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이 정말 필요한 까닭은...

미군의 새로운 유연화 전략, 기동군 전략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그네들 입장에선 매우 복고적인 군사전략이란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짬 좀 나게 되면 미군의 신복고 군사전략에 대해 긴 글 쓸 일이 있으면(없다면 더욱 좋겠지만)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군사기지가 들어가 있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엔 그 이전 사회주의 블록 국가들이었던 곳까지 잠식해 들어가 사실상 전세계에 미군기지가 배치되어 있고, 미군이 배치된 곳들은 이유야 어쨌든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했을 때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We are the World."라고 노래하는 것이 레토릭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진실인 셈이지요. 냉전종식 이후 마땅한 주적을 찾아내지 못해 안달하던 군사국가 미국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미군기지를 전지구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자체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 130여개국에 700여 개의 해외기지, 미국내에 만도 6,000여 개의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전세계에 소유하고 있는 기지는 3천만 에이커로, 1에이커는 대략 1천2백20평이라니까 한 번 계산해보시면 미국이 아니라 미군 기지만으로도 웬만한 국가 하나 보다 큰 셈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미군은 그 땅에 모두 85만여 개의 시설을 관리하고 있지요. 어째서 미국을 제국, 그것도 군사제국이라고 부르는지 한 마디로 입증해주는 내용입니다.

그런 군기지에 25만여 명의 해외 주둔군과 이들을 지원해주는 군속과 민간인, 현지 고용인들을 포함해서 다시 25만여 명이 있고, 현지 고용인이 4만 5천여 명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군사 기지 이외에도 4만 5천여 개의 각종 시설을 해외기지에서 운영하고 있지요. 또 이외에도 국방백서에 수록되지 않는 임시 기지를 잊어선 안 됩니다. 실제로도 얼마전 독일 내에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던 임시기지에서는 포로 학대 및 테러용의자에 대한 납치 및 잔학행위가 벌어져 인권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종종 미국을 로마 제국에 비견하고는 했는데... 새롭게 바뀌는 미국의 군사전략, 기동군 전략을 살펴보면서는 그 생각을 약간 수정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로마제국이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가도를 건설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강대한 제국이라도, 그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제국의 행정망으로 기능하는 가도를 통해 유사시에는 대규모 신속기동군(지원군)을 투입해야 하겠죠. 또 한 가지 사례로 비스마르크 시절, 독일군이 순식간에 프랑스를 유린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독일군이 철도를 이용해 신속하게 기동하여 프랑스군을 집중타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것은 잘 알려져 있지요.

신속한 전개, 기동에 뒤이은 집중타격은 어제 오늘의 군사전략이 아니라 역사 이래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온 군사 전략이기도 합니다. 제가 앞서 미군의 이 군사전략이 복고적이라고 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기도 합니다만, 최근 평택 미군 기지 확장 이전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장면이 있어섭니다.

존 웨인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서부극들을 보면 쫓기던 인디언들이 결집해서 서부의 기병대 기지를 급습하는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 이런 위기 상황을 본부에 알리러 가는 기병대 전령이 나오죠. 그러면 얼마 뒤에는 미군 기병대가 나팔 소리 드높이 울리면서 떼로 몰려옵니다. 그러면 이번엔 전세가 바뀌면서 인디언들은 모두 전멸하고 맙니다. 그리고 미군 기병대의 요새(port)들은 버팔로 떼와 인디언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삶의 방식 또한 멸망시키고, 이곳에 미국의 문명을 새롭게 널리 퍼뜨립니다. 원주민들이었던 인디언들은 요새 기지 PX에서 흘러나온 미국이 전해준 술에 취하고, 문명에 취해 그네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저급한 인종 취급을 받으며 삼류 민족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우리가 인천국제공항을 동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키우고자 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전세계 항공 승객과 화물을 집하시켰다가 다시 재배치해서 떠나는 것처럼, 사실상 평택 기지가 미군의 아시아 전초기지이자 아시아 군사전략의 허브기지로 키우고자 한다는 것은 미군이 평택 기지를 통해 미군을 재배치하고, 군수물자들을 분산 배치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죠(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평소 2만 5천명도 안 되는 미군기지를 한국의 34개(36개던가)에 공허하게 분산배치 해두면서 비용이나 까먹고 있느니 평택 한 군데로 모아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다(어떤 분이 수도 서울 한 복판에 외국군 주둔 기지 있는 것보다는 평택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낫지 않냐고 하던데,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용산을 떠나 평택으로 가는 것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해서가 아니란 건 잊으셨더군요.)가 유사시에는 전세계 곳곳에 있는 미군 기지로 자유롭게 보내는 기병대처럼 활용하겠단 말입니다.

평택 기지를 확장하는 이유는 한반도 혹은 아시아를 차세대 전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고, 평소에는 텅텅 비어있을 이 기지는 앞으로 유사시에 미 본토와 세계 곳곳의 기지에서 날아와 기동할 미군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런데 참으로 슬픈 이유는 전세계 어디에도 이제 미국의 배후를 노릴 인디언이 없다는 거죠. 제발, 미국이 새로운 인디언들, 전멸시켜야 할 새로운 적들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해야 할 터인데, 대개의 깡패들이 그렇듯 눈길 한 번 잘못 줬다간 순식간에 이라크 꼴이 날 터이니, 어쩌면 우리의 국가안보를 염려하는 분들이 국가안보의 대상으로서 진정 염려하는 대상이 그네들이 입에 달고 있는 것처럼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분들조차 북한을 이제 우리를 위협할 만한 적이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가 아니라 실제로는 우리의 굳건한 동맹인 미국, 바로 그들이란 사실을 간파하고 계시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도 차라리 이해는 됩니다. 이참에 우리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이 정말 필요한 까닭은 미국이 우리 친구라, 미국이 우리 동맹으로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까봐서가 아니라 미국이 혹시 우리를 적으로 생각할까봐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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