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記錄 170606
≪낯선 시선≫ 서평 별점 ; ★★★★ 도서관 대출
p182 휴대전화 신분증/실은, 나는 대외적으로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휴대전화를 처음 갖게 된 것은 임시직 계약 만기와 군 입대를 몇 달 앞둔 때였다. 사촌 누나가 이런 저런 이유로 선물로 사주었다. 몇 년 동안 그 핸드폰을 쓰다가 배터리 충전이 안 될 쯤, ‘걸리버’라는 핸드폰으로 바꾸었다. 얼마를 사용하다 보니 액정의 화면이 나갔다. 액정 화면이 망가져도 전화를 거는 것과 전화가 올 때, 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대신 부재중 전화를 알 수 없다. 메시지 수신도 안 된다. 한 번은 수리를 의뢰하러 판매점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단말기를 생산하던 회사가 폐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핸드폰을 수 년 간 더 사용하였다. (이런 사실에 안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직장 상사가 내 핸드폰에 액정이 망가져 부재중 전화를 확인 못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핸드폰이 안 되면 직장 내 유선전화로 통화하면 되었다. (근무시간에 근무 장소는 정해져 있으니.) 그러나 전적으로 상사가 동의해 준 것은 아니다. 직장 상사는 ‘네 사회적 위치에서는 모든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야 해’로 불만 및 조언을 해 주셨다. 나는 직장 상사의 말을 들을 정도로 사회적 눈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핸드폰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핸드폰 인증이 시작되고부터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내 소비의 사회적 압력으로 작동했다. 두 말 않고 바꿨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처음 느꼈던 것은 대학생 시절 워드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다. 내가 1.0 버전의 워드를 사용하다가 2.0 버전의 워드를 사용하면 파일은 자동으로 up-grade 되는데, 한번 up-grade된 파일은 다시 down-grade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up-grade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p183 “네가 대통령이냐, 그렇게 잘났냐?”에서부터 “존재 자체가 민폐”, “연락 안 되는 네가 지구에서 사라져라.”, 심지어 “사회악”까지. 지인들로부터 일상적으로 밥만큼이나 욕을 얻어먹고 살았다.
워드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고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내가 ‘을 乙’이다. (물론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빌려서 사용했지만.) 반면 액정 깨진 핸드폰의 사용은 ‘을’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핸드폰 없이 살고 있다는 (또는 있었다는) 것은 최소한 갑을 甲乙 관계에서 ‘을’은 아니라는 (또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을’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