작년 시즌에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하니까 '부상 없이 꾸준하게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야구인이 되고 싶다' 고 했으니까요..암튼 보물이에요 보물..

3차전은 거의 정신줄 놓고 경기하더군요..ㅋ 아마 경기 끝나고 감독에게 무지 혼났을 껍니다. 초반 2점은 애러 두개로 내주고 한 점은 보크로 내주고..긴장이 풀어졌다기 보단 피로누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로감독은 재계약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보입니다. 작년 돌풍에 이어 올해도 역시 충분히 강해지는 롯데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아마 8개구단 중 가장 X줄이 타는 감독은 김X박 감독이 아닐까 싶네요. FA로 수십억 써가며 야심차게 재계약 목표로 올시즌 시작했는데 초반 반짝하더니 그의 명언마냥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를 손수 실천하고 계시니까요..ㅋㅋ

김성배..아깝죠. 2군에 있다 선발진 붕괴로 1군 선발 기회를 잡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션이..에러를....손션과 김성배는 과거 상무시절 한솥밥 먹고 지내서 가까운 사이니까요..아이러니 하죠. 가장 믿었던 순간에 저렇게 수비가 흔들렸으니 그래도 요즘 불방망이 롯데 타선 잘 막는 걸 보면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잠수함 투수들 최고의 무기인 싱커만 구사한다면 아마도 두산의 잠수함 3인방(오현택, 김성배,고창성)은 꽤 위력을 발휘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가르시아...전 가르시아가 선발투수로 나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어제 SK와 기아의 경기처럼 3루수 최정이 투수로 나오는 경우처럼...가르시아 선발..은 불가능하겠죠.. 가르시아 선발이면 대박인데. 레이져 송구마냥 포수 미트에 팍팍 꽂아주면..ㅋㅋ

[해이] 2009-06-26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헛 짤방 죽이네요^^

Mephistopheles 2009-06-26 18:22   좋아요 0 | URL
우연히 저 짤방을 보고 한참을 웃었답니다..ㅋㅋㅋ

비로그인 2009-06-2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헛 이거 완전 필수요소감이네요. 대박이네요 ㅋㅋ
낙하산 아저씨 납량특집으로 폭주하셨나보네요. 문제는 관객들 반응이 차갑다는 것 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6-29 09:42   좋아요 0 | URL
아무리봐도 카메라로 찍은 양반이 박용택 안티일지도....ㅋㅋ
낙하산 아저씨야 이제 그려려니 합니다. 그 일이후에 좋은 점은 조용해졌습니다 요즘..삐진 걸지도 모르지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