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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속의 수학


[한국일보공동] 수학으로 세상읽기

 

 
‘영화 속에 무슨 수학?’ 하겠지만 수학이 등장하는 영화는 드물지 않다. ‘굿윌 헌팅(Good Will Hunting)’은 수학적 천재성을 지닌 청소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는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내쉬를 주인공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호평을 받았던 영화 ‘파이(Pi)’는 원주율 파이에서 나온 제목으로, 역시 천재 수학자를 소재로 한다.

영화 ‘큐브1(Cube)’의 속편인 ‘큐브2(Hypercube)’에서도 수학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육면체 모양의 폐쇄된 방, 즉 큐브의 입구에는 번호가 적혀 있는데, 이 번호는 그 방이 함정인지 아닌지를 알려 준다.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수학적 감각을 지닌 리븐이라는 사람이 큐브 번호가 소수(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수)인지 판별하여, 함정이 있는 방인지 아닌지를 알아낸다. 이 영화를 제작할 때 자문을 한 수학자 프라비카(David W. Pravica)는 자신의 캐나다 주민등록번호(SIN, social insurance number) 476,804,539를 큐브 번호의 하나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은 내용 전개에 수학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드라마에서 로맨티스트인 수학영재 승재(윤계상)는 여자친구 유민(정다빈)에게 방정식을 통해 마음을 전한다. 방정식 17x2-16|x|y + 17y2=225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이 하트 모양이 되기 때문에, 이 방정식을 일명 사랑의 방정식이라고 한다.

한편 승재는 유민에게 “내 마음의 변수 를 찾아보면...”이라고 말하면서, 변수 가 결국 유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연인 사이에서는 파트너가 서로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것은 함수에서 독립변수의 영향을 받아 종속변수가 결정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 드라마는 좋아하는 마음이 무한히 이어지면서 좋은 일이 계속되기를 원한다는 의미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등장시킨다.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Möbius)가 처음 생각해 낸 뫼비우스의 띠는 직사각형 모양의 긴 띠를 한 번 꼬아 양 끝을 연결하여 고리 모양이 되도록 한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를 한바퀴 돌면서 선을 긋고 가위로 오려보면 두 조각이 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나의 얇고 커다란 고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뫼비우스 띠의 성질은 두 마음이 합치되어 하나가 되는 것을 은유할 수 있다.

또한 뫼비우스의 띠의 한 점에서 시작해 고리를 따라 원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선을 그어보면 안과 밖을 모두 돌아 처음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보통의 고리는 안쪽에서 선을 긋기 시작하면 안에만, 바깥에서 선을 긋기 시작하면 바깥에만 그려지지만,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구분이 없는 독특한 성질을 갖기 때문에 안과 밖에 모두 선이 그려진다. 드라마의 두 사람을 각각 안과 밖이라고 보았을 때 안팎이 구별되지 않는 이런 성질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는 적절한 은유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는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첫 번째 제목으로도 유명한데, 이 소설에서 뫼비우스의 띠는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중층적 의미를 드러낸다.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는 무미건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학이 애틋한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가 된다. 수학의 본질적인 내용을 드라마에 반영한 것이 아니라 수학 그래프나 수학 개념을 피상적인 수준에서 연결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가 일반인들이 수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kparkmath@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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