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러링 Mirroring

 

* 박물관에 앵무새 (코카투 Surphur Crested Cockatoo)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앵무새라고 부르고 팔을 내미니, 앵무새가 내 팔로 옮겨왔다. 한참 동안 깃털을 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딸아이는 앵무새를 자신의 팔 위에 올려놓고 싶어 했다. 앵무새가 옮겨 가게 아이의 팔 가까이에 내 팔을 가져갔으나 앵무새는 본체만체 한다. 나중에는 앵무새가 딸을 쪼려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앵무새가 아이들을 무시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 앵무새가 아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앵무새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내 경우, 앵무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앵무새를 두려워하는 어른은 굳이 앵무새를 팔에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 아이들은 앵무새를 팔에 올려놓고 싶어 하는 호기심도 있지만, 앵무새가 가까이 있는 것, 자체가 두렵거나 혹시 이 새가 쪼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딸아이 외에도 몇 아이들이 앵무새를 옮겨달라고 했는데, 아이들의 표정에서, 말투에서, 몸짓에서 작은 떨림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앵무새에게 트라우마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앵무새가 아이의 팔에 옮겨 앉았는데, 아이가 놀래서 앵무새를 뿌리쳤던 것이다. (그날도 돼지 보고 놀란 아이와 놀란 아이에 놀라는 돼지의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안정되었다고 상대가 반드시 안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가 안정되기 위해서 내가 안정되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앵무새, 잉꼬에게 쪼이기도 하고 개와 돼지에게 물리기도 하지만, 내가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처음 보는 동물과도 쉽게 친해지는 비결이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 ‘일간베스트의 미러링으로 메갈리안이란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메갈리안이 나름대로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보일지 궁금하다.

 

* ‘파리 테러에 대해 폭격이 이뤄진 모양이다. ‘테러와 전쟁을 떠들지만, 이런 격언도 있다. “전쟁은 부자의 테러이고, 테러는 가난한 자의 전쟁이다.” 내가 보기에는 또 하나의 미러링이다.

 

* 폭력에 대한 미러링, 즉 폭력으로의 미러링이 반드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대개의 (즉 확률적으로 높은) 경우에 악순환에 의한 파국,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망치와 물레 ... 상상력은 여기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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