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 달에 두번 꼴로 사무실 옆에 있는 도로에서는 경찰의 검문이 있다. 안전띠 미착용이나 음주를 단속하는 걸로 봐서 실적과 많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2.거의 매일 머리에 백설이 내려앉은 정정한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언제나 트레이닝복 차림이며 가까운 야산으로의 등산을 통해 건강을 도모하시는 듯 하다. 가끔 우유팩을 들고 지나가시기도 한다.
3.사무실 앞의 연립주택에는 부정기적이지만 매일 하얀색 그랜져 XG가 잠깐씩 주차되어 있다. 주로 그 집에 사는 꽤 미인인 여인을 태우고 내리는 역활을 주로 한다. 시간대가 어중간 하지만 왠지모를 화류계 냄새가 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하루에 한 번 꼭 고마우신 우체부 아저씨를 만난다. 낯을 익혀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버렸다. 호수가 많은 연립주택에는 일일히 호수별로 우편물을 분류해주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5.한 달에 한번꼴 맞은편에 있는 카센타에서는 고성이 오고 간다. 이용자들의 불평 불만 때문인지 비교적 큰 고성과 함께 싸우는 소리는 30분 정도 진행된다.
6.하루에 4번꼴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지게차의 시끄러운 괴성은 소음공해 수준이다. 사무실 다음 블럭 지게차들의 집합소가 존재한다.
7.가로방향으로 아랫부분은 하얗고 윗부분은 검은 길냥이를 하루에 한번 꼴로 마주친다. 초반엔 경계하는 듯 했으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나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 지 갈길 간다. 가끔 날 보고 웃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8.꽤나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아주머니가 모는 트라젯 XG를 이틀에 한번 꼴로 마주친다.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보건데 자식이 고3 인듯 싶다.
9.건너편 건물 1층에 위치한 엘리베이터AS센터의 직원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불을 훤하게 켜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해 떠있을 땐 일반스런 사무실 모습, 해만 떨어지면 가끔씩 하우스로 돌변한다.
10.아침 9시30분쯤에는 인근에 사는 듯한 미인을 마주친다. 사무실 건물 현관이 전면유리이기 때문에 지나치다 가끔 멈춰서서 자신의 자태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오늘은 날씨때문인지 짙은 갈색 부츠를 착용했다.
11.사무실 건물 301호 직원들은 6시 칼퇴근을 한다. 주로 중년의 아주머니들로 계단실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6시임을 확인할 수 있다.
12.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여중생이 있다. 왜소한 체구이며 가끔 치마돌리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13.인근 여고출신으로 보이는 3명의 여고생들은 언제나 수다스럽다. 그들이 유난히 조용하게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날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시험기간 중일 것이다.
14. 속셈 보습학원 차량은 5대정도 합기도 도장 차량 1대 태권도 도장 차량 1대...평균적으로 사무실 앞 골목을 지나가는 봉고들..
15.사무실 앞 가로등은 오후 6시30분과 7시 사이에 켜지며 새벽 5시반 6시 사이에 점등이 된다. (동절기 기준)
16.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건물에 상주하는 사무실들의 차량은 전무하다. 건물 규모에 비해 주차공간은 달랑 두대뿐이지만 어쩌다 한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 거의 비어 있다.
17.건너편 인도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묘기를 하는 인간들이 가끔씩 보인다. 분명 건너편 자전거점에서 나온 사람들 일 것이다.
18.일주일에 두번 밤 8시쯤 401호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가정교사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그녀는 언제나 저녁을 차에서 해결한다.
19.가장 가깝게 위치한 담배판매소인 부동산은 7시이후에 문을 닫아버린다. 담배가 필요하다면 그전에 가야 한다. 그 이후라면 왕복 100여미터 걸리는 슈퍼까지 가야 한다.
20.슈퍼 가는 길에 새로지은 다세대에 주차되어 있는 대형차 주인은 방송국관계자로 추정된다. 차안에 널부러져 있는 드라마 대본이 증거중에 하나이다.
21.슈퍼 옆에 위치한 놀이터 앞에는 허름한 의자 몇개가 놓여져 있다. 주로 부근 동네 어르신들의 마실공간으로 이용된다. 할아버지 한분 할머니 세분 정도셨는데 언제부턴가 할머니 한 분이 안보이신다..
3년 가까히 한 곳에 위치하면서 하루에 피는 담배 한 갑을 소진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서면 언제나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젯밤엔 그 낯익은 풍경의 잡티같은 회색차량 한대가 건너편 건물(16번)에 차머리를 벽쪽으로 향한 채 깜깜한 구석탱이에 주차되어 있은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살짝살짝 흔들리기까지 하더라는..(므흣한 느낌이 모락모락..)
살금살금 가로등 불빛에 의존에 접근했더니 놀랍게도 앞좌석엔 한쌍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사실은 앉아 있지 않았다. 어정쩡한 자세였다.) 30초도 안되서 황급히 후진하여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오는 "미스 마플"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