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구수하게 어머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오독오독 새콤하게 씹히는 오그락지(무말랭이),
오랜 시간 뭉근한 불로 계속 끓여 흐물흐물해진 김치찌개.
담백한 멸치로 국물을 낸 국수 한 사발.
새우젓으로 밑간을 한 부드러운 계란찜.
누구에게나 소울 푸드, 다시 말해 심금을 울려주는 음식들이 하나씩 존재한다. 입으로 들어가 뱃속을 채우는 본능적인 행위일지라도 한 숟갈만 떠서 입에 넣으면 사람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들은 그 맛을 오랫동안 못 봤거나 잊혀질 쯤 다시 접하면 감동은 몇 배로 몰려오곤 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 또한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상업적이고 표준화된 음식이 아닌 그 곳에 가서 먹어야만 그 맛이 느껴지는 집. 그리고 몇 년이 지나도 그 맛이 변함없는 집. 갈수록 찾기 힘들고 사라져가고 있지만 말이다.
100만명이 살고 있는 일본의 작은 도시.
하지만 우동가게는 약 900점
참고로 인구 1250만 도쿄에 있는 맥도날드의 수는
500점
도시 이름은 '사누키'

영화 제목만으로도 배경이 되는 도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동의 고장이며 다양한 우동을 만날 수 있는 동네. 옆 나라인 우리나라에도 모 재벌기업의 즉석냉동식품에도 붙어 있는 낯익은 지명이다. 이 배경을 바탕으로 거물이 되기 위해 도시 밖으로 뛰쳐나가 쓴물만 맛보고 돌아온 코스케와 지역잡지 기자 마나미의 우동순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영화다. 어찌 보면 사누키라는 지역홍보 영상물 같아 보일 정도로 이 영화에선 우동면발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네들의 대를 이어 유지하는 질기디 질긴 장인정신까지 잔잔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적어도 그 지역출신 사람들 혹은 일본인 이라는 국한된 공간에서 우동이 주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부드러운 면발과 따뜻한 국물. 그리고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손님을 위해 정성스럽게 맛을 내는 우동집 주인들의 정겨운 마음씀씀이를 보여준다. 우리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된장찌개, 김치찌개에 감동하고 저렴하고 손이 큰 넉살좋은 음식점 사장님을 만났을 때만큼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는 먹거리의 불안으로 인해 밖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직장인들 한 끼 저렴하게 때운다는 자장면도 맘 놓고 먹지 못하는 요즘, 영화 속 손님에게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우동을 말아주는 모습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현실이다.
<감상 포인트>
사누키에 있는 우동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다양한 우동을 직접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놀랬다. 저렇게 다양한 우동이 존재하다니. 하긴 900점포나 있는 동네인데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뱀꼬리>
우동 하나로 일관된 주제를 밀고 나가기엔 영화는 제법 산만하다. 특촬물 캡틴우동까지는 기발했으나, 우동순례가 범국민적으로 확대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비춰지고 이슈화 되는 모습은 영화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