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1&aid=0001998410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결국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본적인 지원금에까지 손을 대는 파렴치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나보다. 이게 시작에 불과할 것 같다는 불안과 함께 8급이 저 정도면 5급 6급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선배는 설계사무실을 잘 다니다 갑작스럽게 때려 치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더니만 어느 날 서울시 모 구청 건축직 공무원의 명함을 들고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우리들은 건축 관련 관업무의 비효율성과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안주로 열심히 이바구를 하고 있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맞장구를 치며 동조를 하고 누구보다도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목소리를 높였을 선배는 굉장히 불만스런 어조로 우리에게 일갈을 한다.
'야 임마. 공무원이 얼마나 불쌍하고 힘든 줄 알아!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쥐꼬리 월급에 그 정도 공금 좀 개인용도로 썼다고 착복이니 횡령이니 그런 말은 쓰는게 아니지. 봉사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너희들은 공직생활자의 비애를 몰라도 한참 몰라..!!'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누구보다도 우리업계의 깨끗하지 않은 돈의 흐름과 관과의 검은 유착에 대해 논문을 써도 모자를 정도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 그 선배는 흔히 말하는 그들의 라인에 들어섬과 동시에 생각과 사상이 순식간에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하도 기가 막혀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한소리 했던 기억이 난다. 선배는 건축직 공무원이 되신 이유가 뭡니까. 돈 때문이십니까. 아님 때마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수당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차기 건설부 장관이라도 꿈꾸십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건축하는 사람들 뒷돈 뜯어 집이라도 한 채 장만 하려 하십니까? 전 그래도 선배가 공직에 진출하였기에 그래도 소신 있게 행동하실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군요. 선배는 변절자에요. 그것도 더럽게 치사한... (술이 들어가면 사람은 용감해지며, 겁을 상실한다.)
흥분한 선배는 담뱃갑을 나에게 던졌고 우리 둘을 뜯어 말리느라 그날의 술자리는 매우 지저분하게 끝나버렸다. 그 후 모임을 가져도 그 선배는 나타나지 않았고 여기저리 들리는 소문엔 그 선배는 이쪽 업계 공직에서 꽤 높은 직급까지 올라갔다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공직사회를 떠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오늘 올라온 저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횡령자체는 단죄 받아 마땅한 중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어떤 공직자는 저기 저 38살 먹은 8급 공무원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 내 선배가 보여줬던 동조와 공감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데 저런 눈먼 돈 당연히 손이 가지. 나 같으면 절대 안 걸리고 꿀꺽 할 자신 있는데...걸린 게 바보지 그러기에 티 않나게 적당히 삼켜야지 등등....멍청한 것. 걸리기 전에 착복한 돈은 귀신같이 숨겨놨어야지.... 마치 내 선배가 공직이라는 철옹성에 들어섬과 동시에 그들의 비리는 마치 어쩔 수 없는 관행과도 같으니 이해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우리 앞에서 떠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더 두렵게 느껴지는 건 그들만의 그라운드에 팽배해 있을지도 모를 이런 도덕적 해이와 기본적인 개념의 상실이다. 여러번 이와 비슷한 사건이 수차례 터졌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횡령액수가 점점 늘어나는 발전성만 존재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