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記錄 171019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p99 그런데 정말 신기하다. 남성들은 왜 그렇게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을 가질까?

 

소설을 읽는 것이 감정이입, 동감 등의 작용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렇게 (소설을 포함한)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남성들은 왜 그렇게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을 가지는지나이 많은 사람들 중 일부가 북한 및 공산주의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는지, 왜 자유 한국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지, LPG 통을 들고 설치는 어르신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정말 신기하다.

 

* 사법 filibuster

 

어제 친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변호인단이 사임한 기사를 보고 향후 재판이 어찌 되냐고 내게 물었다. 그것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 지난 겨울에 후배, 친구, 그리고 윗사람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저녁 모임이 시작되기 전 후배는 병원에서 만남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10명이 전후 할머니들은 심한 감기가 걸려 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 친구가 할머니들께 어찌하다가 이런 감기가 걸리셨어요?’라고 물으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일명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친구는 한 동안 이야기를 듣다가 박 대통령이 그래도 잘못을 했으니, 사람들이 탄핵을 주장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할머니의 이야기 봇물이 터졌다. 일단 누구의 부탁으로 그 집회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 박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것 등등.

 

이야기를 정리하면, 세상은 오직 이성 reason으로 판단하여 세운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직접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즉 박근혜 대통령)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것을 못 본 척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논리와 객관 즉 정의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의 신음소리 정도는 무시할 수 있으며, 대통령을 법 심판 영역으로 끌고 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인데,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후배는 그 회식이 시작될 때, ‘오늘 모임에서 대통령 탄핵은 주제를 올리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모임을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참으로 많은 정의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해는 하지만 (소설을 안 읽어서 그런지), 이성을 뛰어넘으라는 할머니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성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성을 제외시키고 정의’, ‘사람됨을 논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내가 그 병원에서 할머니와 대화했더라도, 나와 그 할머니들 양쪽 모두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 상대의 주장과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할머니의 주장이 정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탄핵을 지지했던 나는 그 할머니들이 보기에 이성만 앞세운 사람됨이 부족한 사람이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나는 페미니스트가 보기에 이성만 앞세운 사람됨이 부족한 사람이다.

 

몇 가지 짚어보자.

1) 태극기 집회에 할아버지, 아줌마가 아닌 할머니의 참가자 있다는 것은 나의 성차별적 인식이었다.

2) 처음에 나는 할머니들께서 박 대통령을 불쌍히 여길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데, 조건이 필요한가? 조건이 필요하다면 무슨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나?

3) ‘박근혜를 지지하는 페미니즘’ ; 이를 페미니즘의 다양성으로 이해할 수 있나?

 

p99 그런데 정말 신기하다. 정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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