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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 반찬은 새끼줄에 매달린 굴비 한마리가 전부다.
밥 한 숟갈 입에 떠 넣고 그걸 한번 쳐다보며 한 끼를 해결해간다. 두 번 본 아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두 번 쳐다보면 짜다 임마! 소리를 지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짠돌이 자린고비의 이야기이다.
경제도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자린고비정신이 강조되나 보다. 쓸데없는 지출과 충동적인 소비를 억제하고 후일을 대비하여 근검절약의 정신을 강조하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싶은데.....
이게 좀 정도가 지나친 경우는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 나왔던 직장인 L모씨는 이런 자린고비 정신으로 적금통장도 수두 룩이며 나이에 비해 자기 소유의 주택도 일찍 장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이런 자랑 아닌 자랑에는 살짝 비윗장을 건드리는 행동이 엿보인다.
회사에서 회식 때 아니면 웬만하면 직장인과 술자리 밥자리 안 갖기. 어쩌다 같이 직원들과 밥이라도 한 끼 먹을 때 자기보다 상사가 없다면 적당히 둘러대고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오기. 누가 한 턱 쏜다고 하면 염치불구하고 그 자리에 끼기. 어쩌다 누구에게 밥 한 끼, 술자리를 얻어먹으면, 다음날 커피 정도는 꼭 챙겨주기. 단 커피전문점은 비싸니까 편의점 원두커피나, 자판기를 활용할 것. 등등..
물론 그 기사의 주인공 L씨의 근검절약 자체에 태클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런 부류의 사람들과 몇 차례 직장생활을 같이 해봐서 아는데 정말 피곤하다.
발렌타인 데이때 여직원들은 그래도 예의라도 저렴한 초콜릿이라도 사무실에 돌리는데 한 달 후 난 이런 쓸데없는 소비적인 날은 챙길 필요 없다며 선언을 하면서 사탕은커녕 설탕쪼가리 하나 뿌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남들이 챙겨준 여직원들 사탕과 초콜릿은 왜 이리 얻어먹고 다니는지..) 똑같은 지위에 있는 다른 직원들이 어쩌다 저녁에다 술을 얹어 쏘더라도 그 자리엔 꼭 끼면서 언젠가 자기가 한 턱 내야 할 땐 철저하게 외면한다. 퇴근길 출출한 속이나 채우자고 들어간 길거리 노점에서 사먹은 떡볶이와 튀김 오뎅에 바들바들 떨며 어쩔 수 없이 돈을 내며(싼 줄 알았겠지 아마?) 왜 길거리 음식이 이렇게 비싸냐며 투덜거릴 건 뭔지..(같이..먹으러 가자하지 않았는데 부득불 따라붙은 이유가 뭐냐.) 어쩌다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자그마한 소품을 사며 직원들에게 공동구매를 강요하고 후불로 날아온 택배비를 바득바득 N분에 1로 나누는 건 뭔지. 그러면서 자기 아이디로 구입하고 마일리지는 자기가 다 챙긴다.
내 성격이 까칠하고 더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의 근검절약을 위해 타인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친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근검절약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자랑스러운 적금통장과 집 한 채가 자신만의 노력이 아닌 타인의 불이익을 토대로 쌓은 재화로 이뤄냈다면 그 옛날 굴비 하나 매달아 놓고 허리띠를 졸라맸을 자린고비와 똑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자린고비는 자신만의 내부적인 출혈을 근거로 근검절약을 실천했으니까.
뱀꼬리 : 남이 내는 술, 밥을 꾸역꾸역 얻어먹으면서 음식이 짜네. 정성이 없네. 맛이 별로네. 이런 소리까지 내뱉어주시면 바로 ‘공공의 적’, 이미지에 데미지 100% 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