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맛있고 따뜻한 한비네 부엌 - 딸에게 선물하는 엄마의 레시피, 행복한 살림 이야기
이현정 (귀여운 엘비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 날부터인지
요리책이 싫어졌다.
하루 밥해먹고 아이 쫓아다니기도 허겁지겁.
언제부터인가 생각해보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부터이다.
12:30분이면 하교하는 1학년이 되고
내 부엌에는 살림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꺼내어지지도 않는 그릇들
무거운 무쇠냄비
정리되지 않는 냉장고
저녁을 먹고나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숙제 좀 봐주다보면 설거지도 못하는 날이 있다.

아이는 3학년이 되었고
제법 형아가 되어간다.
그런데 문득 나를 돌아보니
요즘은 그야말로 밥만 해먹고 살고있다.
남편의 유학시절
시험기간이면 냉장고에 특식 식단표를 붙여놓고
풀세트로 식기 다 꺼내어 반짝 반짝 세팅해서
결혼안한 동기들 거둬먹이며
차이나타운서 장봐가며
온갖 음식을 해댔는데
정작 내 아이의 시험기간에는
정말 소박한 집밥한끼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알게된 한비네
첫 책도 그랬지만
도착한 책을 넘기다보니
둘째 책이 더 좋다.
[귀여운 딸과 살림하는 엄마의 사랑스러움이 폴폴 넘쳐나는 실용서]라고
칭찬 백번 해드리고 싶다.
강추해요~
흔한 이 한마디로는 부족한 책.
몇 번 보다가
중고서점에 갖다 팔까하는 고민은 전혀 생기지 않는 책이다.^^
(사실 내가 구입한 잘 안보는 책들은 그런식으로 알라딘 예치금이 되어 순환된다^^;;)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요즘은 그냥 이쁜 책들이 너무 많다.
무슨 동 무슨요리선생님이 계량해준듯한 레시피와
화려한 식재료들.
아줌마들이 싹
청소해놓은 주방과
공장처럼 정리된 냉장고.
협찬 받은 각종 양념들과 제공받은 브랜드 그릇들
모델처럼 찍혀있는 연예인 같은 엄마와 아이.
헉소리나게 현실감없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뻔히 다 알면서도
한숨만 나온다.
나만 이러고 사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미안하고
내 부엌이
내 살림이
초라해 보인다.
아이랑 매일을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가고는 있지만
어쩌다가 한번이라도
정말 괜찮은 엄마표 요리를 해보고 싶을 때,
맛있고 따뜻한 한비네 부엌을 떠올리게 되었다.
친절하고 재료가 간단한 레시피가 가장 큰 장점이다.
밥한끼 먹자고 온갖 양념들을 살 수는 없으니까^^;;
요리말고도
블로그에서 만나는 한비네의 이야기에
혼자 웃으며 폭풍 공감하기도 한다.
우리 집 꼬마의 이뻤던 미취학 베이비시절도 오버랩시키면서 말이다.
http://blog.naver.com/angel_78
올 주말에는
우리집 꼬마에게
동남아식 닭날개 조림을 해줘야겠다.
따뜻한 남쪽나라,
저 발리에서
수영한바탕하고 노을지는 수평선을 보며 먹는
그 느낌 그대로 ㅎㅎ
우리는 추운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수영 한판 뛰고 먹는 거지만 말이다.
양손에 양념 뭍혀가며
야무지게 닭날개를 빨아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