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귀로 음악을 들음으로써 그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표현되는
영화의 주옥같은 장면들이 기억나는 기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단 한곡의 음악으로
한 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부여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봤던 영화들 중에 몇가지만 선별하여 뽑아 보는 페이퍼의 흔적...

1. 저수지의 개들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은 과격한 액션과 폭력이 주안점이라고들 말한다지만, 내가 생각하는 타란티노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래된 올드팝이나 락부터 시작해서 최신 유행을 달
리는 음악까지 장면 하나하나에 아주 적절하게 끼워 맞춰주는 섬세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저수지의 개들에서는 주인공들이 검은 양복에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슬로우모션으로 폼 왕창
잡고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나오는 "Hooked on a Feeling"라는 곡의 도입부 "우가차카 우가차카 우가
차카 우가우가.."는 영화속의 인물들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묘한 조화를 선보여준다.

2. 데스페라도



모 방송국의 개그프로 중 피날래를 장식할 때 들려나오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야야야야야야~ 야야야야오~"로 반복되는 메들리로 구성된 이곡은 라쿠카라차로 대표되는 멕시코틱한
분위기를 선보여준다. 이 곡은 사실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는 배우가 재기발랄한 감독 "로베르토 로드
리게즈"와 함께 만든 "데스페라도"라는 영화에서 극 초반부에 술집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연주하는 곡이다.
반데라스가 직접 불렀으면서 영화속의 그 무미건조한 배경과 폭력 중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노래였었다.
(사실 침대 위에서 감미롭게 노래를 부르는 셀마 헤이엑의 음악도 들을만 하다.)

3. 붉은 10월



해리슨 포드의 잭 라이언이 아닌 느끼남 알렉 볼드윈의 잭 라이언이였던 유일한 영화.
잭 라이언이 나왔으니 당연히 톰 클랜시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잠수함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리봐도 잭 라이언이 아닌 소련 잠수함 함장 라미우스 역을 맡았던 "숀 코넬리"라고 생각된다.
영화 초반부 부상한 잠수한 브릿지에 멋들어진 수염을 뽐내면서 나타나는 라미우스 함장의 등장과 함께
흘러나왔던 "Hymn"이라는 곡은 전형적인 러시아 군가 스타일이지만 함장의 얼굴에서 줌아웃 되면서 잠수함 전체를 화면 가득하게 채웠던 모습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4. 이지 라이더



개봉 당시 미국내의 온갖 사회문제(마약,섹스,인종차별...)를 한꺼번에 담아낸 문제적인 영화이면서
동시에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효시로 분류되는 수작인 영화이다. 바이크를 몰고 미국을 횡단하는 두명의
주인공이 오토바이 굉음을 내면서 도로를 질주할 때 쓰였던 음악은 슈테판 울프 라는 독일 출신 밴드의
"Born To Be Wild"라는 곡.

가끔 길에서 만나는 거친 엔진음을 가진 할리를 만난다 싶으면 이 음악이 떠오를 정도로 시간이 지났음에도
바이크..하면 떠오르는 음악으로 각인되어 있다.

5. 콘에어



범죄자들이 범죄수송비행기를 탈취하면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주 내용인 영화였었다.
제리 부룩하이머 출생 영화이기에 액션과 스캐일만큼은 보장한다고 봐야 하지만...니콜라스 케이지의 웨이브 진 단발머리만큼은 조금도 용서가 안되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현란하고 버라이어티하게 표현되는 액션의 반복 후 영화가 끝날 때 흘러나왔던 "How Do I Live" 만큼은 상반되는 곡의 분위기 때문인지 확실하게 기억하게 해주었다.

6.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던 느낌도 좋았고 내용도 맘에 와 닿았던 몇 안되는 영화중에 하나.
남자와 여자의 계속되는 인연속에 주변인들의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 흐르고,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둘의 사랑은 지속된다는 아기자기한 느낌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Love is All Around"라는 영화의 엔딩곡과 함께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7. 페노메논



음악이 영화를 삼켜버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보고 싶다.
존 트라볼타가 주연한 페노메논이라는 영화는 몰라도 에릭 클립톤의 "change the world"는 모두 다 알기 때문...

뱀꼬리 : 카테고리를 耳+心로 할까... 眼+耳+心...로 할까...상당히 고민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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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2-2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토니오 반데라스 좋아요.ㅎㅎ 셀마 헤이엑도 매우 훌륭하지요.

날개 2006-12-2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듣고 있는 중입니다..
1번부터 "우가차카 우가차카.." 하는 바람에 웃음이........^^

짱꿀라 2006-12-2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메피님의 서평은 탁월하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Mephistopheles 2006-12-2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 셀마 헤이엑은..초창기보다는 미모가 왠지 모르게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날개님 // 사실 주목해서 들으셔야 하는 곡은...3번째 곡이랍니다...좀 귀한 곡이라서요...^^
두번 연달아 속삭이신 분 // 이어폰이라도 구입하시도록 하세요..^^
산타님 // 별말씀을...그냥 저냥 아는 범위에서 주절거리는 것 뿐이랍니다..^^

무스탕 2006-12-2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이거 음악도 나와요? --;;;;
왜 전 안들려요오오오오~~~
방법을 알려주시와요~ ^___^

토트 2006-12-2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 제가 본 영화들이라 더 좋네요.ㅎㅎ

Mephistopheles 2006-12-2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방법은 그냥 포탈사이트에서 저기 저 곡제목을 긁어서 붙여놓으면
99% 들어보실 수 있을 껍니다..^^
토트님 // 다행스럽게 다 국내상영이 되었고 출시까지 되었던 영화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