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M대리님 저 그만 둘려고요..

M: 왜..?

K: 제가 전에 다니던 대구 사무실이요. 월급이 밀려서 엄청 고생했어요.
그것 때문에 아직 빚도 남아 있고요. 그 사무실 소장하곤 채무관계로
법적으로 밀고 당기고 있고요...

M: 그래도 한 달만 좀 참아보지 그땐 어떻게든 해결이 되지 않을까?

K: 아니요. 사실 서울로 올라오는 것도 큰 모험이였는데....전 아직 멀었나 봐요
사무실 겉모습에 혹해가지고 좋다고 들어와버리고..
그렇게 호되게 당했는데도 말이에요.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다니..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M:............

7년전 내가 다녔던 어느 사무실.
강남에서 화려하다고 소문난 압구정동에
겉껍데기만 반지르르하고 내실은 부실덩어리였던 사무실.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못되서 사직서를 쓴
대구 토박이 K는 그렇게 사무실을 떠나 버렸다.
마땅히 붙잡을 구실도, 방법도 없었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되는데...
K가 떠난 후 나 역시 반 년치 월급이 밀린 채
일년을 못 버티고 나와 버렸다.

근래 문 닫는 설계사무실이 많다고 한다.
사람 구하기 힘들고 일거리는 한정되어 있고,
규모나 자본력으로 월등한 설계사무실의 독점 때문에.
 
관련학과 졸업해도 고생은 곱으로 하고 배 굶기 쉽상인
설계업종은 졸업생들에게 기피대상 1호가 되버렸으니까.

그나마 신규직원 1명, 경력직 1명을 어렵게 구한 지금
입장에서 제 때 월급 나오고 일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어쩌면 행복한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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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7-1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디든 힘들군요....

Mephistopheles 2008-07-16 21:58   좋아요 0 | URL
힘든 걸 떠나...왠지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Arch 2008-07-1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메피님 일하시는 얘길 들으면 도면 쫙 펴놓고, 일하면서 약속잡는 광고의 한 장면이 생각나곤 했는데. 힘내세요!! 주물주물.

Mephistopheles 2008-07-16 21:59   좋아요 0 | URL
도면을 쫙 펴놓긴 하지만 그건 주로 모니터에 펴 놓고요 약속을 잡긴 잡지만 주로 전화로 떠듭니다..^^ 광고나 드라마와는 좀 다른 모습이랍죠..ㅋㅋ

2008-07-15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8-07-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리브리 초짜 프리인제게 오늘 모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면서
월급은 따박따박 나온다고 -_-;;; 하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8-07-16 22:00   좋아요 0 | URL
공직에 오래 근무하신 분들은 어쩌면 도통 이해가 안갈지도 모르지만...
월급이 밀리거나 늦게 나오는 직장군이 꽤 많죠..쩝..

2008-07-16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