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읽기

<손대지마> 에일리 노래

 

딸아이가 가무歌舞에 정진精進 중이다. 노래는 에일리의 ‘손대지마’이다. 아이의 노래를 듣던 중 재미있는 가사가 내 사고를 움직인다.

[글 내용 중 (19금)도 포함]

 

딴 사람 만나고 내겐 집에 가서 잤다고 ... 설명하려 하지마

 

이야기를 좀 더 길게 풀어보자. ; 남자 A가 여자 B와 사귀고 있는 상황이다. A가 B에게 집에 들어갔다고 이야기를 한 시간에 A가 여자 C를 만나고 있었다. 이 만남의 상황을 B가 알게 되었다. (B가 목격했을 수도 있고, 목격자 D로부터 전해 들었을 수도 있다.)

 

이 상황이 A가 B에게 설명할 상황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 의견은 충분히 설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한다. A가 귀가 하던 중 우연히 사촌 여동생 C를 만났을 수도 있다. 혹은 10년 만에 학교 동창인 C를 만났을 수도 있다. A는 구차하게 B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니, 적당히 둘려대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거짓말이 오해를 더 키우게 되었지만 설명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은 다르다.

 

좀 가사를 바꿔보자.

딴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내겐 집에 가서 혼자 잤다고 ... 설명하려 하지마

 

이 상황에서 가능한 설명이 있을까? 예를 들면 이런 설명 ; A가 C와 성관계를 한 것은 A가 C와 성관계를 함으로써 C에 들렸던 귀신을 내쫓아 C의 목숨을 구했다. 성관계는 A나 C의 욕망 때문이 아니다. B는 A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설명을 찾기가 힘들다. 사실 판단에서 가치 판단으로 넘어갈 때, 대개의 경우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어떤 이는 모든 판단에서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살인은 대개의 경우 나쁜 것이지만 전쟁 중의 살인은 맥락이 고려된다. 만약 조금 바뀐 가사의 적절한 상황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면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참-거짓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연 맥락을 떠나 참-거짓이 존재하는 명제가 존재하는가? 바뀐 가사의 상황에서 가능한 설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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