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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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정은궐은 평범한듯하면서 정교하게 잘 짜여진 글로 우리를 18C정조의 시대로 이끈다. 조선의 문화 중흥기라 불리웠던 시대, 치열한 당쟁으로 노론과 소론이 대립하고 벽파와 시파로 나뉘던시대,  이제 아버지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했던 왕자는 힘없이 휘둘리는 아이가 아니라 30살의 젊은 국왕이다. 왕은 규장각을 설립하고 왕권을 강화하며 직접나서서 인재를 등용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만난다.  정조가 주목하는 인재, 새로운 시대를 이끌 그들이...

잠시나마 동생의 이름을 빌어 남장 유생이 된 김윤희, 과거장에서 경쟁자로 만나 그녀가 첫눈에 반한 조선 최고의 신랑감 이선준, 거기에 '미친말' 걸오와 '주색잡기의 대가' 여림 유생이 합세하여 이른바 '잘금 4인방'으로 뭉친다. 그렇게 그녀와 그들이 만나고 성균관에서 겪는 파란만장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실타래를 풀어내듯 펼쳐진다.

정은궐님의 글은 참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여진 글들이 아님을 눈치 챌때 쯤이면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있다. 이 책속에 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여러 등장 인물들이 각각의 사연 많은 삶을 말하지만 흐트러짐이 없고  각기 그 매력을 더함에 그 큰 줄기가 균형을 잡아 산만한 느낌이 없다. 연애담에 관심을 두고 읽기 시작한 글이 읽다보니 당시의 시대를 말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고민을 보여준다. 스리슬쩍 과함이 없이.  <그녀의 맞선 보고서>에서 보여진 퐁퐁튀는 상큼 발랄함과 <해를 품은 달>에서 탄탄한  짜임새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하여튼 이 성균관의 유생들의 이야기는 누가 보기에도 한마디로 흥미 진진하다

그래서 이 책을 말함에 남장여자의 흔한 이야기라고만 말한다면 그건 아니라 먼저 말하고 싶다. 오히려 로맨스를 다 잘라내도 좋은 글이 었을 꺼라는 생각을 한다. 남장 여자의 이야기는 저 멀리 중국의 양산백과 축용대의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이에 연록흔이 있고 커피프린스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남장여인의 사랑의 다양한 시대 속에서 다양한 변주는 만화책 코너에만 가봐도 널리고 널렸을 터이지만 그 사랑에 흔들리는 독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남장여인의 사랑을 다룬 글들을 접할때면 이 말이 생각난다.

'사랑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드러낼 수 없는 괴로움이 흘러간다. 누군가를 멍하니 바라만 봐야 하는 감정이 얼마나 쓰린지 안다면 그러나 그 사랑을 이루었을 때 가질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출처 http://reddream.egloos.com/3339320)


이 구절은 남장여인의 사랑을 다뤘던 연록흔에 대한 평의 한 구절이다. 독자로서 우리는 이 남장 여인의 사랑을 판에 박힌 흔한 소재로 말하는데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랑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글을 읽고있다. 그 이유가 딱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장유생 김윤희가 김윤식이라는 허울로 살아가는 애틋함, 동시에 그 시대의 여자가 걷지 못했던 길을 걸어 갈 수 있었던 인물에 대한 통쾌한 만족감. 이를 곱게 엮어서 작가는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삶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을 통해 유쾌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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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지성 시인선 34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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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지룩히 눈이 올 듯한 밤

이렇게 피곤한데
깊은 밤이어서
집 앞 골목이어서
무뚝뚝이 걸어도 되는 혼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을 것같이 피곤하다고
피곤하다고
걸음, 걸음, 중얼거리다
등줄기를 한껏 펴고 다리를 쭉 뻗었다
이렇게 피곤한 채 죽으면
영원히 피곤할 것만 같아서
그것이 문득 두려워서

죽고 싶도록 슬프다는 친구여
죽을 것같이 슬퍼하는 친구여
지금 해줄 얘기는 이뿐이다
내가 켜 든 이 옹색한 전지 불빛에
生은, 명료해지는 대신
윤기를 잃을까 또 두렵다.

 

이 시가 마음에 남아서 구입했습니다.

10년쯤 전에...20대의 중반에...술한잔 하고 늦은 저녁 터덜터덜 거리며 아파트어귀를 들어 서면서 느꼈던 그 기분이랄까. 세상 사람들 다 외롭지 않은데...난 왜 헛헛할까 생각했던 그런 일들...그런 감정들이 떠올랐습니다. 피곤함일 지도 그냥 투정일 지도 잘 모를 그런 기분들이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집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니 내가 소원하던데로 감정의 기복들은 사라져가지만...그게 왜 오늘은 서글프게 느껴질까요.

오늘 나도 그녀의 고양이처럼 겨울 낮에 햇빛드는 지붕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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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가을에.

나에게 첫사랑에 대해 물음은 아마 '사랑이었을까?'로 밖에 대답할 수 없을듯합니다. 잊혀질만하면 솟아오르는 상념들이 몇년간의 긴 수면을 뚫고 나를 또 흔드네요

문득 이 앨범의 발매년도를 보니 2001년 12월입니다. 이 음반이 내게로온건 딱 그때 쯤입니다. 레코드가게에 신간으로 걸려있던 모습이 생각 나는 듯합니다. 나는 목까지 올라오는 보송보송한 스웨터를 입고있었고, 내게는 너무나 절절했던 그 사랑에게서 이 음반을 받았습니다. 그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사랑에게 정말 많이 좋아했었다고 그래서 헤어짐에 많이 아팠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모습은 여러 가지일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은 집착이라고..자기 연민이라고...미련이라고...딱히 규정 할 수는 없습니다. 이루마의 first love의 여러 곡들은 그런 내 심장을 두드려 줬습니다. 때로는 힘내라고..때로는 그냥 있으라고 시간이 그 고통을 다 가져갈꺼라고...그리고 때로는 속절없는 사랑에 대한 진정제였습니다.

그래서 귀애했지만 이 음반을 내 책장에 꼿아두기에는 내 감정을 많이 건드려서 슬며시 치워뒀었습니다. 그러다 잊었지요. 그러다가 얼마전 엄마의 차에 있는 CD들 속에 뒤섞여 있는 알맹이를 봤습니다.

참 이번 가을은 저를 단단히 흔들고 갈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내 스스로를 그냥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비온 후 연못에 일은 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듯이...

그 사람에게 이 음반을 구입해서 보냈습니다.
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자신이 누구에게 주었던지를...그에게도 이 음반이 아마 있겠지요.
그런데 내 치기어린 마음은 내가 이 가을에 이를 듣고 있듯이 잠시나마  이를 다시 들어 줬으면했습니다

 

내가 쓴 글이지만....보기가 불편해서 접어놓았던 글.

그래도 내 한부분임에 그냥 다시 올려놔봅니다..

안녕....그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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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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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할까.


눈꽃snow flower을 무어라 말할까

파랗게 시린 차가움인가.

차가움속에 처연한 아름다움인가.

손끝에 닿으면 사그러질 찰라의 눈부심일까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으리라 가슴속으로 접어놓은 연시인가.

 

지루한 은행원 아저씨는 한 검은 머리의 평범한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는 자신을 쳐다보던 아름다운 회색 눈동자를 가슴에 담았다.

하지만 낡고 빗물에 젖은 그녀의 구두와 그의 매끈한 이태리 수제화의 모습처럼

서로가 다가갈 수 없을 만큼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

그렇지만

그들의 사랑은.....

사막의 모래 속에서도 서로를 찾아 낼수 밖에 없듯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푸른빛 다이아몬드처럼 그 반짝임을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함께라면

같이 죽어도 행복할 꺼라고 생각하면서.....

 

문하연님의 글은 다분히 중독성이 있다.

매력적인 디테일에 섬세한 묘사.

글이 목을 조인다.

휘감기듯이.....

내 감성이 그리고 작가의 감성이 같이 뒤엉켜서

사르륵한 실크스카프처럼 내 목을 휘감는다...

여기서 멈춰야 숨을 내쉴 수 있을 듯 한데

그런데

내 손가락은

미련을 담고

여전히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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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구두 걸어라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지음 / 한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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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구두 걸어라~ 쿵!쿵!쿵!

이 책이 좋냐고 물으면 36살인 나에게는 할말이 없다...

하지만 말 못하는 18개월의 내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쳐다 볼듯하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돌림 노래 처럼..장단을 넣어 읽는다.

구두 구두 걸어라~하고 내가 먼저 부르면

우리 꼬마가 어눌한 발음으로 말한다.

꿍! 꿍! 꿍!

양반다리로 앉은 몸 또한 시소처럼 좌우로 흔들흔들하며.....

아이의 시각에서 좋은 책 이 작가의 책들이 다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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