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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노상 만지막거리는 컴퓨터의 본체를 살펴보고 있자면 "Reset" 이라는 버튼이 눈에 띈다
인텔이라는 회사와 여러 컴퓨터 기자재를 만드는 회사들의 기술력으로 인해 요즘 컴퓨터는
왠만해선 저 버튼을 누를 일이 없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만화에는 이런 리셋 기능을 인생에 연관시키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사항....옛날로 돌아갈 수 있으면 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라는 환상...과감하게 인생의 리셋 버튼을 누르고, 고달프겠지만 만족스런 삶을
재구축 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
책 속의 주인공...32년을 묵은 그녀 역시 아마도 저 인생의 리셋을 누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듯 싶다. 책 제목에 끼워져 있는 "달콤한"은 커냥 쓰고 떫은 현실들만 그득하니 말이다.
과거완료형 연인의 결혼식 날 충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연하의 남자와 하룻밤을 지낸 후,
약간은 집착적인 모습으로 그 남자와의 백일몽 같은 사랑.
오랜기간 친구관계로 지낸 남성의 돌발적인 변신..
안주하려고 했던 남자의 허깨비같은 모습..
소울 메이트의 결혼실패.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의 외도와 가출..
직장생활 역시 좌충우돌 상황 연속에 결국 사직서까지 제출...
- 책속의 그녀가 처한 결코 달콤하지 않는 현실( 갓 뎀 나의 도시)-
그녀는 과연 인생의 "리셋"을 눌렀을까? 라는 의문에 "그럼요" 라고 확답을 하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감이 있다. 리셋의 개념보단 오히려 Ctrl키와 Alt키와 Del키를 함께 눌러버리는 약간
강도가 낮은 선택을 택했기 때문에..
완전 삭제 보다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현실상황을 쥐어짜 스스로 만족하는 최선의 방식을
선택해주니 말이다. 32살의 녹녹치 않은 나이에 제 2의 성징 혹은 성장통을 경험하는 많이도
봐왔고 알고 있는 방식으로...
결코 무겁거나 묵직한 느낌은 전혀 안든다. 오히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최고조의 몰입감을 가지고 거의 마지막 부분을 눈에 바르고 있을 때..
장난기가 발동한 집사람은 넓직한 내 등에 대자로 올라탔다. 그 모양을 보고 꺄~ 거리면서 아들
놈도 동참.. 졸지에 내가 먹여 살리는 식구의 하중이 온몸에 전해지는 순간..
책 속 여주인공의 인생의 무게가 한순간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아저씨라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