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 : 감시, 통제, 도청
차이점 : 영화의 시대순적으로 발전되는 도청기술
1.컨버세이션(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이 영화는 은근히 명작이다.
도청과 감청 전문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행한 도청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추이를 시각적이고 청각적 감각을 동원해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표현하는 수법이 뛰어나다. 자신의 밥벌이가 곧 자신을 조여 오는 올가미로 둔갑하는 강박증을 꽤 세심하게 명연기로 풀어 준 진 해크만이란 배우는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근래 명작의 반열에 오른 "타인의 삶"에서 나온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처럼 적극적 개입과는 반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감시대상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비밀경찰 "비즐러"
마지막 장면 자신도 또한 도청, 감시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에 재즈 음반을 베이스로 색소폰을 힘차게 부는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음악을 즐긴다기 보단 감시자의 눈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의 모습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취미거리조차 외부의 견제로 사용된다면 비참해질 것이다.
2. 에너미오브스테이트(1998)
컨버세이션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하드웨어적 발전이 이루어진 영화이다.
직접 심은 미니 마이크나 집음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도청이 아닌 수만 킬로미터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개인의 신상정보까지 뒤흔드는 감시의 범위에서 벗어나 통제의 범위까지 발전한다.
상원의원 암살사건현장이 담긴 칩을 우연히 건네받은 변호사 딘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개인의 신용카드, 재정은 물론이며 주변 인물들의 사고사를 위장한 살해, 모든 것이 감시받고 통제되는 벼랑 끝으로 몰리던 중 자신의 변호사 생활 중 비밀정보를 물어다 주는 베일에 쌓인 전직 국가안보국 직원( 이 배역으로 진 해크만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컨버세이션에서의 그 소극적인 도청전문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캐스팅이다.)의 도움으로 영화 속 빅 브라더 국가안보국의 권력에 럭키펀치를 날린다.
변호사 딘(윌 스미스)를 도와주는 전직 안보국 요원 브릴(진 해크만)의 캐스팅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일반 개개인의 모든 정보와 행동 심지어 은밀하게 속삭이는 대화까지 국가의 보안과 안보의 미명아래 감시되고 도청된다는 이미지는 영화 속 허구라고 치부하기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3. 이글아이(2008)
최근 신작인 이글아이는 앞의 두 영화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통제와 감시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조종과 국가전복까지 이루어진다. 에너미오브스테이트란 영화에선 감시와 통제의 마지막 수순엔 현장요원의 투입으로 사람의 손으로 마침표를 찍는 반면 이 영화는 사람의 손을 필요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대테러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슈퍼컴퓨터 속칭 "이글아이"는 테러와 무관한 일반인 남녀 두 명을 찍어 그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통해 자신의 이루려는 목적 "길로틴 프로젝트"를 발동시킨다. (길로틴 프로젝트 : 국가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현 내각을 제거, 말살할 수 있는 계획)
마른 하늘에 날벼락. 쇼는 단지 똑똑한 쌍둥이 형이 있고 반골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레이첼은 위싱턴으로 연주여행을 떠나는 초딩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글아이"에게 간택(?) 당한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공간을 지배하는 배경을 가진 "공각기동대"의 과거 회귀 형이라고 해야 할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던 이 프로젝트는 주인공 쇼의 휴머니즘 성격 짙은 자기희생으로 좌초되며 끝을 맺는다.
조금은 황당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이 엄청난 슈퍼컴퓨터 앞에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의 공군과 FBI는 속수무책 뼈도 못 추린다. 권력을 이용한 감시와 통제를 행하던 조직이 그 반대의 상황에 직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있다!"
몇 년 전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모 방송국 9시 뉴스 도중 난입한 정신이상자가 내뱉은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난입한지 불과 몇 초 만에 진압이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 프로그램에 난입해 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외치던 남자의 공허한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도청, 감청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는 조금 더 큰 이후에 알게 되었고 자신의 귀에 도청장치가 되었다는 저 허무맹랑한 소리가 만약 진짜라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고 통제받는다는 건 꽤나 겁나는 일이다. 그것도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 하에 공공의 질서와 안보의 허울 좋은 명분으로 빅브라더에 의해 자행된다면 감시와 통제의 범위를 떠나 개개인의 자유의지는 충분히 말살되고 뿌리 뽑혀질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강력한 통제를 통한 국론의 획일화. 애국으로 포장된 그릇된 아집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히틀러의 재림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내용들이 머나먼 안드로메다의 이야기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바로 내 사정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껴진다. 아니..이미 충분히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뱀꼬리 : 매트릭스 네오는 모피어스에게 빨간약(현실로 깨어나는 약) 파란약(다시 매트릭스 세계로 고고씽)의 선택에 직면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은 왠지 파란약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