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일본 아니메의 거장 7인의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보자
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
황의웅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는 일본의 애니메이션계를 이끄는 7인의 작가들 -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데자키 오사무,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가츠히로, 카와지리 요시아키, 안노 히데아키 - 을 다룬 일종의 작가론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이들은 모두 생존 인물로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이다. 이 책의 저자 황의웅은 1991년 "르네상스"의 신인작가공모에 당선되면서 만화가로 데뷔했으나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에 천착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는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 "작가가 만드는 아니메의 역사"는 1917년 일본 애니메이션(일명: 아니메)의 태동으로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는 일본 아니메의 역사를 일별한다. 소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일본 아니메의 강점은 "작가"에 있다. 제2장 "7인의 아니메 작가"에서는 앞서 언급한 7인의 아니메 작가들,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와 장르, 스타일을 지닌 장인들의 작품 세계와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3장 "마니아 스크랩 - 아니메의 신, 모리 야스지의 세계"에서는 많은 후학들을 길러낸 초창기 일본 아니메의 거장 모리 야스지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영화가 최초로 상영된 것은 1914년 도쿄에서 영국 애니메이션 작품 "휼륭하지 않니?"가 상영되면서부터였고, 1917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은 "문지기 이모카와 무쿠조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한 콤마씩 촬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무렵 일본 아니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은 오후지 노부오였는데, 그의 업적을 기려 우수한 애니메이션에 주어지는 오후지 노부오상이 제정되었다.


관동대지진으로 잠시 주춤했던 일본 아니메는 1927년부터 1958년까지 단편 아니메들을 통해 많은 작가군을 비축하게 되었는데 이 무렵 활동한 인물들이 마사오카 겐조와 세오 미츠요 등이다. 1956년 일본 최초의 기업형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동화"가 설립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본격적인 상업 아니메 제작에 착수하게 된다. 야부시타 타이지, 모리 야스지 등이 토에이의 기초를 다지며 활동했다. 특히 모리 야스지는 타카하타 이사오, 오츠카 야스오, 고타베 요이치,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후학을 길러낸다. 모리 야스지가 극장판 아니메를 주로 제작했다면, 데즈카 오사무는 아니메를 안방의 TV에 진출시킨 인물이었다. 훗날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추모사에서 "1963년에 그는 편당 50만엔이라는 헐값에 일본 최초의 TV 아니메인 <철완 아톰>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이후의 아니메 제작비가 언제나 바닥에 머무는 폐해가 생겼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관해서 여태까지 데즈카 씨가 말해온 것이라든지 주장한 것은 전부 엉터리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그를 혹독하게 비판했는데, 그의 스승이 데즈카 오사무가 아니라 모리 야스지였던 것도 어느 정도 이유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 데즈카 오사무의 역할 덕에 아니메는 TV로 진출할 수 있었고, 1970년대 아니메는 TV를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무렵 TV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작품은 나가이 고 원작의 "마징가Z"였다. 그러나 TV를 통한 아니메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작품이라는 일정한 한계 속에서 제작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금기와 검열이 적합하지 않은 작품들은 방영될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들은 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매체를 찾게 된다. 1980년대 일본 아니메는 OVA라는 새로운 경로를 통과하게 된다. "아니메의 대부"라 불리우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토에이 동화를 나와 다카하타 이사오와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든다. 일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니라 시인, 사상가, 철학자로 인식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들이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는 이렇듯 일본 아니메의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지브리 스튜디오를 통해 일본적인 아니메 미학을 찾아나선 7인의 작가들을 선정해 다루고 있다. 작가론이란 한 작가의 활동,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해보는 비평 작업을 의미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다룬 기존의 저작들이 개별적인 작품이나, 일본의 오타쿠 문화, 장르, 통사를 중심으로 한데 반해 이 책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들에 대한 국내 저자의 작가론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냥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리하면서도 알기 쉽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 전반에 걸친 해박한 정보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 세계의 차이를 뭉뚱그려 이해해 왔던 국내 아니메 매니아들에게 양자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으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두 거인에 가리워져 그간 잘 알려지지 못한 "데자키 오사무"와 하드 고어 아니메의 명장 "카와지리 요시아키"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이다. 그외 이미 차세대 주자들이란 호칭이 무색해진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가츠히로, 안노 히데아키" 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새로운 접근 경로(코드)를 찾아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의 품질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못한 편이긴 하지만 그 질적인 품위란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