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을 자주 먹게 된다.
사무실 사람들과는 아니고 그렇다고 오래된 주당친구들과도 아니다.
몇 번 이야기 한적이 있었던 동네로 이사온 마님의 후배 신혼부부들과 자주 술을 마시게 되었다.
마님이야 소주 한 방울에 맥주 반 컵이 주량이기에 같이 술을 마시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는데 이 부부들은 제법 음주를 즐기다 보니 심심하면 전화통화 후 저녁을 먹자고 시작한 것이 술판이 벌어지는 과정으로 변모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여간해선 마시지 않는 술을 자주 마시게 되었고 알게 모르게 동네술집 탐방이 되버리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저번 주 토요일도 역시나 심심하다는 마님과 마님후배 덕분에 예정대로라면 동네에 새로 생긴 3인분에 9900하는 막창집으로 향할려고 하였으니 이 가게가 사는 곳과 너무 가깝고 마침 가게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군들이 제법 연세를 잡수신 어르신들이라 다른 곳을 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가게 된 곳이 일전에 한 번 눈여겨 본 실내포장마차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손님이 바글바글하며 장사가 제법 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 싹싹하고 손도 크고 솜씨도 좋으셔서 몇가지 시킨 안주는 제법 맛과 양을 만족시켜주었다. 아울러 아주아주 저렴하기까지. (꼬막을 시키니 6000원에 한바가지 넘치는 분량으로 삶아 가지고 온다.) 여러모로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히 뛰어난 가게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가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게 자체의 문제가 아닌 손님들이 문제였다.
우리가 들어갔을 땐 이미 붉게 취기가 오른 젊어보이는(20대 몇몇에 30대 몇명) 10여명의 단체가 자리를 잡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닌 것이였다. 그 중 유독 목소리가 큰 인간이 하나 있었고, 술판을 싸돌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술 먹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가 일행 중 한 명이 시켰을 사이다 한 병을 이상한 헛소리와 함께 병나발로 원샷을 하는 추잡함까지 보여주며 여전히 고성방가를 자행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30여분 고성방가를 정력적으로 외치던 그 패거리들은 취기가 올랐는지 하나하나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이윽코 그들이 떠난 술판은 개발 전 난지도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안주그릇에 구겨 끈 담배꽁초..바닥에 떨어진 쓰레기와 침 뱉은 흔적, 식탁에 즐비하게 발라 논 양념장과 안주찌꺼기들....그릇 속에 담겨진 휴지들.....
이를 본 후배신랑이 한마디 한다.
"그거 아세요. 술판 후 정말 지저분한 동네는 압구정동이에요. 저 정도는 양반이에요."
후배신랑은 나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이고 몇차례 강남쪽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술판 뒤 난장판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서울시 여러군데에서 이런 술집을 경험해본 바 예상밖으로 압구정쪽이 제일 그 다음은 종로, 신촌 순이며 그나마 서울외곽 쪽에 있는 술집들이 손님이 빠져나간 후 오히려 청결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동네의 특성상 쭉쭉빵빵 모델같은 혹은 인형같은 미녀들이 술판을 벌인다고 한들 그녀들이 빠져나간 후의 모습이 개판 오분전이라면 전혀 이쁘게도 미녀로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친한 사람 만나 술 한 잔이 기분업 되어 한 병이 되고 두 병이 될수는 있을 것이지만서도 기분좋게 마시는 술자리 뿐만이 아닌 자리를 떠난 후 자신의 흔적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않을까 싶다. 제아무리 선남선녀라 할지라도 술판 후 뒷자리의 불결함은 마치 화장실에서 일보고 뒷처리 않하고 나왔을 법한 불쾌한 인상을 주니 말이다.
음주 후 자리 떠나기 전에 술판 확인은 한번씩 해 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어찌보면 이것도 하나의 주도요 에티켓일지도 모르기 때문에....그리고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일종의 잣대일수도 있을 것이다.
뱀꼬리 : 고성방가 난지도족들이 몰려나가고 새파란 4명의 젊은놈들이 바로 뒷자리에 앉았는데 이 놈들의 대화는 10으로 시작해서 8로 끝나더라.알코올이 잡균을 소독해주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인가 보다. 욕으로 도배를 한 그들 입에는 쉴새없이 알코올이 들어가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소독된 언어가 나오질 않으니 말이다. 락스물을 퍼 먹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