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지성 시인선 34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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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지룩히 눈이 올 듯한 밤

이렇게 피곤한데
깊은 밤이어서
집 앞 골목이어서
무뚝뚝이 걸어도 되는 혼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을 것같이 피곤하다고
피곤하다고
걸음, 걸음, 중얼거리다
등줄기를 한껏 펴고 다리를 쭉 뻗었다
이렇게 피곤한 채 죽으면
영원히 피곤할 것만 같아서
그것이 문득 두려워서

죽고 싶도록 슬프다는 친구여
죽을 것같이 슬퍼하는 친구여
지금 해줄 얘기는 이뿐이다
내가 켜 든 이 옹색한 전지 불빛에
生은, 명료해지는 대신
윤기를 잃을까 또 두렵다.

 

이 시가 마음에 남아서 구입했습니다.

10년쯤 전에...20대의 중반에...술한잔 하고 늦은 저녁 터덜터덜 거리며 아파트어귀를 들어 서면서 느꼈던 그 기분이랄까. 세상 사람들 다 외롭지 않은데...난 왜 헛헛할까 생각했던 그런 일들...그런 감정들이 떠올랐습니다. 피곤함일 지도 그냥 투정일 지도 잘 모를 그런 기분들이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집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니 내가 소원하던데로 감정의 기복들은 사라져가지만...그게 왜 오늘은 서글프게 느껴질까요.

오늘 나도 그녀의 고양이처럼 겨울 낮에 햇빛드는 지붕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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