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으로 인해 밥값도 뛰어올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 밥집에 매달린 앞자리 숫자가 티나게
고쳐진 메뉴판을 보는 기분은 씁쓸함이 묻어난다.
자연스럽게 비싼메뉴엔 시선이 가질 않게 되고 그냥저냥
먹을 만한 적당한 가격대의 메뉴를 선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사무실 앞에 먹을 만한 곳은 사실 없다.)
사무실 앞에 있는 자주 가는 식당도 역시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힘없는 직장인들이야 찍소리 않하고 한숨 몇 번 내뿜고
올라버린 가격의 밥알을 씹어주면 그날 하루 점심시간은 과거가
되버린다.
어제도 역시 그 식당에 가서 점심을 청하였는데 가격의 변동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좀 지나치게 올린 가격으로 인해 매상이
떨어졌는지, 몇 개의 품목에 대해선 다시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이
눈에 띄었다.
밥 먹으며 막내와 메뉴판에 대해 궁시렁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e님이 살짝 끼어든다.
"뭐 밥 한끼 먹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그래. 날 봐.
난 메뉴판 가격 신경 안쓰고 그냥 시키잖아."
평소 얌전하던 막내가 곧바로 클린히트를 날려버린다.
"저희는 돈 내고 밥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요?"
하루 한끼야 별 감흥이 없지만, 한 달 식대를 계산해보면 분명
차별적인 직원복지인데, 누리는 사람은 그 편안함을 가끔씩
망각하곤 한다.
뱀꼬리 : 일주일에 두 번은 등푸른 생선을 먹어줘야 한다는 부분에선
어이상실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