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노화된 컴퓨터를 교체하기 위해 구입 후 댁배발송장이 뜬 것이 화요일쯤이였다. 원래대로라면 수요일날 도착하는 것이 정상일 것인데, 어디까지 오나 확인차 지점에 전화를 걸었더니만 아무도 받는이 없이 처량하게 워떤 year의 안내방송만 줄창 나온다.

4번 전화 걸었더니 전부 똑같은 상황이기에 결국 본사로 전화를 걸게 되었다.  "네 안녕하십니까 HY택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란 다분히 접대스런 억양을 소유한 여직원에게 다짜고짜 송장번호를 불러줬더니만 역시나 상투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XX지점에서 관리하는 구역인데 전화번호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란 뻔한 수순으로 전화번호를 불러주려 한다. "지점엔 이미 확인을 해봤는데 도통 전화를 안받더군요."란 말에 갑작스럽게 죄송스런 말투로 "어머나 고객님 죄송합니다. 오늘 그 지점이 물량이 폭주하여 아무래도 배송이 좀 늦어질 듯 합니다. 내일쯤이면 고객님께 도착할 예정입니다."란 믿으면 내손에 장지져성 발언을 하기에 오냐 두고보자 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기다려 봤다.

지금까지가 수요일 상황이였고, 목요일 오후 보란듯이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만, 역시나 지점 과는 연락이 안되어 다시 찾은 본사직원왈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지점소장님과 전화통화 후 고객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바로 전화드리겠습니다." 란다.

결국 목요일날도 4번의 전화 공방을 통해 택배물은 도착하지 않았다.

금요일 오늘. 난 결국 불을 뿜었다. 본사에 걸어 대체 물건이 언제 오며, 아울러 왜 지점이 물량이 폭주할 정도로 컨트롤을 못하고, 인원분배를 제대로 못했냐부터 시작해, 물량이 많으니 돈 많이 벌겠으니 늦게 온만큼 손해배상청구 들어가겠다며 담당 관리자 그러니까 지금 나와 통화하시는 분보다 더 높은 분을 바꾸라고 마구마구 불을 뿜어 버렸다. 이리 불을 뿜은 이유는 본사 직원의 멘트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힘들 것 같은걸요?"라는 쌩뚱맞은 답변이 원인이였다.

오후 두시쯤 처음보는 전화번호가 뜨고 냉큼 받았더니 어떤 남자가 미안해 죽겠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객님 지점을 담당하는 기사가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갑자기 입원하시는 바람에 이리 늦어졌습니다." 란다.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아프다는데 어쩔 수.....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을 떠나 이 또한 어찌보면 늦어지는 택배회사의 교과서적인 변명인지라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하지만 진실이라면 미안하고 빨리 쾌유하시길 빌어요.)

2차로 불을 뿜었더니만 결국 대타로 뛰고 있는 콜밴기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다. 득달같이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니..

"아 예 선생님 물건은 미리 빼놨습니다. 제가 오늘 6시 이전엔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안그래도 본사에서 지점에서 계속 전화가 와서 특별히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요, 죄송합니다." 란다.

역시..택배회사의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불을 뿜고 지X발광을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비록 접대성일지라도 미리 미리 전화를 먼저 걸어 좀 늦어지겠다는 양해를 구한다면 이렇게 거품물고 불을 뿜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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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1-2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젠가부터 어느 회사건 다 저런식의 말투와 억양과 코멘트를 단다는걸 느끼고 있어요. 너무나 가식적으로 보이는데 왜 저런식으로 통일을 하는건지... -_-

BRINY 2008-01-2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이 엄마와 짜고 보충수업을 빠질 핑게를 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저도 한번 불을 뿜고 나면 갑자기 수업분위기 좋아지고 정시 출석율이 높아지는 걸 경험합니다.

순오기 2008-01-2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런 것 언제나 변할는지 요원하기만 합니다.
우리의 국민성이 문제인가? 서비스가 뭔지 모르는건가? 이런 생각도 하게 돼요.ㅠㅠ

깐따삐야 2008-01-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택배 늦어진다고 투덜대면 엄마가 어지간히 방정 떨고 앉았다구 머라머라 하세요.
그래서 그냥 묵묵히 기다린다는. -_-

Mephistopheles 2008-01-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혹시 통계를 내 그걸 안내직원 여직원들 교육용으로 배포하지 않았을까요. 택배 늦어 항의하는 고객들 대처하는 법....으로요..
브리니님 // 그게...효과는 좋아요..공포(?)는 모든 것을 잠식하잖아요.단 너무 자주 쓰면 약발이 안들지만요..^^
순오기님 // 아마도...평생...아닐까요..국민성의 문제로 확대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내가 손님인지 하인인지 구분이 모호한 서비스직종들이 종종 목격되곤 하죠.
깐따삐야님 // 항의 할껀 해야해요..만성이 되버린다니까요..뭐 싫은 소리 않하니까 이 고객님 택배는 제일 늦게 쉬엄쉬엄 보내면 되겠지....같은 걸로요.

세실 2008-01-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year는 좀 심했어욧....
가정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끔 불을 뿜어주어야 말을 잘 들으니 원...

Mephistopheles 2008-01-25 22:42   좋아요 0 | URL
흑흑 그래도..매일 앵무새처럼 말로만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렇죠.

웽스북스 2008-01-2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항의하는 만큼 얻는 것 같아요
카드도 해지하겠다고 전화하면 막 포인트 얹어주고 그래요 -_-

Mephistopheles 2008-01-27 00:23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새벽별님의 댓글처럼 우리나라 서비스업계에 직빵효과는 지X발X이라니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