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때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던 동기녀석 하나는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다. 한 달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매일 술을 마시는 것. 양배추 인형처럼 생긴 녀석이였는데, 이 얼토당토하지 않는 도전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기에 그냥 농담이려니 했으나 그와 함께 일주일 동안 술잔을 비우며 이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달을 꼬박 채워 언제나 소주로 뱃속을 채운 그 녀석에겐 그 당시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2.
20대 참으로 많은 술을 마셨다. 남들처럼 고민이 있어서 혹은 술이 너무너무 좋아서가 아닌 그냥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고 교감을 갖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신천에서 마시기 시작한 술은 다음날 아침 7시 신촌에서 끝을 맺은 적은 여러차례였다. 알딸딸하게 취한 적은 있었으나 그리 마시고도 단 한번도 필림이 끊긴 적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그냥 지우고 싶은 과거의 한 토막의 고통으로 나발을 불었던 소주병엔 어김없이 필름이 두어차례 끊겼던 기억이 난다.

3.
30대가 되니 마시는 술이 더 이상 수분+알콜이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표현이 불가능해진다.
누구와 마시던 내가 마시던 술 한 잔엔 그 사람의 고민이 들어있고, 그 사람의 분노가 들어있곤 한다. 어쩌면 마주보고 있는 타인 역시 나의 고민 한잔, 또는 나의 고통 한 잔을 들이키는 걸지도 모르겠다.

한 병에서 갈라진 한 잔의 술은 서로의 삶을 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같은 술이라도 쓰기도 하며 달기도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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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주 레시피 (6년째 연애중中)
    from little miss coffee 2008-01-30 01:14 
      영화시사회를 보고 왔다. 영화는 재밌었다. 나야, 워낙 김하늘을 좋아하니깐, 알콩달콩 연애얘기도 재미났고, 머리 식히고 나올 수 있었.....는데, 미스터무매너때문에, 잠시어이상실- 영화에 나온 김하늘의 소주 마시는 방법 몇가지. 를 실험하기 위해 집에 오는 길에 집 앞 슈퍼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밤 열두시에 소주 한 병을 사서 들어가는 처자라니... 배경음악은 이거   소주 레시피 1
 
 
깐따삐야 2008-01-2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동아리 선배 중에도 소주 두 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흐음... 그래도 죽진 않더라구요. 사람 명은 하늘이 정한다더니만. -_-
2. 이 대목에선 그다지 세대차이가 안 느껴지는군요.
3. 아... 달콤쌉싸름한 알콜의 미학. 캬... 문득 꽃등심과 복분자가 땡겨요!

Mephistopheles 2008-01-29 02:44   좋아요 0 | URL
1.깐따삐야님 주량이???
2.깐따삐야님 대체 주량이..???
3.깐따삐야님...정말로 주량이...???

깐따삐야 2008-01-29 02:50   좋아요 0 | URL
1. 소주 두 잔입니다. ㅋㅋ
2. 소주 두 잔입니당. ㅎㅎ
3. 복분자 두 잔입니당. ^^

Mephistopheles 2008-01-29 02:52   좋아요 0 | URL
1.글라스로요??
2.냉면사발로요??
3.세숫대야로요??

깐따삐야 2008-01-29 02:55   좋아요 0 | URL
헐... 갑자기 세숫대야 냉면이 먹고파요. 흐흐.^^

Mephistopheles 2008-01-29 02:59   좋아요 0 | URL
사무실 앞 화로구이 집이 새로 오픈을 했는데...거긴 고기(우삼겹)도 맛있고 특히 냉면이..기가막히죠..물냉,비냉,회냉,그리고 항아리 신(辛)냉면...그런데 깐따삐야님..그래도 소주 한 병 정도는 좀 하셔야..꽃등심을 먹던 간장게장을 먹든 뭘 먹든 하지 않을깝쇼?

깐따삐야 2008-01-29 03:05   좋아요 0 | URL
아잉... 입에 침 고여요. 맛나겠다!!
아, 전 기분 좋으면 무한대로 마십니다. 주량이 아니라 기분이 관건이죠. 홍홍.^^

Mephistopheles 2008-01-29 03:06   좋아요 0 | URL
갑.자.기.무.서.워.져.보.이.기.시.작.

깐따삐야 2008-01-29 03:11   좋아요 0 | URL
무서운 거 좋아하시잖아요? 그니깐 사주세요. 히히.^^

보석 2008-01-29 09:15   좋아요 0 | URL
메피님 회사 앞 화로구이집에 가고싶어요. 저 회냉면 좋아하는데..추릅~

Mephistopheles 2008-01-29 11:3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 보니 그곳에서 회냉면만 못 먹어봤어요..언제 먹어보고 꼭 그 맛을 매드쉐프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8-01-2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좋지요.
술 한잔 하면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하하


Mephistopheles 2008-01-29 11:36   좋아요 0 | URL
혹시 한사님..주량이..한 잔...아니신 거죠?

JTL 2008-01-2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날 술이야~ ㅎㅎ 바이브 좋죠 ^^

Mephistopheles 2008-01-29 11:37   좋아요 0 | URL
바이브 음악이 좋긴 한데..너무 같은 멜로디를 우려먹는 감이 있어서 금방 식상해져요..SG워너비도 마찬가지고요.^^

瑚璉 2008-01-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적불음당 총재 특보로서 유감입니다(흠흠).

Mephistopheles 2008-01-29 11:37   좋아요 0 | URL
호련님...그냥 소주잔에 생수 따라 놓고 캬~ 하셔도 전 상관없습니다.^^

전호인 2008-01-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 무섭기도 하다가 또 일정시간을 마시지 않으면 다시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집니다.
왜일까요? ㅎㅎ

해적오리 2008-01-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그 집에서 모이죠...^^

Mephistopheles 2008-01-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그게..아마도 우리같은 직장인들에게는 술은 "필요악"이기 때문아닐까요?
해적님 // 해적님이 쏜다면야 기꺼이....=3=3=3

2008-01-29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8-01-2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내내 술을 마시기로 한 생글생글 웃던 후배의 뒤에 있는 슬픔을 볼 수 있는 메피님이 좋아요-

쓸데없는데 경쟁적인 저는, 문득, 한달하고 하루 더로 기간 잡아서 매일매일 술마시기 해보고 싶네요. 정해진 양이나, 혼자 마시면 안 된다거나 하는 룰이 있나요? (진지진지)

Mephistopheles 2008-01-29 22:40   좋아요 0 | URL
키득키득 후배는 아니고 동기녀석인데 조금 독특한 놈이였죠. 아..그런 룰은 없었죠. 혼자건 둘이건 몰려있건 일단 기본 소주 2병이상은 마신다...라는 기준은 있었죠..^^ 처음엔 그냥 동기들 몇명이 껴서 마셨지만 마지막 일주일남겨놓고 혼자서 고독한 레이서를 펼쳤다죠..ㅋㅋ

하이드 2008-01-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 소주 두병이라... 와인으로 환산하면, 에, 와인이 15도에 750ml, 소주가 19에 360ml니깐 ... 에, 그니깐, 방금 슈퍼에서 소주 한병을 사 왔거든요? 참이슬요, 슈퍼에서 소주가 천원밖에 안 한다는걸 처음 알았어요. 오늘 본 소주레시피를 음주페이퍼로 공개할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30 00:46   좋아요 0 | URL
우잉..?? 설마 소주에다 무언가를 첨가하신다는 말씀..? 아님 소주를 마실때 즐겨 먹는 안주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