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41204

- 질문의 층위와 출제자의 의도

 

* 질문의 층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주 오래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국어 시험 문제가 ‘“우리”의 뜻은 무엇인가?였다. 나는 ‘나(1인칭)의 복수’라고 답하였다. 물론 ‘1인칭’이니 ‘복수’와 같은 국문법 용어를 쓴 것이 아니고 내용상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이 문제를 틀렸다. 정답은 ‘가축의 집’이었다. 시험 후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를 틀린 학생이 있다는 것에 대해 엄청 화를 내셨다. (오죽하면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겠는가.) 그렇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고, 강조를 했는데, 틀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화를 내셨다는 것은 나를 지목해서 화를 내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신 것은 (이 페이퍼에 쓰지 않을) 나를 위한 선의善意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선의가 있었든, 악의가 있었든, 내가 그 문제를 틀린 것에 대해 전적으로 내 책임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라는 단어가 ‘가축의 집’으로 선생님께 배우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문제가 ; ‘농부가 돼지를 우리로 몰아넣었다.’ 이 문장에서 ‘우리’의 뜻은? 이렇게 문제가 나왔다면 나는 그 문제를 맞혔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문제 풀이도 중요하지만, 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인터넷에는 초등학생 문제풀이에 대한 것이 유머로 나온다. 한가지 예를 들면 ; 개미를 세 부분으로 나누면? 이 문제의 답은 ‘머리, 가슴, 배’이다. 초등학생은 ‘죽는다’라고 답했다. 나는 이 해학적인 상황도 초등학생이 오답을 했다가 보다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 냈다고 판단한다.

 

* 초등학교 문제야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학입학시험의 경우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현재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방지하기 위해 학년 별 수준을 넘는 답은 오답으로 처리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2-3’의 정답은 ‘답이 없다’이다. 중학교 1년에게 X**2= -1의 답은 역시 ‘답이 없다’이다. 만약 ‘i, -i (허수)’라고 답을 하면 오답처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세계지리 문제는 처리는 일관성을 벗어남으로서 또 다른 오류를 보여준다. 나의 의견은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잘못 출제된 것이고, 학년 별 수준을 넘는 답을 오답으로 처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같은 기준으로 작년 세계지리 문제는 교과서를 바탕으로 답을 구할 것이 아니고, 사실을 기준으로 먼저 정답을 정하고, 교과서의 내용을 차선의 정답으로 했어야 맞고 생각한다.

 

* 지금은 뜸해졌지만, 작년까지 아이가 ‘명탐정 코난’을 즐겨봤다. (구매는 계속하고 있지만.) 아이와 둘이서 범인을 예상하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나중에 코난이 사건을 설명하는데도 동의할 수 없었다. 어떤 사건의 가능성에, A와 B와 C가 가능한데, A와 B가 불가능하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C가 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불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능한 것과 차이가 없어보였다. 지은이가 임의적으로 정한 것이지, 과학적이지 않았다. (명탐정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건 해결을 몇 번 경험하니, 패턴을 파악했다. 사건 해결을 목표로 삼지 않고, 지은이가 암시하는 사건 해결을 집어내는 것이다. 어떤 사건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을 알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명탐정 코난’이 사건 없이 끝난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야기 처음에 저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건의 복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저와 같은 복선에서는 저 사람밖에 범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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