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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 기소가와 5 - 완결
스즈키 아츠무 지음 / 세주문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상황1
얼마전 법조계 인사들의 불법사례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불법, 횡령, 탈세라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회부된 그들은
똑같은 불법행위를 한 일반인들에 비해 그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였다.
상황2
집사람 친구는 제법 윤택한 생활을 하는 상류층 집안이다.
그 친구를 시집보내겠다고 골라서 선택받은 남자는 이번에 시험에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예정인 남자란다. 그러나 그남자,그 친구집에 지나칠
정도로 물질적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별반 결혼 생각이 없는 그 친구는 일방적인
파혼을 결정하고 가출까지 해버렸다. 결국 그 결혼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이남자...
이미 건내준 패물과 현금은 돌려주지 않으면서 파혼의 위자료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한 그 남자..한달도 못살고 이혼당했다고 한다.
상황3
똑같은 변호사라도 레벨이 존재한다고 한다.
법원에서 검사나 판사를 거친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일반 변호사들보다 고액의
수임료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유는 과거 법원에서 형성된 인맥을 동원해 자신이 맡은
재판에 대해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판결방향을 좌지우지 할수 있기 때문이란다.
결론 : 정의구현, 엄중하고 공정할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할 사법부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실천해주고 있다. 일반국민들에게 준법정신을 강요할 수 있을까?
법이라는 존재 자체가 있어야 하는가?
가끔 법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느끼는 묘한 이질감은 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심판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애시당초 인간은 신과는 다르게 완전무결 그자체가 아닌 어딘가가
결핍이 된 인격체라는 생각까지 가게 되고 그리고 그런 걸 보완하기 위해 사법고시라는 어마
어마한 시험과정을 거쳐 그나마 완벽에 가까운 인격체를 심판자로 인정하고 법을 집행하고
행사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상황들을 보면 알수 있듯이 결코 바르다 혹은 공명정대하다는 이미지와
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부패한 법의 집행자들이 제법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이라고 보고 싶다.
그들이 저런 짓을 하는 건 시험에 바친 청춘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법이라는 것과 그 법에 붙어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좋게
보일리가 있겠는가..그런 생각이 내내 마음속에 쳐박혀 있는 상황에서 "검찰관 기소가와"를 만나게
되었다.
검찰관 기소가와는 다섯권으로 짤막하게 완결되는 만화책이지만 이 안에 들어있는 여러 사건들과
그걸 해결해나가는 주인공 기소가와의 행동은 전혀 검사답지 않은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법조인이 아닌 동물수의사였던 주인공이 검사인 아내가 피의자의 폭탄테러로 유명을 달리한
후, 그녀의 대의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검사의 길을 걷는다..라는 정도는 여타 다른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토리 구조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검사는 일반 검사와는 좀 틀리다. 보험외판원마냥 기소율을 실적으로 생각하고
더 높이 더 위로~ 를 외치는 검사들과는 다르게 피의자의 입장이 되어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
기소율을 최대한 낮추는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억울한 피의자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으로 만족 못하고, 진범또한 귀신같이 색출해나간다.
검사인지 CSI반장인지 도통 분간이 안간다..검사가 검사다워야 검사지~~ 라는 일반적인 명제를
하나하나 보란듯이 깨부셔가는 주인공 되시겠다.
사건별로 나누어진 에피소드 또한 범상치 않다.
현실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회문제를 다섯권 속에 하나하나 쟁여놨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생각하면서 읽어나가면 묘한 낭패감을 겪게 되버린다고 할까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앞에서 언급한 법조계의 비리와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예민한 현실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CCTV와 관련된 리베이트에 연루되버린 고위층 법조인들을
수사하고 기소하려는 주인공에게 윗선에서 내려온 압력이 행사되는 장면이 있다.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그 윗선이 주인공에게 던져주는 대사는 어쩌면 거짓없이 지금의 법조계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법률이란 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
가장 큰 목적은 정부존속을 위한 치안유지로.....
정의를 지킨다는건 이른바 보너스, 시민에게 서비스 하는 거에 지나지 않아."
결국 부패한 조직에 의해 좌천되는 그였지만, 마지막 장, 변호사 명함을 내밀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쿨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단맛나게 다섯권을 다 읽고 이 책을 덮었을 때 몰려오는 쓴맛은 무엇이다냐...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만화를 기쁘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지독한 괴리감 때문에 허탈한
담배연기를 날리게 해준다는 이 다섯권의 책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