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M대리님 저 그만 둘려고요..
M: 왜..?
K: 제가 전에 다니던 대구 사무실이요. 월급이 밀려서 엄청 고생했어요.
그것 때문에 아직 빚도 남아 있고요. 그 사무실 소장하곤 채무관계로
법적으로 밀고 당기고 있고요...
M: 그래도 한 달만 좀 참아보지 그땐 어떻게든 해결이 되지 않을까?
K: 아니요. 사실 서울로 올라오는 것도 큰 모험이였는데....전 아직 멀었나 봐요
사무실 겉모습에 혹해가지고 좋다고 들어와버리고..
그렇게 호되게 당했는데도 말이에요.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다니..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M:............
7년전 내가 다녔던 어느 사무실.
강남에서 화려하다고 소문난 압구정동에
겉껍데기만 반지르르하고 내실은 부실덩어리였던 사무실.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못되서 사직서를 쓴
대구 토박이 K는 그렇게 사무실을 떠나 버렸다.
마땅히 붙잡을 구실도, 방법도 없었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되는데...
K가 떠난 후 나 역시 반 년치 월급이 밀린 채
일년을 못 버티고 나와 버렸다.
근래 문 닫는 설계사무실이 많다고 한다.
사람 구하기 힘들고 일거리는 한정되어 있고,
규모나 자본력으로 월등한 설계사무실의 독점 때문에.
관련학과 졸업해도 고생은 곱으로 하고 배 굶기 쉽상인
설계업종은 졸업생들에게 기피대상 1호가 되버렸으니까.
그나마 신규직원 1명, 경력직 1명을 어렵게 구한 지금
입장에서 제 때 월급 나오고 일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어쩌면 행복한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