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欌日記 141218

 

물건은 싸게 살 수 있다면 내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이 말은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구입한 물건이 쓸모가 없다면 좋은 경제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달 도서정가제가 실시되었다. 나름대로 내게 유익한 책을 미리 구매하고 싶었지만, 뭐가 내게 좋은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싶었던 책들을 구매 신청했다. 그 중에는 칸트의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1, 2>, <판단력 비판>, <실천 이성 비판>와 <윤리형이상학 정초> 모두 4권(순수이성비판은 분권되어 있어 실제 5권)을 구매 신청했다.

 

주문을 낼 당시에는 몰랐는데, 3대 비판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진풍경에 대한 글을 읽고 내가 이 진풍경에 일조한 것을 알게 되었다. 주문한 책은 일시 품절 상태라 입고되는 대로 배송되었는데, 한권씩 배달되더니 이제 만 한 달 만에 모두 배송되었다.

 

이 책 구매의 동기 유발한 최근의 계기는 최진기 선생님의 강의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책장에 꼽혀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으로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이야기하셨다. 그 때 나는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말인가 생각했다. 오히려 ‘책 이름은 알지만 거의 모두가 읽지 않은 책’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칸트의 3대 비판서보다 원래 오랫동안 ‘가지고는 있을 거예요’에 해당하는 책은 <Principia Mathematica>였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흔하게 듣는 농담이지만 이 책은 단 3명만이 이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러셀과 화이트헤드, 그리고 괴델이다. 내가 이런 책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다른 사람이 ‘수입 고가 사치품(일명 명품)’을 소유하려는 욕망과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국내 번역본이 없다. 알라딘 회원이 되고 꽤 틈틈이 검색을 해 봤는데, 정말 오랫동안 검색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 시점에서 <Principia Mathematica>은 학문적으로 크게 가치가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이 책 내용의 약점을 포괄하는 지식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라면 칸트의 이론도 같은 입장에 있다. 두 책 모두 엄밀한 의미에서 틀린 내용을 담고 있지만, 칸트 책은 그래도 국내에서 번역되고 판매되고 있은 반면 <Principia Mathematica>는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하게 한다.

 

* 정말 알라디너 분들께 묻고 싶었다. <Principia Mathematica> 한국어 번역판은 정말 없는가요? 대학(원)에서는 원서로 공부하나요? <Principia Mathematica> 한국어 번역판에 대해서 정보가지고 있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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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12-1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 대학원 수리철학이나 논리학 코스웍으로 강독하거나 레퍼런스 텍스트로
읽는 걸 봤는데 국내에서는 어떤지 제가 과문해서.

마립간 2014-12-18 12:58   좋아요 0 | URL
제가 컬럼에서 읽은 것은 국내 대학 수학과 1학기 정도의 교과 과정으로 `괴델의 불완정성 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 강의에서 이 책이 언급되지 않을까 하는 추정 정도만 가지고 있습니다.

알케 님, 댓글 감사합니다.

마립간 2014-12-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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