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이야기 1
제가 바둑을 알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지만 바둑을 둔다고 할 수 없고, 그저 치중, 장문, 축 정도만 알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 입학 후 정석 몇 가지를 외고 행마를 알면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대학 선배(제가 재수를 하고 그 선배는 휴학을 하였고 2학년부터 같이 수강을 하여 사실상 친구였습니다.)와 맞수 아닌 맞수로 바둑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는 저보다 바둑을 조금 잘 두어 2점 접바둑을 (2점을 깔고 두는 것) 두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훈수를 둘 때 보면 2점도 과하여 제가 분명히 이겨야 되는데, 대개 지고 연속 3번을 진후 3점 접바둑에서 다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였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실력으로 보아서는 2점으로 이기고 1점으로 지는 정도의 실력인데 왜 자꾸 지는 걸까?
얼마 후 조남철님께서 어느 선전 팜플렛에 칼럼을 쓰신 글을 읽었는데, 대략 내용이 이렇습니다.
“내가 바둑과 인연을 맺은 지도 수십 년이 지났는데, 보면 볼수록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 한 동안 공부를 통해 실력을 쌓기도 했지만 어는 순간에는 나이가 먹는 만으로도 바둑이 실력이 늘었다. 이는 탐욕불승貪慾不勝, 공피고아攻彼顧我, 사소대취捨小大取 등의 바둑의 기본이 인생을 통해 수련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마치 망치로 저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왜 제가 실력에 비해 바둑을 자꾸 지는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저는 그 선배에게 달려가 정선으로 (흑백을 가리지 않고 공제 없이 승부를 가리는 것, 즉 한 점 깔고 두는 것) 바둑을 한판 두자고 했습니다. 선배는 깔깔 웃으며 3점 접바둑도 졌으면서 왜 갑자기 정선 바둑을 두냐고 했지만 그 선배는 바둑에 응했고, 저는 그 바둑을 정선 바둑으로 이겼습니다.
조남철님은 인생을 배워 바둑을 두셨지만, 저는 바둑을 두어 인생의 단편을 보았습니다.
* 위기십결
1. 부득탐승 (不得貪勝)
이기려는 욕심이 너무 크면 그 경기를 이길 수 없다. - 모든 구기 경기는 몸에 힘을 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죠.
2. 입계의완 (入界誼緩)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천천히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3. 공피고아 (攻彼顧我)
상대방을 공격하고자 할 때는 먼저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라.
4. 기자쟁선 (棄子爭先)
돌 몇 점을 희생시키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5. 사소취대 (捨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6. 봉위수기 (逢危須棄)
위기에 처할 경우에는 모름지기 버리라는 것입니다. 기자쟁선과 비슷한 말.
7. 신물경속 (愼勿輕速)
바둑을 경솔히 빨리 두지 말고 신중히 한수 한수 잘 생각하면서 두라는 말이겠지요.
8. 동수상응 (動須相應)
모름지기 이쪽 저쪽이 서로 연관되게, 서로 호응을 하면서 국세를 내 편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그런 방향으로 운석하라는 것이겠죠.
9. 피강자보 (彼强自保)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내 편의 돌을 잘 보살피라는 것입니다.
10. 세고취화 (勢孤取和)
상대편 세력 속에서 고립이 되는 경우에는 빨리 안정하는 길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일단 살고 나서야 후일을 도모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피강자보'와 결국은 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