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월요일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극장에서 놈놈놈을 보고야 말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를 보기 위해 투자(?)했던 돈이 아깝진 않았다.
(천원 할인된 극장비+샌드위치+망고쥬스+팝콘)
비주얼 좋고, 음악 굉장히(!) 좋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무랄 곳 없다.
3명의 놈이 가지고 있는 간판적인 성격을 무난히 소화해내는 느낌이다.
그만큼 배우의 캐스팅이 좋았다는 것.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멋지게 가오 잡는 놈,
뒤끝 징하게 있는 일류병 걸린 미친 놈,
왕년에 꽤나 잘 나갔던 놈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조금 무겁게.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는 "스토리" 다시 말해 서사의 결핍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을
챙겨 봤다면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감독이 김지운
맞아.?? 란 갸웃거림이 들을 정도로 그의 전작들에 비해 서사의 비중은 좀 지나칠
정도로 많이 결핍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늘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연걸로 대표되는 홍콩무협영화의 황금기때 종종 목격되던 갑작스런 스토리 점핑 같은
느낌이 적어도 한군데 정도에서 감지되었을 정도.

사운드도 대단하고 특히 촬영에서도 "이걸 어떻게 찍었을까?"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이 많은 영화다 보니 스토리의 결핍은 더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아마도 혹시나 어쩌면... 감독 재편집판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저냥 개인 생각.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을 주절거려보면
주인공 3명은 나라를 잃어버리고 조국을 등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쉽게 넘겨선
아니 될 듯싶기도 하다. 그 결과로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은 독립군의
의뢰에 마음이 아닌 돈의 액수로 움직이며 제정신이 아닌 듯 한 박창이(이병헌) 또한 만주
최고의 마적에 이상하리만큼의 집착을 보이며, 닳고 닳은 잡초 같은 윤태구(송강호)역시
박도원과의 대화에서 체념과 한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주들판을 말 달리며 날고 기는 그들이지만, 어차피 초대받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에 불과할 뿐. 그래서 그런지 막판 대추격전 속 박도원의 멋진 액션씬도
통쾌라는 개념보단 약간은 우수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결과는.

스토리 확실하고 꽉 짜 맞혀진 태옆시계같은 영화를 지향한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되고 액션성과 함께 정우성을 옵빠!라고 부르고 싶다면 봐도 돈 안 아까운 영화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양날의 칼날이 있는 영화는 분명하고 선택하는 건 관객의 몫.

그렇다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다짜고짜 반대의견에 기를 쓰고 반박할 필요성은 있을까 싶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잖은가. 감상이 똑같음을 강조하고 고집한다면 그건 더 이상 영화가
아닌 대국민 홍보영상물일 뿐이다.

책도 당근말밥 마찬가지겠다.
 
뱀꼬리 : 영화 보는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야의 무법자가 징하게 생각났다.


석양의 건맨 2 -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마지막 삼각대결장면은 완벽한 오마쥬겠지..



이건 뽀나스 영상....암튼 기가막히게 매치가 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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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7-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 쥑임다....미쵸미쵸. 그리고...메피님 리뷰를 제 리뷰로 대체하고 싶은 심정임다. 공감공감..

Mephistopheles 2008-07-31 00:34   좋아요 0 | URL
머리 아프게 영화 분석하는 건 영화 평론가들에게 맡기면 참 좋으련만...한국사람들이 누구를 가르치는 걸 참 좋아한다죠..ㅋㅋ

바람돌이 2008-07-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영상 죽이네요. ㅎㅎ 놈놈놈은 저는 저 멋지구리한 정우성의 폼만 기억할래요. 옵빠부대라우~~~ ^^

Mephistopheles 2008-07-31 00:35   좋아요 0 | URL
사실...작위적인 겉폼이 좀 많았긴 했어요.. 기차 위에서 말타고 따라오는 마적단에게 총질하는데 꼭 산탄총을 브라스밴드 지휘자마냥 휘리릭 돌려서 쏴야 했을까...하고 말타면서 일본군 잡을 때 한손이 아닌 두손겨냥인데 굳이 윈체스터 라이플을 180도 돌려서 장전했어야 하나...

하.지.만.

정우성이기에 모두 용서가 되더군요..ㅋㅋ

무스탕 2008-07-3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병헌업빠 몸매만 기억할래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7-31 00:36   좋아요 0 | URL
병헌씨 기럭지만 좀 더 되었으면 정말 더 잘나갔을텐데 말입니다. 참고로 병헌씨 헐리웃 진출했습니다. 비록 얼굴 다 가리고 눈만 빼꼼 나오는 역활이지만..

paviana 2008-07-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단 분들은 모두 여자뿐이네요.

Mephistopheles 2008-07-31 00:36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 감상을 지나치게 여성적으로 썼나보군요..파비언니..

Arch 2008-07-3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용 볼거리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팬서비스가 좋았죠. 갑자기 지네를 잡는데 괜히 내 몸이 후두둑거리고. 메피님 말처럼 완결성있는 서사구조는 아니었지만 와와거릴만한 장면이며 색감이 좋았어요. 기차씬은 탁월했구요.

Mephistopheles 2008-07-31 00:37   좋아요 0 | URL
시니에님 우리 솔직해지자고요.지네를 잡는 장면이 아니라 그 앞장면과 바로 뒷장면 때문에 후두둑거리셨잖아욧!

Arch 2008-08-04 23:01   좋아요 0 | URL
그게 그거 아니야! 이러면서 뻗고 싶지만, 정확해요! 그 전과 그 후에 휙 돈거죠. 아니, 한번도 이병헌이란 배우가 멋있단 생각을 안 해봤는데 말이죠.

Mephistopheles 2008-08-05 12:32   좋아요 0 | URL
아주 잠깐 이병헌씨의 속살이 자주 나왔던 영화가 뭐가 있더라..생각해봤는데....그다지..없군요...

클리오 2008-07-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요. 액션영화라고 하지만, 서부영화 종류기도 하지만 저도 어제 오랜만에 재밌게 봤습니다. 시원한 영상 잘 보고 와서 저 영화 보고 스토리 어쩌고 하는게 잘 이해가 안되던걸요.. ^^

Mephistopheles 2008-07-31 00:38   좋아요 0 | URL
서부영화 특히 크린트 이스트우드로 대표되는 마카로니 웨스턴을 많이도 봤던 저는 장면 하나하나 유독 재미있게 봤어요. 역시나 많은 오마쥬가 들어가 있더군요..^^

Kitty 2008-07-3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영화 얘기가 많네요.
저는 정우성을 좋아하는지라 보고싶어요 ㅎㅎ 그러나 이병헌의 압박;;;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는 '가오 잡다'가 무슨 뜻인가요?
가오는 일어의 かお를 얘기하는거 같은데
가오 잡는건 무슨 뜻인지..폼 잡는다는 뜻인가요?

Mephistopheles 2008-07-31 01:36   좋아요 0 | URL
'가오 잡다'란 말을 최근 많이 쓴다. '가오(かお)'는 얼굴[顔]을 가리키는 일본말로 얼굴을 내밀다(顔だし) 꼴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폼 잡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원래 '폼 잡다(威張る)'라는 뜻도 아닐뿐더러 청산해야 할 일본말의 잔재다.

'가오 잡다'와 비슷한 어감의 '후카시 잡다(넣다)'도 마찬가지다. 별 볼일 없으면서 남에게 멋있어 보이도록 으스댄다는 뜻으로 "중량감 있는 연기로 지난해 영화제 상을 휩쓸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 류더화(劉德華)에게 팬들은 '후카시 잡는' 그의 연기가 그립다고 하소연했다"처럼 쓰고 있으나 삼가야 할 표현이다.

국립국어원에선 '후카시(ふかし)'의 순화어를 '품(새)'과 뽐내다는 뜻의 '재다'를 결합해 만든 '품재기'로 정하고 '후카시 잡다'를 '품재다''품재기하다'로 바꿔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출처는 네이버 지식 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