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記錄 170615

 

낯선 시선

 

이쯤에서 이 책을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이 책의 주장들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내 가치관과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이제껏 내가 쓴 정희진 씨의 책, 독후감은 99% 순도의 반론으로 차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독후감은 대부분의 정희진 씨의 주장을 지지하며 그래서 내게는 낯선 책이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하면 페미니즘의 주제에서 또는 페미니스트 앞에서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면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경험한 것은) 페미니즘의 주장을 인종차별로 덮으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부정적으로 본다. 이런 경우만 긍정된다. ‘인종차별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 있듯이, 여성차별이 개선되었어도 야직 성차별이 존재한다.’

 

이 책은 수년간에 설쳐 수필처럼, 또는 기고되었던 글을 모아놓은 것 같다. 그러나 양성 평등을 위한 주제의 책에는 끼지 못한 글이다. 나는 이런 책이 가까운 시간에 다시 발간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휴머니즘(페미니즘이 이 용어도 반대한다.)은 페미니즘을 포함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적을 위한 실천이,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목적의 결과에는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 이론가의 입장이 있고 실험가의 입장이 있듯이, 사회에 대해서는 이론가의 입장과 실천가( 운동가)의 입장이 갈릴 것이다.

 

운동가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작다고 느끼는 논리의 오류를 무시할 수도 있다. 상보성이 작용되는 상황에서는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이미 윤리학(을 다루는 철학)에서 절대적 윤리는 없다고 한다. 나는 정희진 씨를 그렇게 이해한다. 이 책은 일탈 逸脫이다. 그래서 낯설다. (카타르시스도 약하다.) 이 책의 부제에 메타젠더로 본’, 뒤표지 소개에 젠더를 넘어서라는 문구가 있는데,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페미니즘의 정체성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이 되는 순간 페미니즘이 아닌 것이다.

 

정희진 씨가 페미니즘의 도전의 원래 제목은 페미니즘의 모순이었다. 나는 정희진 씨가 이 책의 제목을 바꾸면서 노선 line을 정했다고 생각했다. 마치 사격에서의 조준선 정열과 같다. (책 제목을 바꾸면서 내용, 구성, 편집도 바뀌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내 읽은 정희진 씨의 글 중에서 노선을 벗어난 글은 이 책이 처음이다. 낯설음이다.

 

나는 이론을 지적하지만, 운동가의 입장이라면 결과를 내어야 한다. 결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나는 알지 못하나 일부 시각에 의하면, 페미니즘 영역에서 형식적인 진보, 답보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일간 베스트, 강남역 살인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영역에서 진보하고 발전하는 상황이라면, 사회나 딸아이, 그리고 나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