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50903

- 단지 내 고양이

 

어제 가족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나무 위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 꽤 높은 곳에 있어 이 녀석들이 올라가긴 했지만 내려오지 못해 119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했다. 아이는 재미가 있는지 나무 밑에서 고양이들에게 뭐라고 하는데, 나는 아이에게 일단 나무에서 떨어져 있어야 고양이가 내려올 것이니 물러 있으라고 했다. 잠시 후 두 마리의 고양이는 무사히 내려왔다.

 

이 두 고양이를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실은 이 고양이는 4형제 (또는 자매, 남매) 중의 두 마리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함께 다니는 것을 봤는데, 검은 고양이는 어미로 네 마리의 한 배에서 난 새끼로 추정했다. 내가 놀이터에서 아이를 기다리면서 그네를 타고 있으면 애들 네 마리가 와서 나를 구경한다. (졸지에 고양이들의 구경거리가 된 셈이다.) 흔들리는 그네를 두고 자리를 뜨면, 이 새끼들이 와서 흔들리는 그네를 잡겠다고 껑충 뛰면서 발길질을 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많이 커서 새끼 고양이의 티를 벗었다.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얼마 전까지 아파트 단지 내의 고양이 때문에 공고와 방송이 여러 번 있었다. 단지 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여자 분이 계신데, 챙 넓은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옷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계신다. 누군가 다가서면 슬며시 자리를 바꾸면서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분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시는 분이다. 주부들 사이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다.

 

다른 어느 여성분은 고양이를 무척 무서워하면서 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사람이 아파트 관리실에 민원을 한 분은 아니다.) 내가 사람이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것보다 고양이가 사람을 더 무서워한다고 설명을 하니, 내가 뭐라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든, 고양이가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라고 한다. (설명을 들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예상을 하는 것이다.) (책에서 읽었는지, 댓글에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여성이 대부분의 남성이 성범죄자가 아님에도 평생 성범죄 대상자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산다고 할 때, 나는 이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나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독후감에서, 인도의 가난한 농민과 인도 호랑이에 대해서 서로 다른 연민( 또는 공감)을 느끼는 사람의 대립을 언급했었다. 우리 아파트 내에서는 고양이를 연민하는 사람과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연민하는 사람의 대립이 있었는데, 일단 고양이를 연민하는 사람의 판정승이다. (고양이를 무서워 민원을 넣던 사람이 이사를 갔을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남자들은 고양이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경비실 아저씨들은 관리 사무소의 지침을 따를 뿐인데, 아무런 느낌도 없는 듯하다.

 

결론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여성은 소수였다. 이렇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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