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 - 자기를 생체실험한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 외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처음 읽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무지개Rainbow를 읽으면 가슴에 밀려오는 감동을 느꼈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노라면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내 마음은 뛰노라.                      A rainbow in the sky

 나의 삶은 비롯되었을 때 그러하였고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              So is it now I am a man;


 요즘 사람들은 무지개를 보기나 할까. 볼 수나 있는 것일까? 워즈워스는 자연의 모든 것에 감동을 했으나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워즈워스를 비웃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을 열망하고 사는 것일까?


 중학교 때 뉴턴 Newton의 운동법칙을 과학시간에 공부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은 둘로 갈라졌는데, 너무나 놀랍다는 학생과 복잡한 공식에 짜증을 내는 학생.

 E = 1/2mV2의 공식을 보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추상적 개념이 눈앞에 보여 졌을 때의 놀라움이란!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때는 제 2 운동 법칙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다가 고등학교 때는 제 1 운동 법칙을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도 개인적으로 큰 감정의 일렁임이 있었습니다.


 기니피그 과학자Guinea Pig Scientists들이란 과학자 자신에 대한 생체 실험을 한 이들을 말합니다. 현대의 관점에 살펴보면 이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첫 번째 에피소드 통구이가 된 영국신사들의 조지 포다이스의 예를 보면 뜨거운 열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실험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과학적 결과를 얻게 되었지만 만약 운이 조금 없었더라면 일사병heatstroke에 의해 사망할 수 도 있었습니다. 다른 학자들인 스팔란짜니, 윌리암 모턴과 호레이즈 웰즈도 마찬가지. 퀴리 부인은 자신을 실험대상을 했다기 보다 자신의 건강을 볼보지 않고 연구를 했다가 맞을 듯 합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이므로 자신의 호기심 해결하기 위해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만약 현대의 상황을 적용해서 여성 생물학자가 줄기 세포에 대한 강렬한 학문적 욕심 때문에 자신의 난자를 채취해서 실험을 한다면, (상급자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결정권자이고 스스로의 선택이라면) 이 과학자에게 찬사를 보내야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 없이 실험을 행하거나 동의를 구하더라도 강압적인 상황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포함하여)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용인되어야 하느냐 현대 윤리적 관점에서는 쉽게 답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가 진실을 알리는 것과 합법 불법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였다면 과학자은 진리의 추구와 윤리 사이에서 항상 줄타기를 하였습니다. 중세 시대에서는 사망 환자의 부검도 비윤리적인 것에 속했으나 당시 의사로서는 살아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부검의 강력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도 유교적 관점 때문에 해부나 부검이 아직도 터부시 되고 있으니) 따라서 나머지 아홉 개의 에피소드도 윤리적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장 속 들여다 보기’나  ‘잃어버린 동굴에 갖혀’는 그나마 방어적 장치가 있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열정일 것입니다.

 갈릴레이가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천문학을 연구했을 때는 그 연구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함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학문과 진리에 대한 열정 때문입니다. 저는 현대 학문에는 과연 그러한 분야가 있을까 의심스러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을 볼 때도, 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때도, 수학 공식을 증명하면서도 연구비fund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노벨상, 필즈상등을 수여하여 명예를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이 책에 언급된 사람들은 학문적 열정이 다른 것에 비해 더 컸습니다. (최소한 7번째 에피소드까지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직장 상사님 댁에 동료들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직장 상사의 조카가 방문했고 고등학교 1학년이라 자연히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조카는 생물이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했고 공부도 잘 했는데,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라고 이야기를 했고, 저는 홀로 생물학과 같은 순수학문도 충분히 할 만 하니 너무 실용학문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이 돈, 명예에 대한 열망 외에 학문에 대한 열망을 갖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마치 워즈워스가 무지개를 보고 감동했던 것처럼.


 단상 몇 가지 ;

* 예전에 대중 매체에서 들은 이야기 인데, 전 세계적으로 AIDS vaccine 인체 실험에 관한 자원자를 모집한 적인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한 분이 지원하셨죠. (추첨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 우리나라 한국동란 때에 황열병과 똑 같은 현상을 일으킨 질병이 있었는데, 유행성 출혈열입니다. 질병의 원인인 한탄 바이러스 Hantaan virus를 이호왕 선생님이 밝혀내셨습니다. 당시에 곤충류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개념은 있어도 설치류에 전염되는 질병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시절에 훌륭한 업적을 남기셨죠.

* 아래 그림은 파티에서 laughing gas를 사용하는 마취과 의사를 풍자한 그림입니다.



(알라딘 서평단에 선발되어 글을 쓰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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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3-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런 책은 어떨지
<과학사의 뒷얘기 III> (생물학,의학편) A. 섯클리프 저/박택규, 이병훈 역/전파과학사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