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가지가지 존재하더라. 어떤 이는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면서 반복적인 삽질(?)로 일당 7만원에서 8만원을 버는가 하면, 어떤 이는 컴퓨터 모니터 속 혹은 상황판의 빨간 전구 몇 개가 만들어주는 숫자 조합으로 몇 천 혹은 몇 억을 벌기도 하니까. 자본주의 사회 구도 아래서 전자를 높이 쳐주고 후자를 욕하고 싶은 생각은 나이 쳐 먹다 보니 점점 희석되어진다. 그래도 전자처럼 묵묵하게 육체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아름다운 노동을 행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무실 건너편 고물상에 하루 평균 2번 정도 자그마한 리어카에 폐지를 잔뜩 모아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러하고 이틀에 한번 꼴로 사무실이 입주되어 있는 건물 청소를 하는 조선족이라고 추정되는 아주머니 또한 뿌듯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아름다운 노동의 모습을 선사해준다.

워낙에 깐깐하며 짠돌이인 건물주는 사람도 깐깐하게 보는지 벌써 청소하는 사람만 5번 넘게 갈아 치웠다. 중도에 일을 포기한 아주머니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잔소리쟁이 건물주에게 질려서가 첫째, 하는 일 량에 비해 형편없는 보수가 둘째라고 생각되었다. 나중에 건물주를 통해 들은 사연은 내 생각과 비교적 맞아 떨어진다. (그러니까 청소하는 사람에게 얼마 이상은 결코 지불하지 않겠다는 주인양반의 확고한 신념을 들은 셈..)

지금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는 한 달 정도 마주치고 있다. 나보다 분명 나이는 많으신 분 같은데도 워낙에 인사성도 밝으신 분이시다 보니 마주치기라도 하면 방긋 웃으시면서 먼지 인사를 건네신다. 거기다가 그 일을 거쳐 갔던 다른 아주머니들과는 일하는 모습 또한 차별된다. 그분이 한 번 청소를 하면 화장실, 계단, 하다못해 계단실의 핸드레일까지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한번은 주차장에서 담배를 물었을 때 음식물 쓰레기통(서초구는 음식물 쓰레기 비닐봉지를 사용 안한다. 고로 음식물 쓰레기통은 언제나 악취가 진동한다.)까지도 세제까지 동원해 박박 닦아버리는 모습까지 목격 했었다.

언제인가 사무실 주차장에서 연달아 담배 3대를 물어대면서 조심스럽게 이 아주머니를 관찰했던 적이 있었다. 결코 밝은 표정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아주머니의 주름진 얼굴이나 남루한 옷차림과는 상관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뱃살만 키우면서 머리 굴리며 자판 치고 마우스를 굴리는데 지친 나 같은 사람도 가끔씩은 힘들다 싶을 정도의 육체노동은 신선함을 준다. 그 옛날 교과서에 실린 질풍노도의 시기에 땀 잔뜩 흘리는 운동이 해결방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꼭 틀리지만은 않더라는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뱀꼬리 : 하지만...내가 아름답게 보고 있을지언정...그분들은 치열함 삶의 현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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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6-10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오밤중에 주옥같은 글을 읽어서 좋군요! ^^

하이드 2007-06-10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그분들한테는 그게 아름답겠어요?' 댓글달려고 했는데, 영리하게도 뱀꼬리가.

무스탕 2007-06-1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머니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자식들은 건물안 냉난방 좋은 시설에서 와이셔츠 입고 컴퓨터 작업하는 일을 하길 바라실거에요... (삼천포에서 나온 댓글... ;;;)

Mephistopheles 2007-06-1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주옥같은 글이 아니라...야근 때문에 정신이 좀 약간 이상해졌나 봅니다.^^
하이드님 // 키득키득...메롱~~
무스탕님 // 아무래도 그렇겠죠..삼천포는 아니고요. ^^ 그런데 정작 냉난방 좋은 시설에서 와이셔츠 입고 검퓨터 작업하는 월급쟁이들은 때려치고 싶은 생각을 간간히 한다는....^^

2007-06-10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6-1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 원 넘게 잃었다고 속삭이신 분 // 좋은 경험하신거죠 뭐...속이야 쓰리지만..^^
죄송하다고 속삭이신 분 // 감정은 안상하는데 약간 이해가 안가고 또 약간 오해만 하고 말렵니다..24시간 후엔 까맣게 까먹겠지만요..^^

2007-06-10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6-11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속삭이신 분 // 핫...그냥 의미없이 삐진 척 했는데 또 사과하시니 제가 더 미안하군요 ㅋㅋ 그 명단은 잘 알겠습니다..^^
본전만 찾으면..이라고 속삭이신 분 // 증권이에요..? 도박이에요.? 빨리 불어요.?
신종도박 비누이야기...에 중독 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