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 기대보다 좋았던 책 -


 처음 대중매체를 통해 이 책을 대했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이 책 겉표지의 네 인물입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김일성, 그리고 부시와 빈 라덴. 책을 읽지 않아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연상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환경 미화를 위해 게시판 사진을 모으던 중이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일터로 나가는 근로자들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선생님이 이 사진을 보고 ‘천리마 노동에 동원된 북한 동포라고 제목을 부치면 느낌이 어떨까.’라고 하셨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기도 했고 상대주의에 대한 생각이 많던 때라 매우 인상 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 정권의 밀월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김신조씨가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1.21사태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한의 정치적 상황은 집권층에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오래 지속된 집권으로 말미암아 불만이 증폭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도 경제적 침체와 역시 장기 집권에 의한 정치적 불안이 있었는데, 1.21사태와 유사한 열차 폭파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통용되는 명칭을 모르고 자료도 찾을 수가 없는데, 알고 계신 알라디너 계시면 알려주세요.) 북한에서는 고 김일성 주석을 암살하기 위한 사건이었다고 대대적 홍보가 있었고 북한 내부의 불안 요소 제거 및 단합을 이루었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분은 상대의 정치적 위험이 있을 때마다 알아서? 어떤 행동을 했다고 이야기하시도 했습니다.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을 아닐까. 저자가 제시한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유사점이 왜 이리도 많은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생각하며 책을 구입했는데, 거기에 또 다른 공범자가 있었으니 바로 국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정권 하에 경제 개발을 국가 주도하에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선진화된 조국을 바라는 국민이 있었습니다. '독제 등의 정치적 상황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집권층의 도덕적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경제 개발의 열매에 취하면서 정치적 상황을 묵인하는 국민... 또 다른 공범자. 저자는 만약 공범자의 마음, 즉 국민의 마음속에 조국 근대화라는 열망이 없었다면 위로부터의 강압으로만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생각의 전환은 보수와 진보(좌우)의 개념인데,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갖은 우리나라에서 왜곡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있지만 저의 기준으로 분석하면 측면을 정치적, 경제적, 민족의 가치, 남녀평등, 나이 등의 다면多面(다면)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양분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보수적, 구분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진보적이라는 개념을 주었습니다. 다면적이라기보다 다층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책의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

 양자를 가르려는 의도는 없어도 선택의 시점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

 민족의 개념의 해체라는 것을 받아들기도 감정적으로 어렵고 인성이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며,

 처벌은 능사가 아니며 역사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니 기억을 통해 심판한다고 하지만 일제 식민지 지배에 동조했던 세력들과 한국동란을 일으킨 세력에 대해 관용을 가져야 된다는 것. 처벌이 만능이 아니지만 관용 역시 만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던 개념이 정리되어 책으로 나오니 반갑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06-07-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이 '왜 자유와 평등의 선택을 강요했느냐?', 폭력적인 질문인지 알면서. 이 서평이 속편 답변입니다. 저자의 기준에 의하면 선택을 하는 사람이 오른쪽이라면 선택을 거부하는 사람이 왼쪽입니다. 물론 저처럼 선택을 강요한다면 더 오른쪽이 있는 사람이죠. 평등을 택했든, 아니면 분배를 택했든, 북한 지원을 택했든...

마립간 2006-07-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대적 공범자들> p 197

 정치 공학의 관점에서 볼 때, 폭력과 억압은 사실 그다지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전정한 지지나 성원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지지 세력 또는 회색 지대에서 동요하는 사람들을 소회시키기 때문이다.


* 가을산님 이야기하셨던 진보가 왜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냐를 증거하는 밑줄 긋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