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 언급했었던 적이 있었던 흥미만땅 말초신경 몽조리 발기시켜 주는 캐이블TV의  프로그램 중 헤어진 남친 여친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일명 엑스 걸 혹은 보이프렌드라는 프로에 대해 주절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의뢰인이 두 명의 남자였고 헤어진 여친을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하나는 완전 븅신이 되버렸고 하나는 애절한 지나간 사랑의 여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래 전에 지나가다 한 번 봤던 기억이 났으나 간만에 집에 일찍(밤10시 에잇 저주받을 야근!) 들어와서 무심코 틀었던 TV에서 의뢰인이 여자였던 에피소드가 다시 재방이 되고 있었다.

대략적인 사연은 이렇다.

A라는 여자는 B라는 남자를 오랫동안 사귀고 있었다고 한다.
허나 B는 멀쩡한 허우대에 비해 능력도 없고 여친에게 지나친 의존을 하는 일명 빈대형 남친이였다고 한다. 용돈도 받아챙기고 술값, 밥값, 데이트 비용 등등은 거의 여자가 부담하는 처지였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반복되는 행동에 알게 모르게 A는 B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보여줬고 조금씩 쌓이다 결국 B의 군입대를 계기로 결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허나, B를 사랑하는 A는 군복무 중에도 B를 계속 만나왔고 애인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잦은 충돌이 있었으나 A는 B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계속 그 남자의 곁에서 사랑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다 제대 즈음에 갑자기 B에게서 결별통지가 온 후 연락 두절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의뢰녀인 A의 이야기였고....

프로그램이 진행되가면서 이미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한 B를 취재진들의 밀착추적이 들어간다. 발품을 팔아 얻어낸 정보는 B는 제대 후 고향에 내려갔고 고향의 인근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취재도중 B에게는 이미 다른 애인이 있으며, A의 이야기처럼 아직도 지금의 애인집에 동거 비슷한 모양으로 기거를 하며 의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졌다.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봐서 B의 이미지는 막장 그 이하가 있다면 거기에 제곱근을 씌워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다. 허나 B앞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취재진을 통해 B의 사연이퍼지면서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버린다.

A와 사귀는 동안 B는 지칠정도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수시로 남자를 바꿔가며 A가 바람을
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람을 피워도 전혀 죄책감이 없이 다시 B에게 돌아오는 상황의 연속이였다. B가 우유부단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마다 A를 받아줬었나 보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침과 한계를 느낀 B는 군입대를 핑개로 A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A의 지나친 남성편력과 자신에 대한 집착에 한계를 느꼈다는 것...

취재진의 카메라는 여기서 끝이 나고 다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로 돌아온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A는 단상에 서 있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인 헤어진 남친 B가 과연 이곳에 나타나 A와 만나게 될지를 보여주게 된다.

난 B가 설마 스튜디오에 나오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예상은 어김없이 깨지고 B를
애타게 부르는 A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말해 모자이크 음성변조의 페인트모션을 걷어내고
실물이 공개되는 자리에 나타난 것...

A에 비해 B의 태도는 어둡고 불쾌한 기분이 역력한 모습이였다. 그리고 B가 왜 이곳에 나오게 되었는지 자신의 입으로 밝히기 시작한다.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기에 이런 과거의 일로 그녀가 상처받고 신경쓰는 것이 싫어서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확실히 끊기 위해 쪽팔림을 무릅쓰고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A에게 이젠 더 이상 자기를 찾지 말고 다른 남자를 찾으라는 일침을 놓게 된다. 그리고 등장한 B의 현재의 애인은 모자이크 처리로 방청석에서 튀어나와 A에게 "당신이 사랑이라 말하는 것은 집착을 뿐이며 B뿐만이 아니라 자기에게도 깊은 상처를 준다"의 항변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B를 잊어 달라는 직언까지 내놓게 된다.

프로그램이 막판을 달리며 동정표 잔뜩 받은 A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버린다. 의외로 무능력하고 나태해 보이는 B는 사랑의 수호자로 표현되어지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국을 떠나는 A는 카메라를 향해 의미삼장한 말을 한다.

"나는 집착도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누가 뭐래도 이것이 나의 사랑의 방식이다."

란 꽤나 웃겨주는 억지스런 발언을 한 후 슬쩍슬쩍 미소를 보이며 방송국을 빠져나간다.


당사자가 아닌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만땅의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일종의 관음증이 엷게 희석된 사소한 쾌감을 선사해 줄 수도 있겠거니와 당사자들이 아니기에 뒤에서 궁시렁궁시렁 여러 썰들을 풀어내기에도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말이다.

절대 집착이 사랑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아울러 내 사랑을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불쾌감을 선사한다면 그것 또한 결코 사랑이라고 불리울 순 없을 듯 싶다. 연약한 척, 순수한 척, 상처받은 척, 하면서 동정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사랑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사랑이라 보여진다.

뒤돌아보면 내 사랑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은 손톱자국도 가끔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사랑을  해보란 말이다.

미모의 의뢰녀 A씨...내 말 잘 알아들으셨죠?? 그리고 행여나 뜨금하시는 불특정 다수 분들...말은 쉬워도 행동하긴 어렵다고요???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 보세요..그래야 힘 좋고 오래 가는 에너자이저같은 사랑을 하실 수 있답니다.

유부남 7년차 언제나  신혼이고픈 메피스토가...

   

불현듯 생각나는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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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7-10-2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메피님 글이다 ㅠㅠ 너무 반가와서 버선발로 달려왔습니다 ^^
그나저나 미저리와 fatal attraction 포스터만 봐도 섬뜩하네요!
fatal attraction을 본 이후 물 끓으면 소리나는 주전자를 못쓰게 된 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0-20 12:45   좋아요 0 | URL
위험한 정사는 참 섬뜩한 영화였어요.
한 남자의 육체적인 욕망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집착과 광기..
특히 욕조안에서 소리지르면서 벌떡 일어날 때..^^

2007-10-20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0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0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0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10-2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메피님의 맛깔나는 글을 보니 아침이 즐겁습니다. ㅎㅎ 그동안 안녕하셨죠? (앗! 저기 보니 계속 야근이구만요. ㅎㅎ)
사랑과 집착 드라마 제목으로 괜찮을것 같지 않나요? ㅎㅎ 근데 저 두개는 꼭 한쌍처럼 붙어다니는지라 조절하고 조심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이다. ㅎㅎ

Mephistopheles 2007-10-20 12:46   좋아요 0 | URL
붙어다니진 하는데 결론은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이야기로 끝나버리더라구요.
털어낼 껀 털어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2007-10-20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0-20 11:51   좋아요 0 | URL
아이러니하군요.
님처럼 개방적이며 거침없는 분이 남의 페이퍼에 감놔라 배놔라 하시다니..
표현의 자유는 일부인들에게만 통용되는 사항인가 봅니다.
님의 고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10-2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백을 환영합니다^^

Mephistopheles 2007-10-21 10:02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지크 단테~~!

2007-10-20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7-10-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의 진정한 의미와 배경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지...

Mephistopheles 2007-10-21 10:03   좋아요 0 | URL
제가 우문이면 나애리님이 현답이십니다..^^

antitheme 2007-10-2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남 12년차도 언제나 신혼이고 싶습니다.

순오기 2007-10-2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져리, 위험한 정사...사랑이라 하기엔 너무 끔직한 집착... 무셔워라!
적과의 동침도 이 부류에 들어갈 듯 싶군요.

Mephistopheles 2007-10-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흐..얼마 전 주말 출근을 했을때 점심이나 맛있는 걸 먹자고 삼각지에 있는 대구탕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현충사 앞에서 등산복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를 보았더랬죠. 좋아보이더군요.^^
순오기님 // 적과의 동침은 집착의 대상과 집착스런 당사자가 성별이 뒤바뀌었기에 일부러 제외시켰습니다.^^

2007-11-05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